은행
도와줬더니 5명 중 1명 또 연체…은행 ‘포용금융’ 딜레마
- [역주행 금융정책, 부담은 은행 몫]①
은행 중·저신용자 연체율 2.32%…전체 가계대출의 5배
신용회복 수혜자 22.2% 재연체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중·저신용자 지원을 늘리고 있는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연체율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의 5배를 웃도는 가운데 지난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은 차주 5명 중 1명 이상이 올해 상반기 다시 연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상환 능력 회복 없이 대출 공급과 신용회복 지원만 반복하면 연체율과 대손충당금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저신용자 연체율 2.32%…연체채권 1조원 넘어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건전성 지표는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저신용자 은행 신용대출 연체 현황’에 따르면 개인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2.32%로 집계됐다. 전체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0.45%의 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중·저신용자는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50%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올해 6월 29일 기준으로 NICE평가정보는 889점 이하,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875점 이하가 이에 해당한다. 기준 점수는 평가사와 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매년 1월 기준으로 ▲2022년 1.25% ▲2023년 1.60% ▲2024년 1.68% ▲2025년 1.91% ▲2026년 2.02%로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5월에는 2.32%까지 오르며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채권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저신용자 연체채권은 2022년 초 5129억원에서 올해 1월 1조402억원으로 102.8%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1조2047억원까지 늘어 2022년 초보다 134.9% 증가했다.
신용점수에 따른 연체율 격차도 뚜렷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신용대출을 분석한 결과 신용점수 870점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1.04%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951점 이상 차주의 연체율은 0.03%에 그쳐 두 집단 간 격차가 약 32배에 달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확대될수록 은행의 위험가중자산과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면 은행은 예상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상품에서도 높은 연체율이 확인됐다. 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공급하는 새희망홀씨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1.41%로 전체 신용대출 연체율의 약 4.5배였다. 정부 보증부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 연체율은 같은 기간 7.51%를 기록했다.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이 붙어 있어 연체에 따른 손실을 은행이 전부 부담하는 상품은 아니다. 다만 은행도 대출 심사·사후관리 책임을 부담하고, 연체 확대는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증가와 정책서민금융 재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회복 수혜자 64만8000명 다시 연체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용회복 지원을 받은 차주의 재연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김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와 한국평가데이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은 개인과 개인사업자는 총 29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신규 연체가 발생한 수혜자는 64만8000명으로 전체의 22.2%에 달했다. 신용회복 지원 조치가 종료된 뒤 반년 사이 수혜자 5명 중 1명 이상에게 다시 연체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5000만원 이하의 소액 연체가 발생한 개인과 개인사업자 가운데 연말까지 연체금을 전액 상환한 차주의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회복 지원 조치를 시행했다. 연체금을 모두 갚더라도 관련 정보가 신용평가회사에 최장 5년간 남아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신용회복 지원에 따른 금융 접근성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지원을 받은 개인의 신용평점은 평균 29점, 개인사업자는 평균 45점 상승했다. 신용점수가 오르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이용하는 등 금융시장에 복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집계한 최종 수혜자는 개인 257만2000명과 개인사업자 35만6000명이다. 그러나 개인 수혜자 가운데 60만5000명인 23.5%가 올해 상반기 신규 연체를 기록했다. 개인사업자도 수혜자 35만6000명 가운데 4만3000명이 다시 연체에 빠졌다.
시장금리 상승도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4.31%로 한 달 전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4.50%로 0.04%포인트 상승했고,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0.23%포인트 오른 연 5.72%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전반적인 건전성 지표도 나빠지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33%로 1분기 말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1분기 말 0.36%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0.30%였던 연체율이 두 분기 연속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계속 오르는 구조에서는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커지고, 그 비용이 금리와 수수료 등을 통해 다른 금융소비자에게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금융지원과 함께 소득 회복과 재연체 방지 대책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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