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미술품 조각투자’ 넘어 주식·채권까지…토큰증권 전면 확대
-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까지…STO 판 넓힌다
현금흐름 잡히는 ‘특허 로열티’ 주목…표준특허도 발행 검토
금융위원회는 4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토큰증권협의회,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가상자산과 비슷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권리를 담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동안 국내 토큰증권 제도화 논의는 미술품이나 부동산, 음원 등 조각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기존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 발행 규모가 작고 권리관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토큰증권을 우선 적용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홍콩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채권과 펀드를 비롯한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금융당국도 정책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은 기존 전자증권과 별도로 분산원장에 적합한 발행·유통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전자증권은 이미 발행과 유통, 권리관리를 위한 체계가 구축돼 있지만 토큰증권은 분산원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하는 단계별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첫 단계는 관련 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시작된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방식 증권부터 토큰화를 허용하고, 주식의 경우 비상장주식을 신탁 방식으로 토큰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조각투자증권은 1단계부터 공모 방식의 토큰화가 가능해진다.
2단계에서는 공모 증권을 포함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범위를 넓힌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결제수단과 연계해 블록체인상에서 거래와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온체인 결제'까지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토큰증권이 단순히 새로운 투자상품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 자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수단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이번 하위법규 발표로 가장 주목받는 기초자산은 특허 로열티다. 라이선스 계약에 기반해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고, 같은 기술 분야의 특허를 묶어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면 개별 특허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이 쓰이는 산업이 성장하면 로열티 수익도 함께 늘어난다.
민간에서는 바이셀스탠다드가 IP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와 특허 로열티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식재산의 해외 수익화'를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고, 금융위원회도 이번 모범규준에서 국제 표준특허의 발행 구조를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조각투자 상품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제한했던 기초자산의 '집합화(pooling)'를 일정 요건 아래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종류의 자산이고 집합화 기준과 목적이 명확한 경우 여러 기초자산을 하나로 묶어 조각투자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부실자산을 의도적으로 포함하는 행위 등을 막고 투자자가 개별 기초자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개별 자산의 규모가 작아 증권으로 발행하기 어려웠던 자산도 여러 개를 묶어 상품화할 수 있게 되면서 조각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공시부터 공모 과정에서의 1인당 청약한도와 물량 배정 방식,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을 담은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청약한도는 기초자산의 특성과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표준적인 예시로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가운데 작은 금액'을 제시했다. 일반투자자의 청약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공모물량 가운데 일반투자자 배정 비율과 균등배정 최소 비율 등을 내부 기준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권고한다.
"조각투자에 머물지 않는다"…디지털 자본시장 구축
금융당국이 이번 정책에서 강조한 것은 토큰증권의 활용 범위를 조각투자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의 발행, 거래, 청산, 결제, 권리행사, 기초자산 등 자본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정책방향 가운데 하위법규에 반영해야 할 사항을 담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제도 시행 이후 토큰증권의 범위가 조각투자에서 전통 금융상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등 시장 참여자의 관련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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