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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코스피 지수 박스권 하단 머물 듯

Stock - 코스피 지수 박스권 하단 머물 듯

1800선 오르내릴 전망 … 채권 가격도 높아 혼란 우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배경이다. 버냉키 의장은 6월 19일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경제가 전망대로 회복된다면 올해 말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혀 출구전략을 구체화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1분기까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는 자산 매입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애초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가거나, 장기 물가 전망이 2.5%를 넘으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방침도 바꿨다. 실업률과 물가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출구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따라서 미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실업률 수준이 7%대로 높아질 수 있게 됐다.



돈의 힘으론 오른 주가 돈 빠지니…물론 주가가 하락한 표면적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게 맞다.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7개월 동안 주가가 유동성 때문에 상승한 영향이 크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 올리다 보니 주가와 펀더멘털 사이에 격차가 커졌다. 이 부분이 어떤 계기를 만나면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거다. 그 계기는 6월 초 일본의 주가 하락과 FOMC 결과였다. 이렇게 보면 하락이 진정되는 건 주가가 경제에 맞는 수준을 찾아간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하반기 주식시장의 논점이 분명해졌다.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을 감수하면서 양적완화 축소를 계속할 거냐 아니면 금융시장이 불안하니까 축소를 중지할거냐로 모아진다. 현재 판단으로는 실물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불안에도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정책 결정에서 금융시장이 고려 대상이 아니다. 두 가지 점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주가가 높아 완충지대를 충분히 확보했다. 여기에 지금 금융시장을 적절히 제어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판단까지 감안했다.

채권을 예로 들어 보자.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부실기업이 발행한 채권인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 투자가 대유행이었다. 금리가 사상 최저인 4.7%로 떨어져 어지간한 정상 기업의 금리와 맞먹을 정도였다. 과열 양상이 아닐 수 없다. 국채를 비롯한 우량 채권도 마찬가지다. 너무 오랜 시간 채권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은 금리가 급변할 경우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이를 조기에 안정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금융시장 변동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럼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주가는 어떻게 될까? 우선 당분간 하락이 불가피하다. 정책이 바뀐 초기여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정책에 적응하면 변화 폭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이후 박스권 하단인 1800선까지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지난 7개월간 선진국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유동성이었다. 이번 양적완화 축소 발표는 이런 상승 동력을 직접 건드린 변화였다. 핵심이 타격을 받은 만큼 약세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다. 아직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빠졌다는 증거가 없다. 다만 애초 2분기 8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던 휴대전화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전망만 있다. 그래도 10조원의 분기 이익을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로 본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을 쳤다. 그동안 주가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는 이익 수준 이상으로 이익 변동성에 민감한 주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최고나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날 때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가가 변하는 초기에 항상 많은 얘기가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2000년 7월 13일 삼성전자 주가가 39만4000원까지 올라갔다. 2000년 4월에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고 코스피 지수가 그 해 1월 4일 고점 이후 41%나 하락했는데도 삼성전자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당연히 삼성전자에 대한 낙관론이 만연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당시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본격 보급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이익도 뒷받침됐는데 2000년 3분기 영업이익이 2조1770억원으로 1999년 3분기에 이어 두번째로 분기 이익이 2조를 넘었다.

그 해 6월 미국에서 반도체는 진폭이 큰 사이클 산업인데 지금이 가장 좋은 상태여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후 업종 경기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고 주가는 7월 13일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10월 18일에 12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석 달 사이에 70%가 주저 앉은 것이다. 영업이익은 2000년 4분기에 1조4610억으로 줄었다 2001년 1분기에 다시 1조6000억원대를 회복했지만 2001년 하반기 반년 동안은 불과 1000억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초라해졌다.

1995년도 여기에 해당한다. 주가가 18만원으로 올랐다가 1년 사이에 4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무려 78%가 하락했다. 1995년은 세계 반도체 역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 호황기였다.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개발했는데 기존 메모리 용량으론 구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4메가 D램 반도체 가격이 48달러로 올라갔다.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조 단위의 순이익이 발생한 게 그 때였고, 그 기업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주가도 안정적이지 않아내리막은 곧바로 찾아왔다. 1995년말 공급 과잉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1년도 안돼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급감해 1995년 하반기 1조8050억이었던 영업이익이 1년 후에는 3430억원으로 줄어든다. 당시 연간 3000억대 이익은 반도체에선 전혀 이익이 나지 않고 가전부문에서 어렵게 이익을 거두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향후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최고의 기업인 걸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세계적인 기업인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지만 주가는 기업만큼 안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외국계 보고서 하나가 삼성전자 주가를 흔든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설혹 그 영향이 있다 해도 지금이 그게 먹히는 환경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주가는 결코 단순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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