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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호 2026-08-31

K라면 열풍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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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줄고, 세금 늘고" 이중고에…증권주 눈높이 낮추는 증권가

증권 일반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 호재를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며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7조76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내외 증시 상승세와 더불어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고 기업금융(IB) 및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고른 성과를 거둔 것이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만 1조905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주요 상위권 증권사들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런 성과는 주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일부 대형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지난 2분기 5대 금융지주는 총 7조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KB금융(2조105억원) ▲신한금융(1조8201억원) ▲하나금융(1조2061억원) ▲우리금융(1조46억원) ▲NH농협금융(9104억원) 순이었다. KB금융을 제외하면 4개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이 미래에셋증권에 따라잡힌 것이다.실적 개선으로 증권업계의 시장 위상과 대외 이미지도 크게 달라졌다. 파격적인 실적 연동형 성과급과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다시금 시장의 조명을 받으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도 은행보다 증권사를 주목하는 분위기다.코스피 조정 이후 거래대금 급감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증권사의 실적 잔치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000을 넘어 1만 선을 바라보던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주식시장을 든든하게 받치던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수 하락 전환 이후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띠는 고객예탁금과 주식 매수를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빌린 신용공여 잔고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증권사 수익을 견인했던 위탁매매 수수료와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감소가 하반기에는 불가피해진 셈이다.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영업수익 감소와 성과급 등 비용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증권사의 하반기 순이익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하반기 영업 환경 악화와 더불어 정부의 세제 개편안 역시 증권사에는 악재로 평가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교육세율 인상 정책에 따라 증권업계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었다. 정부가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종전 0.5%에서 1%로 2배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 국면에 세금 부담까지 커진 셈이다.증권사들은 하반기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영업이익 축소와 교육세율 인상 등으로 실질 이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한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당장 하반기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지며 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하반기 이익감소 불가피”하반기 실적 불확실성과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화하자 증권 시장 내부에서도 증권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각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운용사들은 상반기 호실적을 이끌었던 동력들이 소멸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요 증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거나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보고서를 통해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의 주가하락과 7월 이후의 거래대금 감소 및 증시 변동성 확대로 하반기 이익규모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6만원에서 4만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보유’를 유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29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산 평가 이익 축소 또는 손실 전환 가능성이 존재해 상반기 대비 약 50% 이익이 감소하는 보수적 추정치를 설정했다”고 전했다.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주는 지수 하락과 더불어 조정이 지속되고 이는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증권주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14만8000원에서 11만3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주의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냉정한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며 “실적 부진과 세금 중과 투자자 이탈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증권주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주요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투자자를 돌려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방향과 반도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등 불확실성이 먼저 제거돼야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6.08.31 09:00

