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영상]빈 박스로 매대 채웠다...‘재개장’ 홈플러스 갈 길 먼 정상화
- 운영자금 2000억 확보...휴업 67개 매장 재오픈
여전히 텅 빈 매대...빈 공간은 PB 상품으로 채워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다시 일어선 홈플러스, 완전한 정상화와 새로운 도약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홈플러스 노사가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다.
홈플러스 조주연 대표와 노동조합 안수용 지부장은 “홈플러스의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도 현장을 찾아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응원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보기를 독려하기도 했다.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날 홈플러스 노사와 정치권 인사가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은 것은 전국 67개 매장이 재오픈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전국 모든 매장의 임시휴업을 결정한 바 있다. 이후 메리츠금융으로부터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받으면서 매장 재오픈이 가능했다.
기자는 재오픈 당일 오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을 방문했다.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홈플러스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홈플러스는 복층 매장을 단층 매장으로 재구성하고 신선식품과 자체브랜드(PB)를 중심으로 매장 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를 미국의 대표 유통기업인 ‘트레이더 조’와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재오픈한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복층이 아닌 단층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1층의 가전제품 판매 라운지는 카트에 의해 입구가 막혀 있었고, 내부는 텅 빈 상태였다. 주변을 정리하던 한 협력사 직원은 “지하만 영업을 한다. 여기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휑한 1층과 달리 지하1층의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인파가 몰린 구역은 육류 코너였다. 홈플러스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우 전 품목 최대 50% 할인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모씨(38·여)는 “한우 50% 할인을 한다고 해서 왔다”며 “조금 늦게 왔는데 호주산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제품들도 50%씩 할인하는 게 많아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매장 내 미용실에서 근무 중이라는 한모씨(28·여)는 “점심 시간이라서 잠깐 왔는데 라면 가격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해 놀랐다”고 했다.
되돌아온 홈플러스의 매장 분위기는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할인 품목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소비자들로 인해 시끌벅적한 마트 본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 직원들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미소 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할인으로 손님 끌었지만 텅 빈 매대 여전
홈플러스는 휴업으로 발길을 끊은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재오픈 첫날 일부 매장은 오픈런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부 소비자는 주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50% 할인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며 홈플러스 방문을 추천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전히 부실한 상품 구성이다. 재오픈 첫날임에도 텅 빈 매대가 제법 보였다. 신선식품을 배치해야 할 냉장고에는 접시와 그릇이 진열돼 있기도 했다. 냉동식품으로 가득차 있어야 할 매대에는 단일 품목의 PB 제품만 잔뜩 진열돼 있었다. 고가의 위스키 매대에는 텅 빈 박스만 배치돼 있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손에 쥔 2000억원으로는 정상적인 마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회사가 한국판 트레이더 조를 표방하며 영업면적을 축소하고 신선식품·PB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다.
홈플러스가 주력으로 분류한 전국 67개 매장을 모두 운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월 1000억원 이상의 고정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홈플러스 경영 실적이 기록된 2024~202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의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등을 근거로 한다.
해당 기간 홈플러스의 판관비는 2조4721억원이다. 여기에서 홈플러스가 구조혁신으로 절감했다는 1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홈플러스의 판관비는 총 1조2721억원이 된다. 이를 운영 중인 매장 67개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달 판관비는 1000억원이 조금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취급 품목 수는 5~7만개 정도가 돼야 한다”며 “매장의 매대가 꽉 차있어야 소비자들이 현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으로부터 받은 2000억원 외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있어야 일반적인 마트 수준의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협력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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