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ck - 주가 2050선 뚫긴 어려울 듯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우선 리스크 개선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가 타결될 경우 불안 심리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좀 더 상승할 수 있다. 아직까지 민주-공화 양당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국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떤 형태로든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리스 구제 금융 타결과 함께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선진국 경기 회복의 증거가 발표되고 있는 점이다. 선진국 경제 선행지표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표가 한 번 상승을 시작하면 최소 6~8개월간 추세가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까지 주식시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제조업 부진과 서비스업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생산을 줄여왔기 때문에 제조업은 약세를 면치 못했었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은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상승을 지속하고 있었다. 향후 미국 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을 회복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견조한 수요가 결국 제조업 생산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인데, 그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11월에 미국의 내구재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경기 회복 시기에 맞춰 구매가 활발해 지고 있다는 증거다.
악재보다는 호재 많아세 번째는 유동성 확대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월간 450억 달러의 국채를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12월에 종료되는 2,670억 달러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대체하기 위해서인데, 이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미국의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재정 절벽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자리잡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회의 직후 연준이 재정절벽 문제를 다룰 힘이 없다고 얘기했다. 정치권에서 합의를 내지 못할 경우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해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 발언이다. 이런 충격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부터 미국 중앙은행이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부채권(MBS)과 국채 450억 달러를 합쳐 총 85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매월 사들이게 된다. 높은 강도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시행된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 부분이 국제적인 환율 전쟁과 인플레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에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다.
상황 개선에도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먼저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수급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주가가 바닥을 기록한 11월 15일 이후 외국인과 국내 연기금이 각각 2조원과 1조 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일부 중첩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순매수 역시 4조원을 넘었다. 이렇게 여러 주체가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섰고 그 힘으로 주가가 끌어올려졌다는 사실은 반대로 수급에 변할 경우 주가가 요동 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기금은 해가 바뀐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매수를 계속할 지 의문이다. 작년에도 연기금은 11월 중순 이후 한달 반 동안에 2조4100억 원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2012년이 시작된 후에는 한달 반 동안 거꾸로 1조 1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현재 매수는 다분히 연간 계획 물량을 채우기 위한 계절적 수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수를 결정하는 요인 중 설명력이 가장 높은 게 선진국 시장 동향이다. 국내외 금리가 바닥에 도달함에 따라 시중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런 구조에서 파생된 거라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반면 순환적인 형태라면 외국인 매수는 선진국 주가에 따라 늘고 줄어드는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수급은 절대량 이상으로 변화량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연기금과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 경우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에 직면할 수도 있다.
상승 과정에서 대형주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점도 부담이 된다. 이번 상승의 특징은 삼성전자와 기타 종목간 차별적 흐름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틈을 벌려 주면 이를 이용해 다른 종목이 오르는 형태의 연속이었다. 이런 구도로 인해 철강, 화학, 조선은 물론 금융에 이르기까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던 종목들이 반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대형주의 상승률이 반등의 한계선인 20%에 육박했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가격이 낮다는 점 외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
수급과 종목 동향 이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은 높은 주가다. 종합주가지수가 한 달 사이에 150포인트나 올랐다. 미국 다우지수도 다시 1만3000포인트를 넘었고 독일 시장은 연초 대비 30%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높아 웬만한 호재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인데 가격에 대한 부담이 다른 호재들을 압도할 수도 있다.
경기 회복 속도 느려당분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목표점은 연중 최고 수준인 2050선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시장은 1800~2050선의 박스권에서 마무리되는 형태가 된다. 평균값 1900선을 기준으로 할때 연중 등락 폭이 15%에 지나지 않는 이례적인 형태가 된다.
박스권을 뚫고 나가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현 주가에 개선요인의 상당 부분이 반영돼 있어 이벤트에 의한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성탄절 이전에 미국의 재정절벽이 극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40개월 이상이 흘렀다. 평균적인 순환 주기상 이미 경기 회복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한다. 그래도 시장이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건 경기 회복 속도 때문이다. 정부가 전력 투구를 했음에도 회복 속도가 과거 침체기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강한 믿음을 주기에 미흡한데, 이런 사정 때문에 상승이 박스권의 상단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흥분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유동성이 있는 한 주가가 떨어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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