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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반 박자 늦게 투자하라

Money Tech - 반 박자 늦게 투자하라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통신·음식료 관련 종목 지켜볼 만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돈 풀기’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됐다. 어떤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시장 분위기도 급변했다.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같은 자본시장 환경에서는 상황을 천천히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병든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고 병이 다 나았다고 할 수 없다”며 “경기 회복 분위기가 나타나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본부장은 LG투자증권과 LG투자신탁운용의 주식운용팀, 델타투자자문(현 LS투자자문)을 거쳐 2006년부터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했다.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를 7년째 맡아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키웠다.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는 최근 3년간 34%의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남 본부장은 2009년 일본 노무라자산운용이 한국물 위탁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을 선정하면서 담당 펀드매니저로 지목됐을 만큼 해외서도 뛰어난 운용능력을 인정 받았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속을 뜯어 보면 3~4년간 같은 내용이다. 세계 각국의 ‘돈 풀기’다. 2009년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풀렸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 효과가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가 계속 문제로 남을 것이다. 지금 경기 부양 효과는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고 국지적으로 김만 모락모락 나는 형국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논의가 한창이다.

“양적완화의 종료는 당장 시행하는 게 아니라 1년 이상 걸리는 과정이 될 것이다. 여론이나 시장의 반응을 보며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과거 양적완화 논란 때도 유럽 국채금리, 일본 국채금리와 주식시장, 동남아에서만 영향을 받았다. 양적 완화에 따른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각국의 국채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데.

“앞으로 국채 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본다. 상황이 급변하진 않을 것이다. 조심할 때 사고는 안 터진다. 지금은 모두가 아주 조심하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 전망은 어떤가?

“국내 산업에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미국은 의외로 경기가 빨리 살아나는데 우리 수출 비중이 큰 중국은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 특히 중국에 파는 중간재 수출이 원활하지 않다. 그것과 관련된 종목은 중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혜택을 나중에 받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수출이 그쪽에 치중돼 있어 시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반기 유망 업종은?

“내수주의 전망이 여전히 좋다고 본다. 내수주는 5~10년 정도 바닥을 다졌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나아졌다. 특히 통신·음식료 부문은 투자할 만하다. 이에 비해 경기 민감주나 산업재는 경기 사이클을 탄다. 확실한 반등이 나오려면 연말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등락이 많은 종목보다는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 혁명에 따른 생활의 변화, 인구 구조상 발생하는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이익의 구조가 바뀌고, 그걸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 쥐고 있어야 한다.”

이미 그런 투자법이 자리 잡지 않았나?

“이익 성장의 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시장에 나온 관련 상품의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런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시장 참여자나 돈을 맡기는 투자자들이 ‘느려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하는 듯하다. 예전처럼 돈을 넣으면 금방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 아니고 차별화된 운영 틀을 갖고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

투자자가 그런 인내심이 있으면 운용하는 입장에서 편할 듯하다.

“더 힘들다. 기업의 성장 곡선이 완만해지면 결과의 차이가 더 눈에 띄고 경쟁이 치열해진다. 차별화된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지 않으면 바로 죽는다. 결과물의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아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이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도 훨씬 어렵다.”

삼성운용의 실적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의 변화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더 관심을 둔다. 하루하루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게 분석과 의사결정의 기본 방향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향식(Bottom-up) 분석’으로 접근한다. 하향식도 참고할 사안이긴 하지만 결론이 흐지부지할 때가 있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산업의 변화, 그 산업 안에서 움직이는 기업의 변화에 눈과 귀를 모아야 먹을 게 있다. 기업의 턴어라운드 시점을 예측하는 핵심은 팔로업(follow-up)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20~30년 넘게 팔로업을 해야 회사의 민감도나 변곡점에서 일어날 일을 잡아낼 수 있다.”

개인투자자에겐 쉽지 않은 방식이다.

“개인투자자는 가장 많이 움직이는 종목에 관심이 많다. 그런 걸 멀리 하라고 말하고 싶다. 주가의 변동성이 작고 둔감한 종목을 골라야 한다. 기관투자가가 오히려 변동성이 큰 종목에 손을 대고 개인투자자는 변동성이 작은 곳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연평균 5~10%의 성장률을 5년 정도 이룬 회사를 추리고 자신과 연관된 산업을 정리해보길 권한다.

전문 분야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오히려 금융회사보다 맥락을 더 빨리 파악할 때도 있다. 오래 전에 아는 분이 하이닉스와 호남석유화학 두 종목을 샀다. 하이닉스는 금융회사의 추천으로 샀고, 호남석유화학은 본인이 석유화학 회사에 다니니까 그 회사 분위기를 알고 샀다고 했다. 10년이 지나 하이닉스 주가는 그대로였는데 호남석유화학은 10배 이상 올랐다.”

개인투자자가 참고할 게 있다면.

“정책 얘기를 계속 했지만 그것에 휘둘려 투자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정책이 나오고 3~6개월 지나 실물경제에서 실제로 뭔가 변화가 일어난 후 포트폴리오를 바꿔도 절대 늦지 않는다. 늦더라도 방향을 잘 잡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반 박자 늦게 투자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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