3분 소요
불닭·신라면 잘나가는데 왜…K라면이 日 닛신 못 넘는 이유

전문가 칼럼

한국 라면은 중국·미국·일본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매운맛’과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푸짐한 양, 품질 대비 부담 없는 가격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다만 아직 한국 라면이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섰다고 보기 어렵다.원래 라면은 맵지 않았다K-열풍의 원동력이 된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은 사실 변형 조리법에서 시작된 것이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제조사 표준법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모디슈머(Modisumer)에 의해 완성됐다.1958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치킨라멘을 발명했을 때 라면은 전혀 맵지 않았다. 일본 묘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1963년 출시된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역시 초기에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한맛이었다.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중반 삼양라면이 고소한 풍미로 인기를 얻어갈 무렵, 삼양공업(삼양식품의 전신) 사장실의 전화기가 울렸다.전화를 건 인물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는 삼양라면이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에 공헌한 점을 격려하며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니 참 맛있었다”고 말했다.애주가였던 박 대통령은 술을 마신 후 라면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춧가루가 라면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박 대통령의 조언에 고무된 삼양공업은 라면 스프에 고춧가루를 첨가했다. 이후 한국인의 입맛에 한층 가까워진 삼양라면은 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았다. 물론 당시의 삼양라면도 한국 특유의 ‘매운맛 라면’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한국 특유의 매운맛 라면은 신라면으로 시장 판도를 바꾼 농심에 의해 완성됐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 대대적인 투자로 라면 맛의 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농심은 1983년 안성탕면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소고기의 깊은 국물 맛과 고춧가루의 얼큰한 조합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이후 농심은 매운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담아내는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1986년 10월 시장 판도를 뒤바꾼 ‘신라면’을 선보였다. 다진 양념(다대기)에서 영감을 얻어 진한 매운맛을 구현한 신라면은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라면 시장의 주류를 단숨에 매운맛으로 바꿨다.신라면의 매운맛은 왜 그토록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일까. 답은 인스턴트 라면의 보존성을 높이는 제조 방식에 숨겨져 있다.라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는 유탕(油湯) 과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느끼한 맛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이 강렬한 매운맛에 의해 대폭 완화됐다. 기존 라면의 느끼함과 짠맛이 신라면에서는 덜 느껴졌다.이는 국내 라면 소비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신라면 흥행 이후 한국은 인구 대비 세계 최대의 라면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물 밖 개구리가 되려면하지만 한국 라면은 세계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지 못했다. 막강한 내수 시장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종주국인 일본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너무 탄탄했기 때문이다.이런 견고한 장벽은 최근 K-팝으로 대표되는 K-컬처의 글로벌 확산으로 균열이 가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을 타고 ‘매운맛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하면서 한국 라면의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예상 밖 관심에도 아직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입지는 좁다. 당장 매출 지표만 봐도 종주국 일본과의 격차가 크다.일본 1위 닛신식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7881억엔(약 6조8810억원), 영업이익은 650억엔(약 567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농심의 매출액은 3조5143억원(영업이익 1839억원), 삼양식품 매출액은 2조3517억원(영업이익 5241억원)을 기록했다. 닛신식품 단일 기업의 매출이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을 웃돈다.아이러니하게 한국 라면의 성장과 한계 모두 ‘매운맛’ 그 자체에 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권 소비자들에게 한국 라면은 여전히 호기심에 시도하는 ‘이벤트성 특식’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다. 강한 자극은 미각적 피로도를 높여 잦은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현지 공장 생산 비율이 낮아 물류비가 포함된 한국 라면은 가격 접근성 면에서도 불리하다.실제로 거대 시장에서는 매운 라면보다 현지화된 순한 라면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인다. 멕시코는 일본 도요수산의 ‘마루찬’이 현지 맞춤형 맛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약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럽 시장도 자극적이지 않은 치킨·비프스톡 베이스를 앞세운 네슬레(마기)와 닛신이 오랜 기간 주도권을 쥐고 있다.한국 라면이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매운맛’의 성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매운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전 세계 대다수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순하면서도 감칠맛을 극대화한 신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다.동시에 국물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을 겨냥해 볶음면이나 파스타 형태를 차용한 현지 맞춤형 라면 라인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매운맛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히트작이 탄생할 때 한국 라면 산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2026.08.31 08:30

4분 소요
“1.6조 대박” 스페이스X가 갈랐다…미래에셋 1위·삼성증권 5위

증권 일반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6월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국내 5대 증권사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46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841억원)과 비교해 150.5%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7조76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증권사들의 호실적 배경에는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수입 확대와 자산관리(WM) 부문의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가속화됐고 신용융자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이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미래에셋 상반기 순익 1위 “이제 증권사도 직접 투자 실력 갖춰야”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9052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실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9.4% 증가했다. 증권사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상반기 누적 순이익 역시 2조9702억원에 달했다.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결정적 동력은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지분 투자 성공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투자로 1조6242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이는 2분기 세전이익의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페이스X의 성장 가능성에 일찌감치 투자한 결과가 1조원이 넘는 수익으로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2위에 머물렀던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통해 리딩증권사 자리를 탈환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증권사가 전통적인 수수료나 리테일 영업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자기자본 투자 실력’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2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94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이 3위(6806억원), NH투자증권(4894억원)이 4위에 랭크됐다.‘고액자산가 57만 명’ 모았지만… 비용에 발목 잡힌 삼성증권지난해 2분기 순이익 4위였던 삼성증권은 올해 순이익 기준 5위로 순위가 한 단계 밀렸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4882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4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2분기(2346억원)보다 순이익이 108.1% 늘어났지만, 경쟁사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밀렸다.삼성증권은 자산 1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HNW) 고객 수 57만 명을 돌파하는 등 리테일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괄목할 성과를 올렸음에도 일회성 비용 반영과 호실적에 따른 성과급 충당금 증가가 손익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력의 문제라기보다 비용 요인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5대 증권사 간 상반기 누적 순이익 역시 한국투자증권 1조7311억원, 키움증권 1조1580억원으로 각각 1조원을 넘겼고, NH투자증권(9651억원)과 삼성증권(9391억원)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증권사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스페이스X 투자 호재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들어 5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2만3249원에서 출발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21일 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다른 4개 증권사의 주가 상승률은 실적과 무관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 상승률 기준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23.70%를 기록했고 삼성증권(22.02%)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14.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키움증권(-7.43%)은 유일하게 연초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같은 기간 코스피가 64.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증권주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 점은 코스피 하락 시점에 증권주 타격이 컸다는 점이다. 코스피 하락에 증권주 일제히 내리막 6월 말 코스피 지수가 9100선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 전환하자 증권주들은 증시보다 훨씬 가파른 조정을 받았다. 8월 21일 기준 코스피는 6912.95로 고점 대비 약 31.8% 하락하는 동안 증권주들은 고점 대비 32~58% 가까이 주가가 내려앉았다.2분기 스페이스X 평가이익으로 주목받았던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들어 스페이스X 관련 주가 변동성에 영향을 받았다. 회사 측은 스페이스X 보유 지분을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로 분류하고 사전 배정 물량에 대한 헤지를 진행해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5월 6일 8만3800원에 거래됐던 미래에셋증권은 8월 21일 기준 3만4500원을 기록하며 58.83%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고점 대비 하락률을 보면 키움증권(44.69%), 삼성증권(38.46%), 한국금융지주(36.71%), NH투자증권(32.12%) 순으로 코스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앞으로 증권사 수익이 올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증권주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08.31 08:00

