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인스타 브랜드’ 찾아 키운다…키즈 플랫폼이 신생 브랜드에 꽂힌 이유
- [인스타 키즈 브랜드, 플랫폼 타고 큰다]①
신진 브랜드 거래액 110%·29CM 키즈 거래액 179% 증가
SNS 발굴부터 백화점 팝업까지…독자 유통망 확보는 과제
플랫폼들은 신생 브랜드를 직접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오프라인 진출까지 지원하고 있다. 브랜드에는 판로 확대의 기회지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을 통한 매출 증가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SNS에서 브랜드 찾아 백화점까지
이랜드월드의 유아동 전문 플랫폼 키디키디는 육아 경험이 있는 상품기획자(MD)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발굴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입점한 토미토·버터앤오하오·메종까니에르 등이 대표적이다. 입점 이후에는 생산 대행과 법무 컨설팅, 마케팅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영역까지 지원한다.
신생 브랜드의 입점과 거래액도 함께 늘고 있다. 키디키디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새로 입점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사 거래액은 110% 늘었다.
키디키디는 올해 가을·겨울(26FW) 시즌 신생 브랜드의 온라인 신상품 선발매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연계하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먼저 소개한 뒤 오프라인 판매로 연결해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신생 브랜드가 자체 매장을 마련하지 않고도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 패션 플랫폼도 키즈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성 패션을 중심으로 성장한 29CM는 기존 고객이 부모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자녀의 옷과 생활용품을 구매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한 국내 키즈 브랜드를 발굴해 콘텐츠와 함께 소개하는 전략이다.
29CM의 올해 상반기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입점 브랜드 수도 40% 이상 늘었다. 2024년 9월 키즈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시점과 비교하면 브랜드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플랫폼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신생 브랜드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키디키디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스토어 ‘키디런’을 운영했다. 로꽁·드타미프로젝트·몽다다 등이 참여한 행사로 개점 첫날 900명이 넘는 대기 고객이 발생했다.
행사에서는 브랜드 대표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키디키디는 백화점 라운지를 활용해 고객과 브랜드 운영자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신생 브랜드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듣고 향후 상품 기획과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9CM는 지난해 8월 서울 성수동에 키즈 전문 편집숍 ‘이구키즈 성수’를 연 데 이어 올해 5월 ‘이구키즈 서울숲’을 추가 개점했다. 자체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신생 브랜드에 주요 상권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팝업 2주에 2억원…성장 기회 넓어졌지만
플랫폼의 오프라인 판매 지원 효과는 드타미프로젝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8월 이구키즈 성수에서 진행한 단독 숍인숍 팝업스토어에서 2주간 거래액 2억원을 돌파했다. 29CM에 따르면 드타미프로젝트의 올해 상반기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9월 29CM와 진행한 첫 키즈 라이브 방송에서는 1시간 만에 거래액 3억원을 기록했다. 오전 11시에 방송을 편성하고 유치원 시간표를 본뜬 ‘이구유치원’ 콘셉트로 상품을 소개했다. 부모 고객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콘텐츠가 판매 방식에도 적용된 사례다.
오프라인 매장은 해외 고객을 만나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구키즈 성수에는 월평균 약 1만7000명이 방문한다. 지난 8월에는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넘어섰다.
드타미프로젝트 관계자는 “이구키즈를 통해 국내 고객뿐 아니라 성수를 찾는 해외 고객에게도 브랜드와 상품을 직접 선보일 기회가 늘었다”며 “해외 유통사의 홀세일 제안도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의 성장세가 개별 브랜드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입점 브랜드와 거래액이 늘더라도 신규 고객 유입과 재구매, 판매 수수료와 할인 비용 등을 고려한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입점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이 확산되는 것도 변수다. 플랫폼은 차별화된 브랜드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신생 브랜드는 판매 채널별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지원이 신생 브랜드의 초기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에 의존하면 브랜드 자체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며 “브랜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기 고유의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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