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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건설 중소기업 3인방 >> `대기업만 녹색경영 하나요?`

녹색건설 중소기업 3인방 >> `대기업만 녹색경영 하나요?`

▎녹색건설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중앙일보 주최로 지난해 9월 1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392010 녹색건설대상39 시상식.

▎녹색건설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중앙일보 주최로 지난해 9월 1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392010 녹색건설대상39 시상식.

요즘 건설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녹색건설이다. 오랜 건설경기 침체로 부도·법정관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녹색건설을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받아들인다. 녹색건설은 환경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설을 말한다.

녹색건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는 환경 규제와 산업 육성이라는 ‘투 트랙 정책’을 통해 녹색건설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주택인 그린홈 100만 호를 보급할 방침이다.

정부가 건설업계에 요구하는 기준은 상당히 높다. 당장 올해부터 정부가 규정한 창호·벽체 등 단열성능 기준이 기존의 2배로 높아졌다. 또한 60㎡ 이하 공동주택은 에너지 사용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이상 절감해 설계해야 한다. 60㎡ 이상 공동주택은 건물 에너지효율 1등급을 취득하거나 고효율 창호·벽체·보일러를 포함해 설계해야 한다. 2017년부터는 에너지 절감률 60% 이상이 안 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에너지 제로 주택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경제연구원인 지난 3월 발표한 ‘녹색건설의 국내외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절약형 녹색건설로 건축물을 시공할 경우 연간 최소 2조5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연구원은 가정·상업 부문 건축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10%만 줄여도 연간 2600만 배럴의 원유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입의 3%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2009년 기준)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는 녹색경영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정부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위원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기술의 개발, 기후변화, 삶의 질적 수준 향상 등으로 녹색건설이나 녹색건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녹색건설은 대기업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설산업 특성상 수많은 협력사와 공동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발코니 새시와 외부 창호를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면 난방비의 3.5~8%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건설자재는 대개 협력 중소기업이 공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대기업과 협력사가 협약을 맺고 녹색경영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10일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4개 대형 건설사와 40개 협력사가 ‘녹색경영 확산 지원 협약식’을 맺었다. 환경부는 “건설산업 특성상 관련 업계로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대기업과 협력사가 동참하는 녹색경영 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협약에 참여한 중소기업 3곳을 소개한다. 건축자재·기계설비·방수공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대기업 녹색경영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녹색경영을 실천한다는 점이다.

▎김기현 에스와이스틸 대표.

▎김기현 에스와이스틸 대표.

“문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잡았다”



에스와이스틸 고단열 문 등 특허 17건 확보

에스와이스틸은 아파트·주택 현관문이나 방화 유리벽, 발코니용 방화문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명성이 높다. 특히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단열문 분야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와이스틸은 지난해 2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한 ‘제1회 국가녹색기술대상’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4개 녹색기술이 선정된 이 상의 경쟁률은 10대 1이었다. 에스와이스틸은 고단열·고기밀성 문을 출품했다. 이 회사 김기현(50) 대표는 “일반 문에 비해 단열은 2.5배, 기밀성은 5배 높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와이스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고효율 건축자재 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고단열 문이나 창호는 거의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 수입했다”며 “외국의 선진기술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왜 저런 제품을 못 만드는지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에스와이스틸은 정부 R&D(연구개발) 과제를 적극 활용했다. 2004년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기능성 복합창호 시스템 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과제에 참여했다. 대기업이나 국책연구기관의 들러리를 선 것도 아니다. 2007년 12월부터 약 2년간 수행한 정부 과제는 자회사인 선양스틸이 연구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당시 현대산업개발과 LG하우시스 등이 이 회사가 주관한 연구 과제에 참여했다. 현재 에스와이스틸이 참여해 진행 중인 정부 R&D 과제는 여섯 개다.

이 회사는 정부 과제뿐 아니라 자체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김 대표는 “R&D에 매출의 몇 %를 쓰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있는 재산을 다 쏟아붓는 식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건축물인 ‘패시브 하우스’ 연구동을 지을 때는 땅을 직접 매입해 자체 개발한 건설자재로 건물을 올렸다. 김 사장은 “연구동 건물을 짓기 위해 건설면허까지 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반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누군가는 희생해야 외국의 선진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와이스틸이 보유했거나 출원한 특허는 17건이다. 이를 포함해 회사가 보유한 산업재산권은 국제특허 1건, 실용신안 13건 등 55건이다. 에스와이스틸이 만든 문과 창호는 LH공사, SH공사,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에 공급된다.

최근 2~3년간 매출은 130억~200억원대. 김 대표는 “고단열·고효율 제품 외에는 생산을 중단했다”며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건설자재 회사가 고단열·고효율 자재 시장에 뛰어들면 우리는 초고단열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스와이스틸은 최근 대구광역시와 ‘제로에너지 타운하우스’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부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패시브 하우스 보급 사업을 확대해 소비자가 에너지 절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심기석 세일이엔에스 대표.

