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기로 선 36곳…‘부실기업 솎아내기’ 첫 시험대
- 주가·시총 미달 36개 종목 관리종목 지정 사유 발생
30곳 신규 지정…향후 기준 회복률·실제 퇴출 규모 관건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의 첫 시험대가 올랐다.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기준에 미달한 36개 종목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서다.
시장의 관심은 36개라는 숫자보다 이들 가운데 몇 곳이 기준을 회복해 살아남고, 몇 곳이 실제 증시에서 퇴출될지에 쏠린다.
특히 흑자를 내거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까지 포함됐는지에 따라 주가와 시가총액을 중심으로 한 획일적 퇴출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30개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되고 나머지 6개 종목은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지정 사유가 추가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총 9개 종목이 신규 지정된다. 시가총액 미달 6개, 주가 미달 4개로 이 가운데 1개 종목은 두 기준에 모두 해당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총 27개 종목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 주가 미달이 23개, 시가총액 미달이 6개이며 이 가운데 2개 종목은 두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 다만 27개 가운데 6개는 기존 관리종목으로, 실제 신규 지정은 21개다.
유라테크·티케이케미칼·OMC제약·삼륭물산·좋은사람들·제이엠아이·SDN·옵티시스·아모센스·이스트에이드·노을·에스에너지·랩지노믹스·뉴인텍·아이비온 등 다수 종목은 주가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종목은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에 미달했다.
흑자·정상 영업기업 포함 여부도 쟁점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관리종목 지정 자체보다 향후 실제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기업이 얼마나 나올지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고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나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한 기업에는 이를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진다. 해당 기간 안에 기준을 회복한 뒤 일정 기간 유지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과거 데이터를 현재 기준에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기업이 기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가 관심사다. 과거 관리종목 가운데 주가·시가총액을 회복한 비율과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진 비율을 이번 36개 종목에 대입하면 향후 퇴출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월 제도를 발표할 당시 예상했던 퇴출 규모와 첫 적용 결과를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상보다 실제 관리종목과 향후 퇴출 기업이 크게 늘어난다면 제도 강화가 소형 상장사에 미치는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컸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상당수가 기준을 회복한다면 이번 조치는 실제 퇴출보다는 저평가·한계기업에 대한 경고장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36개 기업을 모두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정부가 제도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지만 이번 기준은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 재무구조가 아니라 일정 기간 주가와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했는지를 판단하는 정량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6개 종목 가운데 최근 사업연도 또는 분기까지 흑자를 내거나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이어가는 기업이 얼마나 포함됐는지가 중요하다.
재무·영업상 큰 문제가 없는 기업이 단순히 기업 규모가 작거나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퇴출 위험에 놓였다면 제도 도입 당시 제기됐던 ‘성장기업까지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상장기업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와 시장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장기간 낮은 주가와 시가총액에 머무는 기업은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장유지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상장 문턱은 앞으로 더 높아진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달 300억원으로 상향됐으며 내년부터 500억원으로 높아진다.
코스닥 역시 현재 200억원에서 내년 300억원으로 올라간다. 현재 기준을 간신히 넘긴 소형 상장사까지 추가로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기업을 모두 부실기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36개 종목 가운데 실제 몇 곳이 기준을 회복하고 최종적으로 몇 곳이 상장폐지되는지를 지켜봐야 제도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흑자를 내거나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까지 실제 퇴출되는 사례가 나온다면 시가총액과 주가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적절한지를 두고 보완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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