3분 소요
농심, 원조 일본서 라면 매대 뚫었다...반년 새 천억 매출 비결은?

유통

한국 라면이 라면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파고들었다.농심은 1998년 오사카·나고야·큐슈에 지점을 설립하며 일본 진출을 모색했다. 2002년에는 현지법인 농심재팬을 세우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지 유통망 확대와 제품 현지화, 꾸준한 체험 마케팅을 통해 신라면을 반복해서 구매하는 소비자를 늘렸다. 미국 시장에서 K-라면이 일상적인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장의 안착 과정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아시안 식품 코너 벗어나 일반 매대로 농심이 만든 라면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 퍼져 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부사장)은 “농심 제품은 현재 일본 현지 1300개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는 상태”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아시안 식품 코너가 아닌 라면 매대에 입점해 현지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농심의 일본 내 입지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닛케이 트렌디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신라면 툼바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라면이 해당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일본인들의 농심 라면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선다. 농심에 따르면 농심재팬의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은 117억엔(약 1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 목표 대비로는 101%를 달성한 수치다.반짝 성공이 아니다. 김 부사장은 “농심 제품은 현지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회전율 또한 매우 빠르다”며 “이는 구매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근거”라고 강조했다.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의 선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이 라면의 본고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지 시장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소비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김 부사장은 “일본의 경우는 용기면이 77%로 23%의 봉지면을 압도한다”며 “현장에서 보면 용기면 매대가 훨씬 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타이파(조리 시간 단축), 코스파(가격 대비 가성비) 같은 소비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제2의 신라면 만든다농심이 자국 제품 선호도가 높은 일본 라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력 브랜드인 신라면이다. 김 부사장은 “신라면의 제품군이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신라면 브랜드의 높은 성장률은 지속적인 제품 확장 덕분”이라며 “라면 매대 확보를 위해 정식 판매 상품 가짓수를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김 부사장은 또 “최근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 분식집과 같은 팝업 스토어 운영 등으로 소비자들이 농심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농심 신라면을 필두로 일본 내 한국 라면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일본 대형 유통 채널을 포함해 지방 소형 유통까지 한국 라면을 취급하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도 한국 라면을 자주 소개하고 있으며, 현지 유명인들도 한국 라면, 특히 신라면에 대해 극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최근 신라면 데이터가 일본의 대형 리서치 기관 데이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신라면을 포함한 한국 라면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농심 라면이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는 마케팅 활동이 꼽힌다. 김 부사장은 “현지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라면 종주국에 자사 브랜드를 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라며 “미소(된장)와 쇼유(간장)맛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들은 매운맛에 생소했지만,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키친카(푸드트럭)가 전국을 돌면서 시식 행사를 진행했고,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신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변형 요리법을 개발해 전파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또한 그는 일본 내에서 한국 라면이 단순 유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김 부사장은 “일본의 매운맛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확장하겠다”며 “신라면 브랜드에 버금가는 제2~3의 파워 브랜드 구축을 위한 활동도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6.08.31 08:00

3분 소요
美 4만개 매장 뚫은 불닭…그러나 “우리는 아직 도전자”

