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성적표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한 전례는 없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면 이번 금융기관 이전의 정책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공공기관 1차 이전 때는 기업 유치와 고용 확대 등 성과가 나타났다. 반면 상당수 혁신도시에서는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의존이 계속됐다. 국책은행 이전이 본점 재배치에만 그치면 금융산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임직원 4만7908명 지방으로…세수도 2조5000억원금융권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오는 10~11월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을 확정할 전망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행정기관의 서울 잔류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만큼 국책은행도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유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다만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금융 관련 공공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한 만큼, 인력 정착과 지역산업 연계 효과를 가늠할 비교 사례는 존재한다는 게 이전 찬성 측의 입장이다.정부는 2003년 기본구상을 내놓은 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곳을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개별 이전 지역으로 옮겼다. 201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충북혁신도시 이전을 마지막으로 사업이 마무리됐다.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4월 내놓은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의 외형적인 성과는 뚜렷했다. 혁신도시와 지역도시로 옮긴 기관의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4만7908명으로 늘었다. 이 숫자는 ▲2018년 3만8284명 ▲2022년 4만6185명 등으로 매년 늘어났고, 목표치인 4만2220명도 넘어선 모습이다.혁신도시 입주기업은 2018년 6월 693개에서 지난해 말 4813개로 증가해 당초 목표인 1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이전 지역에 전입한 주민등록인구도 23만4684명에 달했다. 특히 이전기관이 해당 지역에 납부한 지방세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2조5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역 별로 ▲경북 6664억원 ▲광주·전남 6172억원 ▲경남 3245억원 순이었다. 1차 이전이 마무리되기 전인 2016~2018년 납부액은 총 7853억원이었으며, 이전이 완료된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 1조721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납부액도 이전 완료 전 약 2618억원에서 완료 이후 약 2870억원으로 늘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전문인력 이탈 우려는 과제로다만 기관 이전이 지역 전체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곧바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예정처가 이전 지역의 인구를 비교한 결과 ▲전남 나주 ▲강원 원주 ▲충북 진천 ▲제주 서귀포 ▲세종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가 늘었지만 나머지 9개 시·군·구에서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10곳을 기준으로도 6곳의 인구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일부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공공기관 이전 완료 이후로 전국 평균을 앞섰지만 지역별 격차가 있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명목 GRDP가 12.9% 증가하는 동안 부산 남구는 39.5%, 영도구는 19.6% 늘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있는 나주시는 12.1%, 원주시는 12.3%, 완주군은 12.6%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전주시는 같은 기간 4.8% 증가하는 데 그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특히 2015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 2019년까지 전국 평균 명목 GRDP는 17.2% 증가했다. 이 기간 부산 영도구가 30.9%, 원주시가 22.3%, 전주시가 21.7%,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있는 나주시가 19.0%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이 높아졌어도 대부분 지역이 공공기관 이전보다 GRDP 증가율이 떨어진 셈이다. 다만 2020년 이후는 코로나19와 금리 인상 기간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인력 이탈 가능성은 국책은행 이전 과정에서 더욱 민감한 문제로 지적된다. 예정처가 97개 이전기관을 분석한 결과 정년퇴직자를 제외한 퇴사율은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0.45%포인트(p) 상승했다. 부산으로 이전한 예탁결제원의 연평균 퇴사율은 이전 전 1.32%에서 이전 후 7.72%로 높아졌다. 금융 전문인력의 정착 여부가 이전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과 금융 관련 공공기관이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 시중은행, 대기업 본사 등과 긴밀하게 협업한다는 점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일부 조직을 수도권에 남긴 채 본점만 이전하면 업무 효율성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인력과 기능이 분산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금융산업과 연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한국행정학보 최신호에 실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지역경제 효과 분석’ 논문을 쓴 이유성 경북대 행정학 박사는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 지역 산업생태계와 연계된 공공기관 역할 재정립, 지역 내 민간투자 유도, 기업 유치와 창업 기반 확충 등의 종합적 접근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