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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의 자녀 에코부머 소비스타일 - 나만을 위해 아낌 없이 돈 쓴다

베이비부머의 자녀 에코부머 소비스타일 - 나만을 위해 아낌 없이 돈 쓴다

신생아 수가 2년 연속 늘었다. 통계청이 2월 27일에 발표한 ‘2011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47만1400명으로 전년보다 1200명(0.3%) 늘었다. 2년 연속 증가세다. 통계청은 출생아가 늘어난 걸 인구구조로 설명한다.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부머 세대의 출산이 늘어서라는 것이다. 에코(echo·메아리)부머 세대란 1979~1983년 태어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를 일컫는다. 이 5년 동안 매해 77만~87만 명의 아기가 태났다. 이전, 이후 세대보다 인구가 두드러지게 많다. 이들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되면서 아이를 낳고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 3년 차로 접어든 이진영(32)씨는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한다. 그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486 컴퓨터를 접했다. 고등학교 때는 일본 농구만화 ‘슬램덩크’에 열광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게스나 닉스 같은 청바지를 입고 휴대용 CD플레이어로 서태지와 HOT 음악을 들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펜티엄 PC를 구입했다.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친구와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당구장으로 달려갔다. 저녁이면 친구들과 신촌 근처 바에서 수입산인 밀러나 호가든 맥주를 마셨다. 군 복무를 마친 2001년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졌다. 학점 관리와 토익 공부에도 공을 들였다.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는 1년간 휴학하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2010년 2월에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컴퓨터 자격증 취득과 영어회화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주말이면 취미 활동을 즐긴다. 1200만원의 할부를 끼고 구입한 SUV 승합차로 여가를 즐긴다. 지난해 8월 스마트폰을 구입한 그는 페이스북으로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새해 첫날에는 포털 사이트 재테크 카페 글을 유심히 살피며 올해 재테크 전략을 새로 짰다. 이씨는 “일만 하고 가정과 자기계발 등에는 소홀한 아버지 세대와 달리 직장에서의 성공과 개인의 행복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며 “결혼도 해야겠지만 나만의 생활을 더욱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표적인 에코부머 세대다. 에코부머 세대는 지난해 현재 526만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8%에 해당된다. 이들은 전쟁 직후 태어나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격변기를 거치며 생존경쟁을 벌여온 베이비부머 세대와 다르게 경제적·문화적 혜택을 고루 받았다. 컴퓨터와 친숙하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온라인 가상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한다.



내 집 마련 대신 월세로 편하게 산다베이비부머와 에코부머의 두드러지는 차이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었다는 점이다. 베이비부머가 지금의 에코부머 세대 나이 때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은 46.5%에 그쳤다. 에코부머 세대는 다르다. 여성 중 54.5%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에코부머의 41.7%가 월세를 산다. 전문가들은 에코부머가 국내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현재의 만족과 자기 위주의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모든 고생을 참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교통이 편하고 쾌적하면 월세 원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지은(34)씨는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진다면 내 집 마련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세나 월세에 살면서 여유 있게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가치관도 베이비부머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직장생활 6년 차인 김진영(33)씨는 최근 인터넷 재테크 사이트에 가입했다. 김씨는 월급을 주택자금통장과 여유자금통장, 보험통장, 노후통장 등 4개의 통장으로 분류할 정도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김씨는 “앞으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려면 부지런히 저축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벌써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기송 KB금융연구소 박사는 “베이비부머 세대 때는 은퇴 이후를 걱정했는데 이제 어떻게 돈을 더 모아 은퇴를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에코부머 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비와 유행의 주역이다.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이 대표적이다. 결혼건수는 2001년 35만9000건에서 32만6000건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순수 예식비용만을 합산한 웨딩시장은 2001년 10조원 규모에서 지난해엔 10년 만에 15조원대 시장으로 커졌다. 에코부머 세대가 틀에 박힌 예식이 아닌 나만의 위한 예식을 선호해서다.

휴가도 마찬가지다. 가족 단위 피서객으로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보다 해외 여행이나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국내 최초로 여성 전용층인 ‘레이디스 플로어(본관 22층)’를 마련했다. 여성만의 안락한 휴식을 목적으로 만든 레이디스 플로어의 객실은 꽃, 나무, 숲 등을 연상시키는 자연주의 컨셉트로 만들었다.

남성만을 위한 시설도 있다. 서울 하얏트 호텔은 4월 말까지 남성 전용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파크 클럽 맨스 케어’는 이 호텔 파크 클럽 스파와 남성 전문 화장품 브랜드 랩 시리즈가 함께 기획한 남성 전용 페이셜 프로그램이다.

여행 트랜드도 달라졌다. 인터파크투어는 자유여행 코너에서 1인 출발 상품을 모아놓은 ‘싱글 여행’ 카테고리를 최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상품과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다. 내일여행도 최소 출발 인원수에 구애 받지 않고, 출발 날짜와 도시에 상관없이 혼자라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금까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인 미혼 여행객의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어서고 있다”며 “1인 여행객을 위한 여행상품과 맞춤 숙박상품의 수요 또한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족 많은 에코부머 겨냥한 제품 속속 등장대형마트도 1인용 소량 포장이나 소용량 상품을 내놨다. 이마트는 당근·양파 같은 음식 재료를 3분의 1 분량으로 줄여 990원에 판매하는 ‘990 야채’를 선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체 채소 품목 매출의 20% 가까이 팔린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백화점에서 2월 10일부터 3일간 진행한 ‘리빙&웨딩가구페어’의 매출 중 1인 침대와 1인 소파, 1인 주방용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아이파크백화점 리빙관 장경환 점장은 “오피스텔·주상복합에 거주하는 1인 직장인 거주자가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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