유통

“우리는 미국에서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신용식 삼양아메리카 법인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삼양식품은 2021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신 법인장은 2023년부터 현지에서 모든 삼양식품 제품의 미국 내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삼양식품의 미국 내 성장세는 가파르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에만 약 4억1900만달러(약 5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0% 성장한 수치다. 2022년(약 5000만달러·약 7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8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미국 주도권 쥔 일본 라면성장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미주 지역 매출은 각각 1850억원, 20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합산한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어난 3886억원에 달한다.이런 흐름에도 신 법인장이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을 도전자라고 강조한 이유는 라면 종주국 일본의 영향력 때문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마루찬과 닛신 등 일본계 브랜드가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 라면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신 법인장은 “수치적으로 열세인 것은 맞다”면서도 “라면 부문에서 신규 성장의 상당 부분은 한국 브랜드가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삼양식품은 수년 내로 미국 시장에서 마루찬·닛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매쿼리(Macquarie)는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오는 2028년 2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11.4%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최근 정부 통계도 한국 라면의 미국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K-푸드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약 1조4400억원)를 기록했다. 관련 수치가 반기 기준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견인한 것이 수출액 최대 품목인 라면(1억7530만달러)이다.신 법인장은 한국 라면의 인지도가 기존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확신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바이어들로부터 ‘한국 라면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신제품을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테이블을 주도할 만큼 브랜드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4만개 매장 입점…재구매 확산은 숙제단순히 인지도만 달라진 것도 아니다.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삼양식품의 모든 제품이 미국 주요 채널에 입점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삼양식품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 약 4만개 매장에 회사 제품이 입점해 있다. 이는 2023년 말 1만5000개에서 2년 반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신 법인장은 “삼양식품 제품들은 월마트·코스트코·타겟·크로거·앨버슨·샘스 등 미국 내 주요 유통 채널에 모두 입점돼 있다”며 “대부분의 인스턴트 누들 메인 매대에도 우리 제품이 진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이어 “아시안 푸드 매대에서는 ‘불닭브랜드 존’ 같은 스페셜 매대 구성도 돼 있어 소비자 노출도가 현지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매대에서 마루찬·닛신 등 현지 상위 제품들과 같이 노출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신 법인장은 삼양식품이 미국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배경으로 ▲가격 전략 ▲제품력 ▲K-컬처의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며 “가격은 브랜드의 가치이며, 맛과 제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디서든 인정을 받기 힘들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K-컬처의 확산과 챌린지 영상의 확대는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불닭을 시도하게 만들어준 원인”이라며 “이후 불닭제품의 맛과 제품의 완성도가 지속적인 성장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현재 그는 삼양식품의 미국 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신 법인장은 “우리의 방향성은 현지화를 하되 본질은 지킨다는 것”이라며 “이에 맞춰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용 제품, 패키지 등을 개발해 계속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앞으로의 과제는 재구매 확산이다. 신 법인장은 “입점은 상당 부분 끝났기 때문에 1인당 구매 빈도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용 상황의 확장을 통해 재구매 빈도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지금 불닭은 아직 ‘간식의 영역’에 있는데, 향후 ‘한끼 식사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제품이 한 끼 식사로 대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8.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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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있나요?”…LA 마트에선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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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have any Korean ramen?”(한국 라면 있나요?) “Sorry?”(뭐라고요?)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대형 할인점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기자가 한국 라면을 찾자 점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불닭처럼 매운 면 제품을 찾는다고 다시 설명하자 점원은 “불닭볶음면은 없고 매운맛 면은 이것뿐”이라며 매대 구석을 가리켰다.직원의 손끝을 따라가니 트레이더 조의 자체 브랜드(PB) 면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판매 상품의 80% 이상이 PB인 매장 특성상 농심과 삼양식품 등 한국 라면 브랜드는 찾기 어려웠다. ‘라면’(Ramen)이라는 상품도 닭고기 맛이나 일본 된장인 미소(Miso)를 활용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K-라면 팝업스토어나 체험 행사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국내 라면 업체들은 현지 행사마다 인파가 몰리고 온라인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며 인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LA의 대형 유통매장을 직접 둘러본 결과 이런 열기가 일상적인 구매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행사장엔 1000명…마트에선 “없다”K-라면 업체들은 미국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K-팝과 현지 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LA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서 핼러윈 팝업스토어 ‘불닭 카우치 타임’을 열었다. 3시간 동안 1000명 이상이 방문했고 관련 해시태그 콘텐츠는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농심도 신라면을 앞세운 현지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옥외광고와 체험 부스를 운영했고, 12월에는 뉴욕 JFK공항에 ‘신라면 분식’을 열었다. 