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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증시 프리보드 유명무실

제3의 증시 프리보드 유명무실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2005년 개설된 금융투자 상품시장인 ‘프리보드’가 유명무실해졌다. 프리보드의 지정 법인 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인 날도 속출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달리 자금조달시장으로서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25일 현재 프리보드 지정 법인수는 50개로 2005년 시장이 개설된 이후 가장 적었다. 프리보드는 2005년 7월 지정 법인 60개로 출발해 2010년 12월에는 71개로 늘었지만, 그 후 꾸준히 줄었다. 올해 거래대금 현황을 살펴보면 1월에는 하루 평균 2억1000만원이었다.

그러나 2월과 3월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20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4월부터는 아예 1억원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600여만원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9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5조2000억원, 2조7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이 같은 부진한 거래마저 소수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9월 거래량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웰스킨씨앤에프의 월 거래량이 9월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62.3%였다. 나머지 2∼9위 기업의 거래량 비중은 한자릿수였고 10∼20위 기업은 0%대의 거래량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이라 소규모 벤처기업에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합쳐 2007년 5523억원이었던 자금 조달액은 2009년 55억원으로 급감했다가 2010년 53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자금 조달액은 202억원이었으며 올 들어 10월까지 239억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대기업 계열사가 프리보드로 들어와 한 번씩 유상증자라도 시행하면 자금조달 규모가 급증한다”고 말했다.

프리보드가 이처럼 제자리를 잡지 못한 건 출범 이후 7년 동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들이 주로 지정되면서 퇴출시장이란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기업 경영활동도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4월에 금융위원회가 프리보드와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치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프리보드 기능은 더욱 위축됐다.

금융위원회는 코넥스와 프리보드의 역할을 차별화하는 대신 코넥스 중심으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프리보드를 단독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코넥스와 큰 틀에서 프리보드의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프리보드와 비슷한 역할을 할 코넥스가 올해 생길 예정이어서 프리보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프리보드의 상대매매 방식 대신 경쟁매매 방식으로 추진되는 코넥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대매매는 매도 측과 매수측이 일대일로 수량과 가격 등을 합의해야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으로 적정가격이 형성되기 어려워 거래가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경쟁매매는 다수의 매도 측과 매수 측이 서로 경쟁해 매매가 성사된다. 현재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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