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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부동산 정책 - 17차례 부양책에도 시장은 시큰둥

MB정부 부동산 정책 - 17차례 부양책에도 시장은 시큰둥

5·10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 정부는 대강의 내용을 언론에 흘려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강남 3구를 투기지역 지정에서 해제하는 것은 물론, 양도세 비과세 보유요건 완화,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등은 대책 발표 전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푸느냐에 모아졌다. 여기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주택협회 산하 연구소가 “DTI 규제를 풀면 가계부채가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지만,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한 전반적인 반대 여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이번 5·10 대책을 포함해 17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직·간접 정책을 포함하면 30여 차례라는 견해도 있다). 대부분 규제를 푸는 방향이었다. 2008년 집권 초기에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시행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아파트를 사도록 유인하는 수요 측면의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졌다. MB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6·11 대책 때 지방 미분양 아파트 취·등록세 50% 감면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8·21 대책), 강남 3구 외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전부 해제·양도세 감면 확대(11·3 대책),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3·16 대책), 무주택·1주택자 대출에 DTI 한시적 자율화·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2년 연장(8·29 대책), 주택거래 시 취득세 50% 감면(3·22 대책),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완화(6·30 대책),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추진·재건축초과이익분담금 2년간 부과 중지(12·7 대책) 등이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정책 효과는 미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경기의 후행지표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2년 2월 현재 전국적으로 1만2220호다. 장기 평균(2만5200건)의 절반 수준이다.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해 4분기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월에 전국적으로 5만4000호가 거래됐다. 전년 동기 대비 27% 정도 줄었다. 특히 서울은 -40%의 감소율을 보였다.



‘집값 오르지 않는다’ 인식 확산역대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이 급등하면 황급히 찬물을 껴 얹고, 시장이 냉랭하면 규제를 푸는 냉·온탕 정책을 펴왔다. 그때마다 시장은 출렁거렸다. 그런데, MB정부 때는 달랐다. 집권기간 내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고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다행스러운 정책 실패’라는 얘기도 한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했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면 서민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B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책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전세 대란을 부추겼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토지경제학』을 통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는 투기 수요를 부추겨 주택 매매시장을 부양하는 정책을 펴왔는데, 이것이 가계 부채 등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미래 집값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계속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007년 이후 순조롭게 연착륙하던 집값을 부양하지 않고 그냥 두었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적어도 미래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사라졌을 것이고, 매입수요도 늘어났을 것이다.’ 정부 정책이 오히려 비관적 전망을 키웠다는 얘기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MB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본다. KDI는 이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2011년 12·7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12·7 대책으로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돼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들이 보유한 아파트에 대한 거래제한이 풀리기는 했지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금융제한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강남 3구의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거래를 살리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정책 효력은 약했지만,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MB 정부 정책이) 수도권의 주택시장 회복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 거래량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올 1~4월 주택거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월 수준인 22만 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주택 거래가 예년 수준까지 회복됐다. KB국민은행이 전국 부동산중개업체 37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매도우위지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매도우위지수는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조사한 지수로, 매수자가 더 많으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오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매매시장 매도우위지수는 LTV·DTI 규제를 완화한 8·29 대책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다가, DTI 자율화 적용이 끝난 2011년 3월 이후 다시 내려갔다. 또한 정책이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지역에 먹히면서 지방 아파트 거래는 늘었고, 가격도 상승했다.

수도권을 포함한 아파트 거래 시장이 다시 썰렁해진 것은 지난해 3·22 대책 이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고, DTI 자율적용이 끝나면서다. 특히 올 1분기 상황이 안 좋았다. 계절적 비수기인 점도 있지만,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물론 근본적 요인은 따로 있다. 현재 아파트 거래시장은 전형적인 공급 우위 시장이다. 시장에 매물이 넘치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다.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최소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실수요·투자 목적 구매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아파트값이 더 떨어진 후에 사겠다는 기대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물 넘치는 데 수요가 없다

구매 능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더 이상 빚을 내 집을 살 여력이 없다는 뜻도 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지만 여전히 집값이 비싸다는 말도 된다. 정부는 5·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을 강조했다. 보도자료에는 ‘수도권의 경우 2011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문구가 나온다. 일부 언론은 강남 집값이 30% 떨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 사례다. 통계청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2% 정도 하락했다. 2008년 이후로 봐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보합이거나 약간 하락한 수준이다. 2010년 가구소득대비 주택가격배율(PIR)은 전국적으로 4.9배, 서울은 11배다. 11년 소득을 모두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연봉 5000만원인 가계가 5월 10일 기준으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13㎡를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23년이 걸린다. 비슷한 평형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사려해도 9년 걸린다.

정책 불확실성도 주택거래를 막는 요인이다. 양도세 중과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하고, 보유세와 취·등록세 감면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조세 부담에 혼란을 겪는 매수·매도자들이 대기 상태에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DTI 규제 완화 논란 더 거세질 듯이런 상황에서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는 않다. 대출 규제 완화, 주택소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등 임차인 지원 확대, 주택 매수에 대한 한시적인 특별지원 등이 일반적으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 때 묶어놓은 부동산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정부는 “집값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이라고 강조하지만,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정책이다. 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 지지는 가계대출 부실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고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통해 가계의 차입 수요 축소를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시행으로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시장규제가 정상화됨으로써 주택거래가 시장기능에 따라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주택거래가 회복되면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데 모인다. 이번 대책 효과는 강남 3구의 재건축과 중소형주택, 분양권시장, 신규 분양시장에서 가장 크고 확실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나머지 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중론이다.

만약, 이번 정책이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경우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논란은 더 거세질 게 뻔하다. 이번 대책 발표를 앞두고, 일부 부동산학자나 건설·주택 관련 연구소에서는 LTV와 DTI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고, LTV도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대출 규제를 풀어도 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은 약 47%다. 주요국 60~8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 제도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쓰는 돈은 자기자금이 50% 이상이다. 주요국 10~3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자기자금 중 상당 부분은 부모에게서 받거나,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LTV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낮은 게 아니다.

일단 정부는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재완 장관은 5·10 대책 발표 직후 “가계부채 걱정 때문에 LTV와 DTI 전면 규제 완화는 이번 대책에 담지 않았다”며 “가계부채를 우려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번 대책이 괜찮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은 “DTI 완화는 부동산시장에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향후에도 DTI 완화 또는 폐지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정책국장은 “가계 부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DTI 완화와 관련한 추가 논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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