올해 7월에는 뉴욕 한식당 아토보이와 협업해 ‘신라면 팬케이크’를 선보이고 뉴욕한국문화원에 한국식 PC방을 본뜬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이들 행사는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냈다. 다만 팝업스토어는 특정 기간과 지역에서 운영되고 방문객도 K-푸드와 K-컬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중심이다.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평소 찾는 마트에서 제품을 얼마나 쉽게 살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트레이더 조에 이어 지난 8월 17일 찾은 대형 유통매장 타겟(Target)에서는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맵(MEP)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라면 대부분은 ‘아시안’(Asian) 식품 코너 하단에 진열돼 있었다. 10여년 전 여행 당시 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인스턴트 라면 수요는 52억개로 전년보다 1.5% 늘며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소비층이 넓고 북미와 중남미를 함께 공략할 수 있어 국내 업체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농심은 월마트·코스트코·샘스클럽 등 주요 대형 유통채널에서 신라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월마트·코스트코·크로거·타겟 등에 불닭 제품을 입점시키고 있다. 일부 월마트에서는 불닭이 아시안 식품 코너를 벗어나 일반 면 제품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현지 입맛을 겨냥한 제품도 늘리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똠얌 등의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하바네로라임과 똠얌 등 현지 맞춤형 불닭을 선보이고 소스와 떡볶이로 상품군도 넓혔다.문제는 소비자가 가까운 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느냐다.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해도 지역과 점포에 따라 판매 제품과 진열 위치가 달라진다. 온라인에서 본 제품을 동네 마트에서 찾지 못하면 관심은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별 브랜드 인지도도 과제다. 현지 소비자는 한국 음식과 매운 라면에 관심을 보였지만 불닭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LA에 거주하는 벨라(Bella·22)는 “떡볶이와 불닭, 라면 등 한국의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서도 “브랜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매운맛이거나 ‘K’가 붙으면 먹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벨라가 즐겨 먹는다는 K-라면도 한국 기업 상품이 아닌 트레이더 조의 PB 제품이었다.반면 아시아계 소비자 사이에서는 대표 제품의 인지도가 높았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조안나(Joanna·32)는 “아시아계다 보니 매운맛에 익숙한 편”이라며 “한국 라면 중에서도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판매처 확대와 함께 현지화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라면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세계 소비자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현지화가 중요하다”며 “각국의 문화와 식성, 입맛을 고려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은 세계 각지로 판로를 넓혔다”며 “이제는 K-컬처와 연계해 한국의 개별 브랜드와 제품 자체의 인지도를 높일 홍보·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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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잘 나가는 줄 알았는데…해외 공장 日닛신 23곳, 농심 6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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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확실한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주요 라면 업체의 해외 매출도 크게 늘었다.하지만 현지 생산 기반은 라면 종주국 일본보다 부족하다. 닛신식품이 해외에서 20여개의 면류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반면 국내 주요 라면 업체의 해외 공장은 모두 합쳐도 10곳이 되지 않는다.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매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K-컬처 확산에 따른 매출 호조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 법인을 늘려 현지 맞춤형 제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은 느는데…현지 생산 뒤처진 K라면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28% 증가한 9억3539만달러(약 1조3861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수출액인 9억5200만달러(1조314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매출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심의 해외 법인 매출은 64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8%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3%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상반기 해외에서 1조23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42.4% 증가한 규모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도 12.3% 늘어난 2205억원을 기록했다.러시아 라면 시장에서 ‘도시락’으로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는 팔도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현지 법인을 포함해 71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000억원보다 약 80% 증가했다.문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운송비와 관세 부담이 커지고 현지 수요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우면 대형 유통업체의 매대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데도 불리하다.글로벌 시장을 앞서 장악한 일본 라면 업체들은 일찍부터 주요 소비시장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현지 수요에 대응해 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닛신식품이다. 닛신식품은 2025년 기준 23개의 해외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농심의 해외 공장은 중국 4곳과 미국 2곳 등 6곳에 불과하다. 국내 라면 업체들도 최근 국내외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삼양식품은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약 2072억원을 투자해 중국 저장성 자싱에 첫 해외 공장을 짓고 있다. 