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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한국 증시 당분간 왕따?

Stock - 한국 증시 당분간 왕따?

미국·유럽·중국·일본은 상승세…외국인·프로그램 매도에 정체
일본 증시는 아베 정부의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어 수출주 주도의 오름세다.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판단 근거가 많은 만큼 생각이 다르고, 이런 차이가 주가로 나타난다. 지금은 어떤 때보다 가격에 대한 판단이 양분돼 있다. 주가가 1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는게 이 사실을 증명한다. 균형이 어떤 방향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주가수익 비율(PER)은 8.7배다. 지난 12년 동안의 평균이 9배인 점과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국제 비교는 좀 더 긍정적이다. 지난 3년간 국가별 PER을 보면 우리나라가 7.9~10.6배로 현재 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평균 PER은 10~14.1배였다. 지금은 12.2배로 최저와 최고의 중간이다. 우리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 주가수익비율 상대적으로 낮아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5년간 대부분 국가의 PER이 하락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PER은 금리와 성장률의 관계로 형성되는데 성장이 더디다 보니 PER도 떨어진 것이다. 또 하나는 이익에 대한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기업이 많은 이익을 냈지만 질적인 부분은 좋지 않았다. 지난 4년간 영업 이상으로 비용 절감이 이익 증가 요인이 됐는데 투자자들은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런 한계에도 PER이 과거보다 낮다는 사실은 투자자의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똑같은 논리가 자산에도 적용된다. 코스피 지수가 1800포인트대 중반으로 내려가면 상장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작아진다고 한다. 주가는 자산 가치에 현재 영업 부분을 더해 만들어지는데, 시가총액이 자산보다 작다는 건 영업가치를 0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볼 때 시가총액과 자산가치가 같아지는 수준이 주가의 하한선이 되는데, 현재 주가와 차이가 200포인트 밖에 되지 않는다.

실적에 대한 평가가 주가 상승 요인이라면 경제는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2012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비 0.4%, 전년 동기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도 좋지 않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4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치면 우리 경제는 7분기 연속 분기별 성장률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계절적 효과가 가미된 2011년 1분기를 제외하면 그 기간이 10분기로 늘어난다. 과거 어떤 경우도 우리 경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적이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엔 침체가 심했을 뿐 0%대 성장 기간은 1년에 지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인 금융위기 때 역시 그 기간이 5분기에 그쳤다. 최근 낮은 성장은 높은 주가와 맞물려 우리 시장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 50개월을 넘었다. 1990년 이후 미국 경제는 한번 상승세를 타면 6~7년에 걸쳐 추세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시간상 회복이 중간 정도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상승 속도다. 1990년대 회복기에 평균 성장률은 3.2%였다. 2000년 IT 버블 이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는 2.6%로 떨어졌다. 지금은 2.2%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베이스 효과로 성장률이 높았음에도 이후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평균이 낮아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낮은 2%대 초반의 성장률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 대부분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고주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상승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물린 때문인지 주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한해 코스피 지수 오르내림 폭이 250포인트사이에 머물더니, 올해는 개장 후 20일이 지나도록 변동 폭이 50포인트 넘지 못하고 있다.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 시장이 강하게 오르고, 선진국 시장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1분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균형이 깨질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미국의 2차 재정절벽 논의조차 시장의 시험을 한번 거친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주가 동조화가 약해져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야 주가 변동이 커질 텐데 아직 그걸 기대하긴 이르다.

답답한 시장 상황은 개별 종목도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15일부터 주가가 상승했다. 이 시점 이후 종목별 등락률을 보면 이전과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130만원에서 150만원대 중반까지 상승하는 동안 화학·조선·철강주도 비슷하게 올랐다. 두 달간 주가상승이 특정 종목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이루어진 셈이다. 상승 논리 역시 다양하다.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화학을 비롯한 소재주가 오르는가 하면 원화 강세로 내수 관련주가 상승했다.



주가 상승 종목별 순환매에 그쳐아쉬운 점은 경기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종목이 주도주로 올라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가는 경기 전환이 이루어진 초기와 경제 지표의 변화가 빨라지는 시점에 본격 상승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 관련주나 내수주의 강세가 좀 더 이어졌어야 했다. 평균 상승 폭이 20% 정도에 그쳤는데 이는 반등 때 일반적으로 오르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호재가 있는 종목도 시장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저가 매력이 사라지면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순환매 형태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주도주가 부상하지 못한 데에는 수급 원인도 있다. 지난 두 달간 상승은 선진국 경기 회복 기대과 수급 호전이란 두 축이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 매수가 5조원 가까이 들어온데다 프로그램 순매수가 8조원 정도 유입됐다. 새해 들면서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가 출회하고 있다. 양이 많지 않아도 수급의 방향이 바뀌면 당장에는 시장에 충격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주가 정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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