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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특허 소송으로 시간 벌기 나선 애플

[Company] 특허 소송으로 시간 벌기 나선 애플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이 확전일로다. 양측의 특허 분쟁은 지난 4월 15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고소한 데서 시작됐다. 애플이 문제 삼은 것은 이른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다. 외관상의 유사성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똑같은 제품으로 인식되도록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갤럭시S를 비롯해 태블릿PC ‘갤럭시탭’ 등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들이 검은색 직사각형 모양에 모서리 끝부분이 둥근 외관과 버튼이 최소화된 앞면 등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미리 알고 준비했었다”통화, e메일 설정 등 기본 기능의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모양도 문제 삼았다. 애플이 지적한 또 다른 부분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각 기능들이 구동될 때 나타나는 유저인터페이스다. ‘반대로 튕기기’ ‘밀어서 잠금해제’ ‘전자책 페이지 넘김’ 등에서 애플의 독자적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맞대응은 신속했다. 삼성전자는 약 일주일 뒤인 4월 21일 한국, 일본, 독일 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미국 법원에도 맞고소했다. 애플이 3G(3세대)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 기술과 PC와 스마트폰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터보 인코딩’ 기술은 휴대전화와 이동전화기지국이 데이터를 주고받다가 오류를 일으킬 경우 이를 인지하고 자동으로 수정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논리는 3G 이동통신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자사 기술을 애플이 허락 받지 않고 썼다는 것이다. 주요 통신기기 업체들은 개발한 각 기술들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으면 이를 서로 라이선스해서 사용하게 된다.

애플이 다른 업체에 소송을 건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대만 휴대전화 업체 HTC를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과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여기서 문제 삼은 20개 특허 대부분은 OS(운영체제) 구동 방식 및 UI와 관련되어 있다. HTC에 대한 제소가 사실상 구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HTC는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용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데다 별도의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는 구글을 건드리는 대신 휴대전화 업체들을 공격하겠다는 계산이다. ITC는 최근 이에 대해 HTC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가 없다며 사실상 패소 판정을 내렸다.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소송전을 벌여 견제하겠다는 게 애플의 의도라고 많은 전문가는 지적한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소한 혐의들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특징이다. 그리고 애플은 소장에서 ‘보여지는 느낌(룩앤필·look and feel)’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따라 한 모방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를 떠나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 전체를 모방 제품으로 포지셔닝시키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특허 침해로 고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핀란드 노키아와 약 10개월에 걸친 특허 분쟁을 끝내고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일도 있었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이체방크는 일시불로 6억 달러를 지급하고 분기별로 1억4000만 달러를 추가로 주기로 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모토로라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의 주장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이동통신 관련 기술을 무단으로 써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패소하는 와중에도 연이어 소송전을 벌이는 것일까? 무선통신 분야에서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등은 수십 년 동안 특허를 쌓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왔다. 이들 ‘올드보이’는 서로의 기술을 라이선스한다. 단지 서로 특허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 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만이 배타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으로 지정된 특허에 다른 기업에 배타적이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권을 줘야 한다는 ‘프랜드(FRAND·Fair, Reasonable, Non-Discri minatory:)’ 조건이 붙는 이유다.



애플의 전방위 특허 전쟁, 왜?반면 애플은 지난해 미국에서 불과 563건의 특허를 출원했을 정도로 축적된 기술이 없다. 휴대전화에 필요한 무선통신 기술에 대해 애플은 신참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아이폰4가 특정 부분을 쥐었을 때 통화가 끊기는 이른바 ‘데스 그립(death grip)’ 문제를 겪은 것도 무선 통신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키아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고 거액의 특허 사용료를 내기로 한 것은 대형 통신업체들이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애플 입장에서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애플의 전방위 특허 전쟁에 대해 몇 년이 걸리는 특허 소송으로 시간을 벌면서 그동안 이들 업체와 라이선스할 만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댄 버크 미국 UC어바인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애플을 소송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계속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구동에 필수적인 UI 관련 특허를 출원, 취득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숙적인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파산한 캐나다 통신 장비업체 노텔의 특허 6000개를 45억 달러에 사들였다.

애플이 쉽게 부품 공급처를 바꾸지 못하는 것 역시 삼성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애플은 지난해 모바일용 CPU, 메모리, LCD 등 6조1800억원어치의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했다. 그 가운데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용 CPU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설계한 A4(아이폰용), A5(아이패드용) CPU 생산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래픽 처리를 전담하는 프로세서인 GPU와 메모리인 DRAM 등 관련 부품을 결합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라는 패키지 부품 형태로 애플에 납품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아이패드2용 LCD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애플이 CPU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를 대만 TSMC 등으로 바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게다가 7월 15일 대만업체인 TSMC가 애플의 차세대 CPU인 A6의 시험생산에 돌입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모바일용 CPU 수탁생산 업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생산업체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되어 왔으나, 애플이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번 소송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쉽게 합의할 경우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삼성전자 제품을 ‘아이폰 짝퉁(copycat)’이라고 주장한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스마트폰은 예전의 시계같이 개인의 취향과 지위를 드러내는 제품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폰의 모방품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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