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인수 '부인’한 삼바…‘바이오시밀러 외도’ 결론은 미지수로
‘에피스 합작 협약’ 관련 국제중재재판소에서 1년째 중재 중
업계 "바이오젠 중국 바이오시밀러 도입 관련" 추정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하려면 JV 구조 청산해야
삼성그룹의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테라퓨틱스(바이오젠)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30일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으로 해결될 것으로 여겨졌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갈등 해결 방안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 계약과 관련해 미국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중재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진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다.
분쟁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그간 공시내용을 미뤄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협약 내용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고, 바이오젠은 이에 대해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항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 계약 내용 중 일부 조항 해석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중재를 신청했다”며 “바이오젠은 당사(삼성바이오로직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보고서(10-Q)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법인 협약 위반 등 반소를 주장하고 선언적 구제 및 불특정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며 “발생가능한 손실이나 손실 범위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젠은 이어 3분기 보고서에서 해당 중재에 대해 “4분기 중 청문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밀 유지에 방점이 찍힌 중재 재판의 특성상 이번 중재가 어떤 연유에서 이뤄졌는지 명확히 알려지진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도 공시된 내용을 제외하곤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중재 재판의 발생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 갈등이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외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양 사가 2011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체결한 합작 협약(Joint venture agreement)에는 ‘비경쟁(Non Competition)’ 항목이 존재한다. 해당 항목에는 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 제조, 상용화, 유통,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에 이런 내용이 담겼음에도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다른 회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했다. 바이오젠은 지난 4월 중국 바이오기업인 ‘바이오테라 솔루션’으로부터 ‘악템라’ 바이오시밀러를 기술도입한다고 밝혔다.
악템라는 글로벌 빅파마인 로슈가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글로벌 피크 연매출이 3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인 셀트리온도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돌입해 최근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반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진행하고 있는 중재 재판이 해당 내용과 관련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외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해 별도의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공시된 내용 외에는 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젠 인수는 양사의 갈등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 추진을 부인하며 양사의 갈등 해결 방안은 다시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우선 양사의 중재 재판은 지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사태가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선 합작구조를 정리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1주, 바이오젠이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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