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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흔들리는 부동산, 부실한 최종병기

[Trend] 흔들리는 부동산, 부실한 최종병기

▎부동산은 인생 전체 자산관리에서 ‘최종병기’ 였지만 경기침체와 인구 구성 변화 등으로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사진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부동산은 인생 전체 자산관리에서 ‘최종병기’ 였지만 경기침체와 인구 구성 변화 등으로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사진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꾸었다. 부동산담보대출과 함께 줄이고 아껴서 마련한 저축으로 처음 내 집을 마련했을 때 많은 사람은 행복했다.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집주인과 이런저런 마찰에서 벗어나 내 이름으로 등기된 집을 갖는 건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꿈이고 가장 중요한 재테크 목표였다.

주택 특히 아파트는 우리나라 사람의 재테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주거수단인 ‘사는 집’이라는 의미 외에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라 자산을 증식해 주는 최고의 수단을 의미했다. 그리고 아파트는 인생 전체 재테크와 자산관리에서 최종병기였다.



하우스 푸어 갈수록 늘어입시를 위한 사교육에 많은 소득을 쏟아 붓고 있는 사람에게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따로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마지막 보루로 아파트를 이야기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져감에도 노후준비에 대한 대비책을 물으면 역시 답은 아파트였다. 은퇴 이후에 창업하거나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밑천도 아파트였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를 아파트를 줄이거나 팔아서 전세로 옮기면 자녀들 대학 보내고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사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그런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우리 주변에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이 많았고, 지난 10여 년간 아파트 가격은 많이 올랐다. 막강한 최종병기였던 부동산이 이제는 많은 사람을 가난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대출을 끼고 어렵게 마련했던 아파트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이자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제적·심리적 지위는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과연 최종병기로서 그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부동산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거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면 ‘부동산 불패신화’의 부활이 가능한지 예측할 수 있다. 주택가격을 상승시켰던 요인 중 하나는 공급부족이었다. 인구가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가 가정을 이루면서 주택 수요에 비해 주택 수는 부족했다. 하지만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주택보급률이 서울·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공급은 양적으로 충족됐다. 물론 주택공급률 100%가 더 이상 주택공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2010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5년 동안 전국적으로 가구 수는 145만2000가구 증가했고, 주택은 204만9000호가 추가 공급됐다. 가구 수 증가보다 훨씬 많은 주택이 공급돼 과거와 같은 공급부족에서 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여기다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과 지자체의 개발계획도 공급적인 측면에서 장기적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효수요 감소다. 생애주기 단계에서 주택에 대한 투자적 수요가 가장 많은 세대는 30대와 40대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한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이들이 30, 40대를 거치면서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의 30, 40대는 기본적으로 숫자가 줄었고, 가정을 이루는 비율도 줄었다. 무엇보다 실질적 소득 상승도 주택가격 상승에 훨씬 못 미친다. 주택가격 상승은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가능했다. 집을 사고 싶다는 소망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대출을 통해 유효수요자가 됐다. 하지만 지금 집이 없는 30, 40대 실수요자들은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더 이상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주택을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고, 그런 모험을 감행하기에는 장기적인 거시경제 전망이 너무 어둡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투자수요가 발생하기 힘들다. 과거 30여 년간 가구 수 증가보다 많은 주택공급이 이루어졌음에도 우리나라 주택 자가비율은 54%에 불과하다. 이는 주거 목적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통해 2주택 이상 보유한 가구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는 과거처럼 부동산을 통한 자산증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마련한 사람들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주거 목적 이외에 투자자산으로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들고, 부동산담보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더 이상 힘들게 유지하기보다는 최대한 손실을 줄이면서 처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투기수요, 투자수요는 더 이상 발생하기 힘들다.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아파트를 살펴보면 답은 좀 더 명확해진다. 지금 3억원을 가진 사람이 2억원을 빌려 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은행저축 이자율을 4%, 대출 금리를 6%로 할 때 3년 후 집값이 얼마나 돼야 이익일까? 3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3년 후 3억3759만원이 된다. 그리고 2억원의 3년간 대출이자는 3600만원인데 이 돈을 저축했다면 3745만원이 된다. 이 수익을 합치면 7504만원이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취등록세, 재산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합치면 기회비용은 1억원 가까이 된다. 그렇다면 이 집이 3년 후 6억원이 넘어야 이익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3년 후 20%가 넘는 수익이 가능하다면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어떤 전문가에게서도 얻기 힘든 수치다.



투기·투자수요 기대 어려워앞으로도 부동산에 대한 수많은 광고가 실수요자를 유혹할 것이고,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정부의 다양한 대책도 매력 있게 들려올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다시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집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삶을 가꾸어 가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곳이라면 다양한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무리해서라도 대출 받을 수도 있고, 줄이고 아껴서 대출을 상환해 가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방’을 노리는 투자로 주택을 구입하는 건 재테크의 최종병기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되는 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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