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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 >> ‘될성부른 떡잎’만 추린 압축펀드로 승리

Fund >> ‘될성부른 떡잎’만 추린 압축펀드로 승리

1분기 수익률 1위 운용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의 진재욱 대표.

“휴~ 정말 고생했습니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1분기 투자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만큼 세계 금융시장은 1분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크게 흔들렸다. 1월 5일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쓸며 세계 유가를 끌어올렸다.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 우려는 세계에 충격을 주며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바이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은 지난 3개월 동안 2조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아시아 긴축 위기가 불거지며 2월 8일부터 나흘 동안 코스피가 100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정점은 3월 15일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방사능 누출 우려로 번지면서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인 1923.92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곧 2000 선을 회복하며 ‘2100 고지’도 넘어섰다. 일본도 비슷했다. 대지진 후 2~3일 새 니케이225지수가 20%가량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 올해 1분기 주요 펀드의 성적표를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압축펀드’의 수익률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압축펀드란 일반 주식형 펀드가 50∼60여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달리 성장 가능성이 큰 20∼30여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중동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으로 휘청댔던 시장에서 ‘될성부른 떡잎’만 추려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승리한 것이다.



유리슈퍼부티 펀드 수익률 1위

1분기 수익률 1위는 압축펀드인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슈퍼뷰티’(14.74%)가 차지했다. 20여 개 종목에 집중하는 이 펀드는 자동차와 화학 업종의 비중이 크다. 이 회사 박종규 대표는 “안 되는 종목을 과감히 빼버리는 ‘긴장된 운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치마크(코스피 상승률)를 따라잡기 위해 50∼60여 개 종목을 편입하는 것은 안일한 운용”이라고 덧붙였다. 또 “20개 종목 정도면 집중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펀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중소형주 펀드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은 12.0%나 된다. 이런 성과에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주요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성과가 좋았다”며 “이런 종목을 편입한 펀드가 수익률에서 앞서갔다”고 말했다.

간발의 차이로 수익률 2위에 오른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중소형주플러스’(14.73%)는 저평가된 우량 중소형주 위주로 시가총액 4000억원 미만의 종목을 편입한다.

중소형주 펀드의 단점인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30% 안팎을 대형주에 투자한다. 하이자산운용 유승록 대표는 “업종별 섹터 매니저의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순자산 1조원 이상 운용사 가운데 1분기 수익률이 가장 좋은 회사는 하나UBS자산운용이었다. 순자산 2조2862억원인 이 회사의 3개월 수익률은 8.7%였다. 2위인 PCA운용의 3개월 수익률은 8.5%였다. 다음으로 알리안츠운용(8.3%)·삼성운용(7.5%)·KTB운용(7%) 등이 뒤를 이었다.



중위권 자산운용사 약진국내 주식형은 괜찮았지만 해외 주식형은 수익률이 별로였다. 해외 주식형의 1분기 평균 수익률(0.2%)은 국내 주식형에 훨씬 못 미쳤다. 리비아 사태 등으로 유가가 치솟고 일본 등의 불안이 커지며 세계 증시가 출렁댔던 탓이다. 그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본 원자재 펀드와 러시아 펀드는 약진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1분기 최고의 수익을 낸 펀드는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였다. 1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산은자산운용 김호경 대표는 “유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사람들이 대체에너지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이 부각됐다”며 “대체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펀드 수익률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활짝 웃으며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12.1%)와 ‘KB러시아대표성장주’(11.4%)가 수익률 2, 3위를 차지했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팀장은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러시아 펀드는 강세였지만 인도와 브라질, 중국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브릭스 국가 간에도 수익률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지각 변동 조짐이 나타났다. 중위권 자산운용사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신생 자산운용사와 외국계의 선전도 눈에 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여전히 자산운용 업계의 절대 강자는 미래에셋이다.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24% 정도로 10% 내외인 2위권과는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1분기에만 2조479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대신 중위권 업체가 점유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1분기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규모는 한국투신(6851억원)이 가장 많았고, KB자산운용(6469억원), 삼성자산운용(6278억원)이 2, 3위를 차지했다. 신생사와 외국계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08년 설립된 GS자산운용은 1분기에 1009억원이 순유입되면 순유입 규모 9위에 올랐다. 자금유입 10위 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JP모간자산운용(5607억원·4위),알리안츠자산운용(3332억원·5위) 등 외국계가 4개사나 된다.

김후정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2009년 말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종료로 외국계가 주로 운용하던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줄면서 외국계 사이에 국내 주식형 펀드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계가 운용 인력을 늘리는 등 국내 주식형 펀드 쪽을 강화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소득세 15.4%를 매기고 있다. 국내 펀드 투자(매매차익)는 비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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