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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3분기 말까지 약세 이어질 듯

[Stock] 3분기 말까지 약세 이어질 듯

세상 참 복잡하다. 몇 달 동안 그리스 재정위기로 괴롭히더니 좀 해결되는가 싶으니까 곧바로 미국 부채한도 확대 문제가 등장했다. 그리고 표결과 동시에 초점이 다시 경기둔화로 넘어갔고 그것도 부족해서인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다. 이 조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도 70년 만의 하향 조치여서 금융시장에 오는 여파는 간단치 않다. 이렇게 여러 사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됐던 적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리스 재정위기, 미국의 부채한도 확대 같은 이벤트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경제 펀더멘털로 관점이 바뀐 것이다. 시장의 근본에 대한 의심이 제기된 만큼 재정위기로 주가가 움직일 때보다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동안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텐데 경제가 나빠진 만큼 시장 수준도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 카드 별로 없어금융위기 직후 사람들은 경제를 어떻게 전망했을까? 지배적 의견이 ‘저성장’이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선진국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어 어느 정도 회복은 되겠지만, 민간 부문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낮은 수준에서 옆으로 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가능성은 사라진 걸까?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됐다. 2분기 성장률이 1.3%에 그친 데다 애초 1.9%로 발표됐던 1분기 성장률마저 0.4%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둔화는 소비와 생산에서도 나타나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63.7로 전달의 71.5에서 후퇴했고, ISM 제조업지수는 50.9로 경기 확장과 위축의 경계인 50을 간신히 넘는 데 그쳤다.

경기부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가 지지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소득, 자산가격, 부채확대 등 소비를 결정하는 변수가 모두 만만치 않다. 소득이 늘어나려면 고용이 회복돼야 한다. 미국의 실업률이 10.8%까지 올라간 후 9.2%로 낮아졌지만 고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금의 저조한 일자리 창출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데 위기를 겪으면서 고용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인력을 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형태가 굳어져 위기 이후 고용 부진이 구조화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미국의 성장률이 4%포인트 둔화되는 동안 고용은 6%포인트 줄어들었다. 회복 시에는 성장률이 4.8%포인트 높아졌음에도 고용은 0.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미 저고용이 구조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높은 실업 아래에서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

자산가격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큰 자산이 부동산인데 미국 부동산시장은 더블 딥이 우려될 정도로 좋지 않다. 현재 보유 주택을 팔아도 모기지를 갚을 수 없는 주택이 전체의 20%를 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자산인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과 함께 재정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 남은 카드는 3차 양적완화 정도인데 2차 양적완화를 통해 해당 정책이 실물경기를 부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검증됐다.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면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의 향후 모습은 더블 딥도 소프트 패치도 아닌 저성장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뚜렷이 나빠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

선진국과 국내 경기가 따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아시아 역내 무역이 활성화됐다든지, 국내 내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지만 타당성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선행지수로 본 국내 경기는 이미 바닥을 쳤고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어느 정도 회복되느냐인데 1996년 이후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와 주가 동향을 보면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20년 동안 외환위기, 카드사태, 금융위기 등 격변이 많았다는 점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선행지수도 요동을 쳤다. 이런 상황이 세 차례나 이어지다 보니 투자자에게는 선행지수가 바닥을 치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상승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진폭은 경제가 비정상적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정상적일 경우 2003~2007년처럼 6~8% 사이에서 정점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행지수가 방향을 틀어도 인상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선행지수 전년 대비 수치가 13%포인트나 하락했지만 주가는 올랐다. 경기 외에 유동성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올해로 맞춰 해석하면 과거보다 선행지수가 가지고 있는 설명력이 약해져 이 부분이 주가를 책임지기 힘들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급락→반등→재하락 움직임 예상 시장이 요동쳤다. 주가가 2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주도주라고 했던 자동차, 화학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주식시장이 쇼크를 받으면 급락→반등→재하락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IT버블 붕괴가 본격화된 2000년 5~6월에 그랬고, 2004년 4중 중국 긴축 우려가 제기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례를 보면 OCI도 비슷한 모양으로 움직였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주가는 1900선을 밑도는 수준에서 급락이 저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짧은 반등이 있은 후 재차 하락해 이번 급락의 저점이나 이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진 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상으로 이 같은 약세 흐름은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도주가 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지면 이미 주도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얘기하는데 LG화학, 현대중공업 등이 이 한계를 넘었다. 남은 건 현대차가 중심이 된 자동차 주식 정도인데 관심이 많이 줄었다. 당분간 뚜렷한 주도주도 나오기 힘들다. 특정한 묶음 없이 여러 종목이 움직이는 산발적 흐름만이 예상된다. 이래저래 시장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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