자싱 공장은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약 28%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현지 수요를 담당할 예정이다.연간 약 11억3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자싱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양식품의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약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산과 수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주요 소비시장에 직접 생산기지를 두는 첫 사례다.오뚜기도 베트남에 이어 미국 현지 생산에 나선다. 캘리포니아 라미라다에 라면과 소스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해 물류비 부담을 낮추고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수출 생산능력도 확충한다. 오뚜기는 오는 2029년까지 경북 구미2국가산업단지에 2000억원을 투자해 수출용 라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농심은 추가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 전용 공장을 짓고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12억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 법인 세우고 현지 입맛까지 공략한국 라면 업체들은 생산기지와 함께 현지 유통망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3월 유럽, 올해 2월 러시아에 판매 법인을 세운 농심은 미국·유럽·중국의 주요 유통채널에서 신라면을 중심으로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 툼바 등의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삼양식품도 일본·미국·중국·인도네시아·유럽 등에 판매 법인을 두고 유통채널을 넓히고 있다.오뚜기는 지난 5월 일본 도쿄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팔도도 지난 1월 일본 법인을 세우고 현지 유통망을 직접 확보하고 있다.현지 입맛을 겨냥한 전용 제품도 늘리고 있다. 농심은 태국의 유명 셰프 쩨파이(Jay Fai)와 함께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볶음면 똠얌’을 선보였다. 태국에서 인기를 얻은 신라면 똠얌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비롯해 유럽·오세아니아·중앙아시아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삼양식품은 올해 태국에서 ‘멥(MEP) 고추장팟차볶음면’과 ‘MEP 코리안칠리크랩볶음면’을 출시했다. 일본에는 불닭카레 2종, 미국에는 ‘까르보불닭맥앤치즈’와 ‘스위트콘불닭맥앤치즈’를 선보였다.오뚜기는 맥앤치즈에 익숙한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치즈라면’을 내놨다. 중국 등에는 삼계탕을 라면으로 구현한 ‘삼계탕면’을 출시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인이 즐겨 먹는 ‘러우타이’ 국물 맛을 구현한 ‘러우타이면’과 현지 미역 수요를 반영한 ‘미역라면’을 판매하고 있다.팔도는 올해 hy, 방탄소년단(BTS)과 손잡고 글로벌 브랜드 ‘아리’(ARIH)를 선보였다. 지난 4월 미국 월마트를 통해 출시된 아리는 3일 만에 온라인몰에서 ‘베스트셀러’ 배지를 받았다. 팔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아리 ‘모던 누들’의 판매량이 도시락을 앞선다.전문가들도 K-라면의 다음 과제로 현지 생산과 유통 기반 확대를 꼽는다. 수출 대상국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시장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소비자가 언제든 쉽게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맞춤형 제품도 안정적인 생산·유통망과 결합해야 반복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K-컬처에 대한 관심이 K-푸드로 옮겨가는 초기 단계”라며 “K-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 식품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의 핵심은 현지화”라며 “맛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까지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8.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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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세계로 날았지만…글로벌 톱5 韓라면은 농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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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열풍을 타고 한국 라면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수출은 사상 최대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선전하고 있지만 라면 종주국 일본과의 격차는 확연하다. 는 K-라면의 인기와 시장에서의 실제 위치를 살펴보고, 글로벌 입지를 넓힐 전략을 짚어봤다. 한국 라면이 K-컬처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 시장 실적을 토대로 K-라면의 글로벌 점유율을 추산해 보니 고작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K-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내수 시장의 한계로 고심하는 기업에 절호의 기회다. 언제 식을지 가늠할 수 없는 K-열풍에 올라타 성장의 노를 저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계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현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영어 사전에도 등재된 한국 라면K-라면의 위상이 달라졌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펴내는 옥스퍼드영어사전에 한국의 라면(ramyeon)이 새롭게 등재됐다. K-컬처와 푸드 등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라면이라는 단어 사용이 늘어난 덕분이다.K-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ramyeon’ 관련 게시물이 게재돼 있다. K-라면의 제품별 맵기 정보를 공유하거나, 직접 시식하며 느낀 맛을 설명하는 내용들이다.이 같은 관심은 수출 지표 오름세로 증명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K-라면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9억3539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사라지지 않는 모방 제품도 K-라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이 보유한 상표 관련 해외 무단 선점 적발 건수는 연간 300건에 달한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발 건수는 1600건을 넘어선다.이런 사례는 중국 및 동남아 국가 중심으로 많이 드러난다. 중국 법원은 농심·삼양식품 등이 제기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 대해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도 한국 제품을 모방할 정도다. 엇갈린 전략, 5년이 만든 간극K-라면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K-라면 열풍을 주도했다. 농심은 1986년 출시 이래 올해로 40주년이 된 신라면을 앞세워 주요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를 보면 K-라면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한국의 실질적인 경쟁 국가인 일본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글로벌 라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미국·일본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2024년 기준)은 2.4%에 불과하다.