▎심기석 세일이엔에스 대표.

“건설 폐기물 먼지 없이 치운다”



세일이엔에스 환경일지 작성해 폐기물 처리비용 감축

“건설현장에 방치된 폐파이프와 온갖 유해물질을 보면 건설현장만큼 환경을 오염시키는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견 건설기계 설비업체인 세일이엔에스의 심기석(56) 대표는 “현장을 보면 녹색경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며 “건설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친환경 경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친환경 경영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두말없이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세일이엔에스는 현대산업개발과 ‘그린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그린 파트너십은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협약이다. 심 대표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대기업만큼 녹색경영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고용하는 게 어렵다”며 “대기업과 협약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협약 이후 현대산업개발과 세일이엔에스 실무진은 매달 한 차례 모인다. 세일이엔에스는 이 모임 결과를 토대로 올해 초부터 ‘환경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전국 40~50개 건설현장의 담당자가 매일 발생한 폐기물 양을 작성해 본사로 보내면 본사는 환경일지를 바탕으로 폐기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 자료는 매년 폐기물 감축 목표를 세울 때 이용할 계획이다. 주먹구구식 환경경영이 아니라 녹색경영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 회사 이중길 품질·안전팀 실장은 “현대산업개발과의 모임에 직접 참석하며 친환경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은 세일이엔에스는 그동안 청와대 본관, 하이닉스반도체,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대학병원,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국내외 주요 기계설비 공사를 수행했다. 1998년에는 동탑산업훈장, 2005년엔 금탑산업훈장을 받아 전문건설업체로서 입지를 다졌다. 심 대표는 “세일이엔에스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배관공사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반도체 공사를 예로 들며 “반도체 공장 공사를 할 때는 먼지를 최소화하는 등 청결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40여 년간 쌓아온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경험 많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의 배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세일이엔에스는 지난해 매출 750억원. 올해는 900억원을 예상한다. 심 대표는 “국내 매출을 늘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인 심 대표는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다양화하고 친환경 경영으로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윤재원 세원방수 대표.

▎윤재원 세원방수 대표.

“기름 대신 물 사용하는 방수제 개발”



세원방수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마크 획득

모든 건물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자재 하나가 반드시 들어간다. 물을 막아주는 방수제다. 액체 상태의 고무로 돼 있어 일반인은 페인트라고 생각하기 쉽다. 천장이든 벽이든 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방수제를 바른다.

워낙 많은 양을 넓은 면에 덧칠하기 때문에 방수제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눈에 드러나지 않아 영향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대개 방수제는 기름으로 고무를 녹여 만든다. 이때 쓰이는 유성성분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세원방수는 3년 전부터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마크를 받은 친환경 방수제를 생산하는 회사다. 유성성분 대신 물로 고무를 녹여 쓸 수 있는 방수제를 만든다. 상온의 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공과정에서 방수제를 불로 지질 필요가 없다. 대신 방수제를 두껍게 바르기 위해 여러 차례 덧칠해야 한다. 그만큼 시공비와 시간이 더 들어가 번거롭다.

윤재원(58) 세원방수 대표는 “시공이 불편하다고 대대손손 영원히 남을 환경을 저버릴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윤 대표는 방수제 업계에서만 35년째 일해온 전문가다. 방수제 회사에 다니다 1999년 2월 세원방수를 설립했다.

세원방수는 물과 계면활성제, 그리고 몇 가지 연료를 섞어 만든 엠알존으로 아스팔트를 수용화한다. 화학약품과 함께 아스팔트를 분쇄해 넣고 물과 함께 중화소재를 넣으면 점차 수분이 증발하면서 방수제가 완성된다. 시공할 때도 완성된 제품을 수성 페인트처럼 물을 섞어 녹인 뒤 사용하면 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시공 이후에도 방수제는 계속 습기를 말려버린다. 일반 방수제에서 생기는 결로 현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아스팔트 엠알존을 만드는 회사는 전국에 세 군데뿐이다. 세원방수는 이를 생산하고 건물에 직접 시공까지 한다. 생산량은 업계 2위로 매달 50t 내외를 제조한다. 윤 대표는 “기름을 함유하지도,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거칠게 말하면 먹거나 묻어도 인체에 무해하고 독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중소기업도 환경에 대한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원방수의 사훈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기업’이다.

세원방수의 친환경 방수제는 일반 방수제보다 가격이 15~20%가량 비싸고 시공비도 더 들어가 가격경쟁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가격 외 경쟁력이 붙고 있다.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마크를 받으면서 각종 공공기관 건물이나 레저용 건설사업, 고급 주택 쪽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공공기관 신축에 친환경 자재 사용을 규정하는 등 해외시장도 열리고 있다.

세원방수의 매출은 80억원대다. 윤 대표는 “환경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다 보니 대기업 쪽 건물 물량을 받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 망하면 우리 모두가 망한다는 것을 정부와 기업 모두 나서 설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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