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부터 대입 내신과 수능 체제가 전면 개편되면서 고교 선택 지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첫 적용 대상이었던 현 고1에 이어, 두 번째 적용 대상인 중3 학생들이 치른 2026학년도 서울 고교 입시에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권 15개 자사고 지원자는 전년보다 583명(8.4%) 줄어든 반면, 7개 외고·국제고 지원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15개 자사고의 2026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1.12대 1로 집계됐다. 2024학년도 1.25대 1, 2025학년도 1.22대 1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다. 같은 기간 지원자 수도 2024학년도 7255명에서 2026학년도 6369명으로 줄었다.꺾이는 자사고 기세내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치러진 지난해와 올해 고교 입시 모두 자사고 지원자는 감소 추세다. 현행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의 전환에 따른 부담이 자사고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권 15개 자사고 가운데 5개교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고를 제외한 세화고·양정고·세화여고·휘문고 등 4개교는 모두 강남·서초·양천 등 전통적 교육특구에 있는 학교들이다. 특히 강남구 휘문고는 일반전형과 사회통합전형을 합산한 평균 경쟁률이 0.50대 1에 그쳤다. 전체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반면 서울권 7개 외고·국제고는 상황이 다르다. 2026학년도 지원자는 전년보다 152명(6.3%) 증가했다. 지원자 수는 2024학년도 2290명, 2025학년도 2402명, 2026학년도 2554명으로 매년 늘었다. 평균 경쟁률도 1.48대 1→1.55대 1→1.65대 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7개교 모두 미달 없이 정원을 채웠다.외고·국제고는 그동안 문과 중심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주로 선택됐다. 상위권 일반고 상당수가 이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외고·국제고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8학년도부터 문·이과 완전 통합이 이뤄지면서 수능에서 사실상 계열 구분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외고·국제고 등 기존 ‘문과’ 이미지가 강한 학교에서도 수능 성적만 받쳐준다면 의과대학 등 자연계 학과 진학이 가능해진다. 대학 진학 경로가 지금보다 넓어지는 만큼, 2028학년도 대입 이후 이과 계열 진학자도 상당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자사고에 비해 외고·국제고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학교별로 보면 자사고 중에서는 은평구 하나고의 경쟁률이 2.62대 1로 가장 높았다. 이화여고(중구)가 1.45대 1, 신일고(강북구)가 1.34대 1, 배재고(강동구)가 1.30대 1, 현대고(강남구)가 1.20대 1로 뒤를 이었다.반면 세화고는 0.995대 1, 양정고 0.86대 1, 세화여고 0.85대 1, 경희고 0.77대 1, 휘문고 0.50대 1로 5개교는 모두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외고·국제고는 서울국제고가 2.12대 1로 가장 높았고, 명덕외고 1.79대 1, 대일외고 1.68대 1, 대원외고 1.62대 1, 이화외고 1.60대 1, 한영외고 1.51대 1, 서울외고 1.38대 1 순이었다. 7개교 정원 1550명에 2554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1.65대 1을 기록했고, 한 곳도 미달이 발생하지 않았다.사회통합전형에서는 자사고의 미달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권 하나고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자사고 모두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4개교 통합 기준 사회통합전형 모집 정원은 1135명이었으나 실제 지원자는 408명에 그쳐 평균 경쟁률은 0.36대 1이었다.학교별로 보면 휘문고(강남구)는 98명 모집에 5명만 지원해 0.05대 1에 불과했다. 세화고(서초구)는 84명 모집에 6명 지원(0.07대 1), 세화여고(서초구)는 84명에 11명 지원(0.13대 1), 양정고(양천구)는 84명에 13명 지원(0.15대 1), 현대고(강남구)는 84명에 16명 지원(0.19대 1)으로 모두 강남·서초·양천 지역 학교에서 사회통합 지원자가 극히 적게 나타났다.반면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에서 40명 모집에 51명이 지원해 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외고·국제고의 사회통합전형은 340명 모집에 30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89대 1을 보였다. 학교별로는 서울국제고가 1.38대 1, 대일외고가 1.08대 1로 정원을 넘겼고, 명덕외고 0.98대 1, 대원외고 0.82대 1, 이화외고 0.60대 1, 서울외고 0.60대 1, 한영외고 0.56대 1 등 5개교는 미달이었다.
학군지 쏠림은 심화종합하면 2026학년도 서울 자사고는 내신제도 개편에 따른 부담으로 지원자 수가 감소했지만 외고·국제고는 ▲문·이과 통합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기대감 ▲고교학점제 도입 효과 ▲문과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기존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이 같은 흐름은 일반고 재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 일반고 가운데 지역 내 상위권 일반고의 쏠림이 심화하고, 학교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목·자사고에 진학하는 것보다 해당 지역에서 ‘좋은 일반고’에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고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지 이동이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입 제도 변화와 고교 서열 재편 논의가 맞물리면서, 특정 학군에 대한 수요가 더 집중되는 구조적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