같은 기준으로 추산한 일본 라면의 주요 시장 점유율은 10.6%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4배 이상 벌어진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판매액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라면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농심이 유일하다. 이는 지난 2019년과 동일하다. 반면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글로벌 순위를 끌어올리며 2~3위를 차지했다.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압도적인 중국을 제외하면 종주국 일본이 1위”라며 “라면 역사의 차이도 있고, 일찍이 해외 인프라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라면을 떠올리면 일본 제품이 최우선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과 일본의 인스턴트 라면 역사는 불과 5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 닛신식품이 1958년 출시한 치킨라멘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63년 삼양식품은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 라면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업 전략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출 중심 전략을 펼친 한국과 달리 일본 라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인프라를 확장해 왔다.전문가들은 K-라면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해지려면 현지 마케팅과 더불어 해외 네트워크 확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라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맛과 문화가 함께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간편하면서도 강한맛, 다양한 제품군도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지 인프라 구축 및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 건강·프리미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결국 K-라면을 ‘수출 상품’이 아니라 각국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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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이블 지갑은 지켜내면서, 일터 생명은 못 지키는 이유 [새로 나온 책]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 국가로 평가받지만, 산업재해 사망률만큼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카페에 놓인 지갑은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일터의 생명은 지켜 내지 못하는가.‘안전공화국’은 고용노동부 핵심 요직을 거쳐 현재 대한산업안전협회를 이끌고 있는 임무송 회장(박사)이 대한민국 안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진정한 안전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다.저자는 안전을 단순한 사고 예방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보장하는 공공재로 바라본다. 또한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나 도덕성에서 찾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와 책임의 왜곡, 성장 중심 사회가 남긴 구조적 결함 속에서 분석한다.안전공화국은 산업재해를 둘러싼 익숙한 통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자를 색출하지만, 왜 비슷한 비극은 반복되는가. 저자는 그 이유가 개인의 실수나 도덕성 부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책은 대한민국을 ‘K-역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치안 수준을 갖춘 나라임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매년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안전이 비용과 규제로 취급되며 후순위로 밀려난 역사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이 책은 대한민국 산업안전의 역사와 제도, 규제 체계의 한계를 살펴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나아가 국가와 기업, 노동자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안전공화국의 조건을 모색하며, 존엄한 노동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트럼프 이후의 질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중국의 희토류 통제 한 번에 서방의 공장이 멈춰 선다. 신간 ‘트럼프 이후의 질서’는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규칙 기반의 자유무역’이 사라진 오늘날 다양한 무역전쟁 시나리오와 그 생존법을 다룬다. 파이낸셜 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수마야 케인스와 전 미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채드 바운은 이 혼돈의 시대를 관통할 냉혹한 현실을 경고한다. 관세, 보조금, 수출 통제 등 강대국들이 휘두르는 무역전쟁의 무기들을 낱낱이 해부하며 감정적 불평 대신 냉정한 비용편익 계산과 정밀한 방어 전술을 유쾌하게 제시한다. 인재 없음많은 경영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좋은 사람을 뽑기 어렵고, 어렵게 뽑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하지만 문제는 인재의 부재가 아니다. 인재가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조직을 만들지 못한 데 있다. 그렇다면 인재가 오래 머무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답은 직원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에 있다. ‘인재 없음’의 저자 오용석은 삼성과 독일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서 일한 20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다. SAP 코리아의 조직문화진단을 글로벌 75개국 법인 중 1위로 끌어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가 찾아오고 머무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결국 행동하는 사람이 이긴다누군가는 모니터 앞에서 제안서로 밤을 새울 때 누군가는 매출을 올린다. 누군가는 장바구니에 담을 러닝화를 고를 때 누군가는 이미 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영문법을 붙잡고 있을 때 누군가는 틀린 문장이라도 입 밖으로 내뱉는다.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 저임금과 불합리한 노동을 견디며 수차례 실패와 도전을 거쳐 수백억원대 기업가로 성장한 저자 유루아자부는 행동이 일과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아는 것이 많다면, 왜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생각에 머물지 말고 일단 움직이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2026.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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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고모델 시대, 성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질문은 [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전문가 칼럼

