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엔화 가치 약세로 돌아섰다 - 연내 달러당 90엔 될 수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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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엔화 가치 약세로 돌아섰다 - 연내 달러당 90엔 될 수도

[Stock] 엔화 가치 약세로 돌아섰다 - 연내 달러당 90엔 될 수도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5번의 강세와 4번의 약세 국면을 거친 엔화 가치가 다시 약세 흐름을 이어갈까.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선 엔화 가치의 향방에 따라 경쟁 관계인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엔화 가치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엔-달러 환율이 80엔을 넘었다.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계기는 일본은행의 유동성 공급 조치였다. 대지진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약세를 보이자 경기를 부양시킬 필요가 있었다.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섰는지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중요하다. 엔화 가치는 2007년 중반에 강세로 전환한 후 4년 넘게 동일한 흐름을 이어왔다. 2월에 저점을 찍었다면 그동안의 추세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1985년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달러화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내용의 플라자 합의를 한 이후 27년간 엔화 가치는 5번의 강세와 4번의 약세 국면을 겪었다. 플라자 합의 당시 엔-달러 환율이 250엔이었다. 현재 80엔 정도이니 전체적으로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다. 그러나 엔화 약세 국면 때는 내림폭이 컸다. 약세가 한번 시작되면 평균 31개월 동안 40% 가까이 가치가 떨어질 정도였다. 특히 이번 약세는 1995~2008년 사이에 있었던 약세 국면과 다르다. 이 기간 동안

엔화 가치는 100~145엔의 박스권에서 움직인 반면 지금은 70엔대 중반까지 후퇴한 후 반전하는 것이어서 복원력이 클 수 있다.



미·일 경제 격차 감안하면 약세 전환 당연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는 게 맞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1.0%의 마이너스 성장, 연간으로는 0.9%의 감소를 기록했다. 기존 소비·투자 부진에 이어 지난해 4분기에는 수출까지 감소하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됐다. 올해 일본이 1%대 중반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연초 상황을 감안하면 이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로 지난해(2.2%)보다 성장률이 높을 전망이다. 이미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매월 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35만건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역시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등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은 경제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일본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미국 경제는 조금씩 회복돼 양국간 격차가 벌어진다면 환율 변화는 피하기 어렵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점도 부담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무역흑자 국가다. 이런 명성과 달리 지난해에는 수출이 1.8% 감소한 반면 수입은 15%가 늘어나 2조50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는 1월에도 이어져 한 달간 적자가 지난해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데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화석연료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 상황도 만만치 않다. 무역수지 흑자로 거액의 외화를 축적하는 전통적인 일본의 성장 전략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엔화 가치 강세를 이끈 여러 요인도 약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화정책이다. 그동안 일본 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 모두 경기 부양과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취해왔다. 그 결과 일본, 미국, EU의 기준 금리는 각각 0.1%, 0.25%, 1.0%로 더 이상 낮추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늘린 자산 규모는 유럽중앙은행이 9463억 달러(EU GDP의 36.5%),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050억 달러(미국 GDP의 20.8%)인 반면 일본은행은 1864억 달러(일본 GDP 11.3%)로 상대적으로 작다. 양적 완화가 지난 10년 동안 일본은행이 사용한 중요한 통화정책 도구 중 하나였지만 대차대조표만 놓고 볼 때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 작은 수준인 것이다.



2월 초 76엔을 바닥으로 상승 중그동안 일본이 금리를 하향 조정한 부분이 거의 없고, 유동성 공급도 작았기 때문에 4년 넘게 통화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중앙은행은 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 한도를 10조엔 늘리는 유동성 공급 대책과 1%의 인플레 목표를 설정했다. 이 조치로 일본은 추가 양적 완화에서도 다른 선진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일본은 인플레 상승을 원하는 반면 다른 선진국은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어 추가 양적 완화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 일본은행은 65조엔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재 남아 있는 금액이 22조 엔으로 이번에 10조 엔의 유동성 공급을 제외하더라도 12조 엔이나 여유가 있다.

반면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2월 말 버냉키 의장은 의회 연설에서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피력한 반면 3차 양적 완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3차 양적 완화를 해야 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과 제조업 경기, 부동산 등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면 하반기에도 현재의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가치가 2월 초에 사상 최저치인 76엔을 바닥으로 반전해 80엔에 도달했다. 만일 엔화 가치의 약세 반전이 대세로 굳어진다면 올해 안에 90엔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5년 전부터 시작된 하락 과정에서 볼 때 100엔 이하에서는 약세를 저지할 만큼 의미 있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 약세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5년 동안 국내 기업이 누린 가격 우위가 약해질 수 있다. 엔화 가치가 90엔으로 올라간다면 절하율이 20%에 달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행인 점은 아직 시장에서 엔화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상당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제의 영향력이 커서 엔화 약세가 부각될 여지가 없었는데 그 혜택을 본 것이다.

재료의 부상 여부와 시점은 가격이 결정한다. 엔화가 불리한 쪽으로 계속 움직이다 한계점을 넘는 순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동안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 넘은 적이 많은 만큼 세자리 숫자에 도달해야만 한계점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에 대한 관심은 낯선 수치일 때 시작되는데 두 자리수 엔-달러 환율은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수준이다. 물론 기업별로는 그 영향이 빨리 올 수 있다. 대체 관계에 있는 기업이라면 엔화의 방향이 바뀌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100엔대에 접근해야 비로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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