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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리서치센터장과 차 한잔 - 지수 2300선 걸림돌은 고유가

[Stock] 리서치센터장과 차 한잔 - 지수 2300선 걸림돌은 고유가

코스피 지수가 2월 27일 1900선으로 밀려났다. 2월 8일에 2000선을 회복한 이후 소폭 오르내리다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나서다. 하지만 다음날 코스피 지수는 곧바로 2000선을 되찾았다. 유가가 안정을 되찾은데다 미국의 주택 지표가 괜찮게 나와 매수세가 살아난 덕분이었다.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IT업종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증시가 여러 대외 악재 속에도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외에서 돈이 많이 풀리면서 코스피 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듯유럽중앙은행(ECB)은 2월 29일 제 2차 초저금리 장기대출(LTRO) 입찰에서 800여 개의 은행에 5295억 유로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치 4000억~5000억 유로를 웃도는 규모다. 1차 LTRO와 합하면 총 1조 유로를 넘어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신용 경색 위기는 피했다”고 평가했고, 은행들 역시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규모 자금이 가계나 기업 등 민간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야 진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신중론 역시 만만찮다. 오히려 3년쯤 지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유럽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상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전 수준을 되찾은 것일 뿐 더 나아진다고 볼 명확한 근거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지금 세계 경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일 뿐 결코 좋지는 않습니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늘 주가가 더 오를 거란 기대가 커집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2200~2300선을 뛰어 넘어 더 치고 올라가려면 기업 실적이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거기까지 이어지기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고, 조금 멀리 본다면 미국의 민간 부문이 좀 더 살아나야 합니다.”

현재의 주가 상승은 돈의 힘이 작용한 결과란 것이다. 주가가 좀더 오르려면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나아져야 하는데 이른 시간에 이걸 기대하긴 힘들다고 본다. 유럽과 미국, 중국 모두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상승을 바라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일 뿐 깜짝 놀랄 만한 상승을 기대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며 “이럴 때 유가마저 더 오르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월 29일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가격은 배럴당 107.07 달러다. 두바이유도 배럴당 116.16 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는 120달러를 넘어섰다. 셋 모두 두 달 새 10달러 넘게 올랐다. 더구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당분간 유가가 떨어지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윤 센터장은 “유가가 120~130 달러 선을 넘어서면 세계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고유가 극복이 단기적인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윤 센터장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내린 데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재정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시장에 많은 돈을 풀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 경기를 떠받치던 2009년 때와 다르다”며 “그 때 돈을 많이 풀어 여러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중국은 수출과 고정자산 투자로 성장한 나라입니다. 올해도 내수와 소비 부문은 어느 정도 성장하겠지만 약간의 수출 둔화를 예상한다면 전체적인 성장률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규모 투자로 경기를 부양할 만큼 증시가 침체한 것도 아닙니다.”

윤 센터장이 꼽는 한 가지 위안거리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다. 그는 상반기에 가장 유심히 지켜봐야 할 지표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를 꼽았다. ISM 제조업지수는 1월 54.1에서 2월에는 54.6으로 상승했다. 제조업 지수는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민간부문이 활력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호재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계할 점은 있다. 그는 “제조업지수가 50대 후반을 넘어서면 과매도와 과매수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곡점 역할을 한다”며 “58~60정도가 되면 더 좋아지기는 힘들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이 활력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이 역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당장 주가가 크게 오르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적금이나 채권보다는 주식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나 유가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지나치게 금리가 낮은 채권보다는 주식이 낫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10% 이내의 현실적 목표를 정해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현대그린푸드·필라코리아 추천최근 윤 센터장이 주목하는 업종은 IT와 에너지다. 그는 최근 IT업종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기업 경쟁력이 뛰어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종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최근 주가가 빠르게 올랐지만 상승장을 이끈 몇몇 주도주를 제외하고 저평가된 주식도 많습니다. 덜 오른 주식 중에서 실적이 탄탄한 주식을 골라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적절한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은행·유통 등 내수 업종이 약세입니다. 강력한 정부 규제 때문인데 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긴 어렵지만 워낙 저평가돼 있으니 역발상 투자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추천주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이다. 그 밖에 CJ제일제당·현대그린푸드·필라코리아 등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홈쇼핑주 또한 그의 추천 대상이다. 그는 현대차 등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윤 센터장은 “최근 4~5년 간 가장 많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며 “미국과 중국의 회복이 본격화하면 업황 측면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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