지난해 여름,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 낯선 얼굴 하나가 실렸다. 이름은 비비안. 금발에 흠 잡을 데 없는 미소, 완벽한 비율을 가진 이 여성은 미국 패션 브랜드 게스의 광고 모델이었다. 그런데 이 모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인공지능이 그려낸 얼굴이었다.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SNS에는 분노에 가까운 댓글이 쏟아졌다. "우리는 이제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과 내 얼굴을 비교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을 얻은 인공지능(AI) 광고가 있었다. 영어교육 브랜드 야나두가 만든 짧은 영상 속에는 어눌한 발음으로 "give me coffee"라 말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카페에서 저렇게 말하면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이 어색한 AI 할아버지가 우스꽝스럽게 짚어준다. 이 영상은 놀림받기는커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웃음과 함께 널리 퍼졌다. 같은 기술, 같은 시기, 정반대의 운명. 무엇이 갈랐을까.AI, 이미 캐스팅 디렉터의 첫 번째 선택지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AI 광고 모델은 이제 '쓸까 말까'를 고민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 대세가 됐다. 강원도의 한 리조트는 최근 서양 판타지풍 캐릭터가 등장하는 로맨스 드라마를 유튜브에 연재했는데, 등장인물이 전부 AI로 만들어졌는데도 '신이 빚은 얼굴'이라는 호평 속에 두 편 합쳐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더 과감하다. 한 캐주얼 브랜드는 이번 시즌 백인·흑인·동양인에 성별과 연령까지 다양화한 열두 명의 AI 모델을 동시에 선보였고, 또 다른 브랜드는 아예 전속 AI 모델을 데려다 시즌 화보를 맡겼다. 사람 모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와 속도다.이유는 단순하다. 유명 모델 한 명을 쓰려면 계약금부터 촬영 스태프, 장소 대여까지 최소 몇천만원, 톱스타라면 억단위가 든다. 게다가 사람 모델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함께 안고 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배우들이 각종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면서, 광고주가 뒤늦게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벌이는 일이 잇따랐다. 반면 AI는 스캔들도, 지각도, 나이 드는 일도 없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엔마켓은 산업·유통·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쓰이는 AI 아바타 시장이 2025년 약 1조원에서 2032년 8조원 규모로, 매년 33%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이 흐름은 대기업보다 오히려 자본이 얇은 스몰 브랜드에 더 절실하다. 수억원대 모델료가 부담스러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AI 모델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지렛대다. 대기업이라도 작은 브랜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의점 GS25는 가상 아이돌과 협업한 빵·과자 시리즈로 130만 개 넘게 팔았고, 한 대형마트는 가상 걸그룹과 만든 과자를 온라인 공개 3분 만에 완판시켰다. 사람 모델을 쓸 여유가 없던 작은 브랜드일수록, AI는 매출로 직결되는 무기가 되고 있다.문제는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배역을 맡기느냐다. 비비안과 야나두 할아버지의 차이를 다시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흔히 "너무 완벽해서 게스가 실패했고, 어설퍼서 야나두가 성공했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그게 핵심이 아니다.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는 드라마의 주연 자리에 앉았고 하나는 조연 자리에 머물렀다는 차이다.광고업계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흔히 '앰버서더', 즉 대사(大使)라 부른다. 국가를 대표해 파견되는 외교관처럼, 앰버서더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자기 존재로 체현하는 자리다. 게스는 비비안에게 바로 이 앰버서더, 극으로 치면 주연 배우 역할을 맡겼다. 보그라는 무대는 오랫동안 "이런 모습이 아름답다"는 기준을 제시해온 자리였고, 주연은 그 기준을 자기 몸으로 짊어진다. 관객은 주연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자신과 견준다. 그런데 그 주연 자리에, 애초에 도달할 수조차 없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앉혀버렸다. 사람들이 화가 난 건 얼굴이 가짜라서가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해야 할 주연이 비교조차 성립하지 않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AI에게 대본은 주되, 주인공 자리는 내주지 마라반면 야나두는 AI 할아버지에게 주연 자리를 준 적이 없다. 그 얼굴은 조연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받을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일 뿐, 극을 이끌거나 브랜드를 대표하지 않았다. 좋은 조연은 관객의 시선을 자기가 아니라 이야기 쪽으로 돌린다. 야나두의 AI 캐릭터가 정확히 그랬다.같은 실수는 해외에서도 반복됐다. 2024년 크리스마스 시즌, 코카콜라는 30년 가까이 이어온 자사의 상징적인 크리스마스 광고를 통째로 AI에게 맡겼다. 눈 내리는 마을, 트럭을 몰고 오는 산타, 이 모든 장면이 AI가 그린 그림이었다. 결과는 싸늘했다. "AI가 산타를 죽였다"는 조롱까지 나왔다. 이 캠페인 속 산타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30년간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그 자체를 대표해온 주연이었다. 그 자리를 AI에게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반대로 앞서 언급한 리조트의 AI 드라마, GS25의 협업 캐릭터, 대형마트의 가상 걸그룹은 모두 조연의 자리에 머물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조트 드라마 속 인물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아니라 로맨스라는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조연이었고, 편의점과 마트의 가상 캐릭터들은 브랜드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 상품과 잠깐 손잡은 조연이었다. 아무도 이 조연들에게 브랜드를 대표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기에,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그렇다면 지갑이 얇은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AI에게 앰버서더, 즉 주연 자리를 맡기지 않으면 된다. 값비싼 톱모델이 서 있던 그 자리를 AI로 억지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 정보를 쉽게 설명하고, 재미있게 웃기고,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조연의 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 자리에서는 AI든 사람이든 큰 차이가 없다.다만 조연으로 쓸 때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있다. 올해 6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AI로 만든 광고에는 이를 분명히 표기하도록 심사 지침을 바꿨다. 실제 사람이 아닌 존재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그 메시지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만 광고로 흐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AI를 조연으로 쓰더라도, 그 조연이 누구인지는 관객에게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AI 광고 모델은 이제 대세가 됐다.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다만 다음 광고를 준비하기 전에 딱 한 가지만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이 AI에게, 나는 지금 주연 자리를 내주려 하는가, 조연 자리를 맡기려 하는가.

2026.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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