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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사태로 혼란 가중 … 신용등급 BBB 이상 투자해야



9월 30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구입한 1만6000여명이 투자금 5000억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CP(Commercial Paper)란 기업이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어음형식의 단기 채권을 말한다. CP의 만기는 1개월, 45일, 3개월과 6개월, 1년 등이다. 6개월짜리 기준으로 금리는 평균 6~8%대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CP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혔다. CP금리는 정기예금 평균(연 2.75%)의 3배 수준인 연 7∼8%에 달한다. 여기에 조기상환청구권까지 붙어 안정성까지 갖췄다. 다만 CP는 무담보 채권이기 때문에 변제순위가 낮다. 만약 법원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투자금을 대부분 떼일 가능성이 크다.



CP 발행 올 들어 9조7000억원 늘어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의 CP 발행 잔액은 36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9조7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다. 주식보다 안전하고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인기를 얻었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다.

특히 올 들어 건설회사의 장기 CP 발행이 많았다. GS건설은 올 초 8000억원을 발행했다. 이후 대림산업(3000억원)·롯데건설(3000억원)·삼성물산(2000억원)·신세계건설(1000억원) 등도 잇따라 CP 발행에 나섰다. 올 들어 건설회사가 발행한 장기 CP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로 CP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CP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7~8%의 높은 금리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금리가 높아 ‘대박’인 줄 알았던 CP가 왜 ‘쪽박’ 상품이 됐을까. CP는 기업들이 쉽게 발행할 수 있다. 회사채 발행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CP는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금융회사가 고객의 위탁을 받아 CP 등에 투자한 뒤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에 편입되는 경우에만 증권신고서를 낸다.

여기에 주로 1~3년 장기물인 회사채와 달리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고 발행할 수 있고 발행 한도도 없다.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발행자 요건과 최저 신용등급에 대한 규제까지 없어져 회사 재무상태를 공개하지 않아도 CP를 발행할 수 있다. CP는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살 수 있다. 금융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증권사에서는 최소 1억원 이상, 은행에서는 최소 1000만원 이상 있어야 CP를 살 수 있다.

동양그룹이 근근이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매일 CP를 발행해 모자란 자금을 돌려 막았기 때문이다.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네트웍스 5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신청 전 1주일 동안 1081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수요만 있으면 무한정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능한 만큼 이 점을 노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종종 발행한다”며 “안전한 고수익 상품 같지만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비상장기업이라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CP 사태는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게 2011년 불거진 LIG건설 사건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부실이 심해지자 LIG건설이 2010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1874억원어치 CP를 발행했다. 지난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도 법정관리 신청 전인 7월 1000억원대의 CP를 발행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CP 같은 상품은 금융지식이 많은 투자자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파는 증권사의 주요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 4월 개인투자자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최소 가입 금액을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수익률 높다는 건 리스크도 크다는 뜻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CP 투자자는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동양그룹 CP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를 했다며 금융감독원에 피해신고를 했다. 이미 1800여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권사에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

LIG건설의 경우 현재 일부 고령층 투자자에 한해서 고등법원이 CP 판매사인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3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최종심에서 회사채·CP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분석을 잘 하지 못하는 개인이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가 등급을 꼭 참고해 투자 가능한 등급인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해당 상품의 신용등급을 반드시 살펴보고 무조건 높은 수익률만 쫓지 말라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반기나 분기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CP 운영과 상환 자금 내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신용등급도 등급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전망까지 살펴야 한다. CP의 신용등급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와 한국거래소 채권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는 상장된 회사채만 조회 가능하며 금융감독원 사이트에서는 상장되지 않은 종목도 조회 가능하다.

기업신용등급은 AAA, AA, A, BBB, BB, B 등의 순으로 D까지 이뤄져 있다. 각각 +, - 부호를 붙여 차이를 표시한다. 최상등급이 AAA+이며 AAA와 BBB 등급까지가 투자적격 등급이다. BB+등급 이하부터는 투자부적격 등급인 투기등급이다.

올해 CP 발행이 많았던 건설업종의 신용등급은 하향 추세다. 1분기 실적이 하락하면서 GS건설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현대산업개발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 됐다. 김상만 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불황인 건설이나 해운, 조선업종을 제외한 A등급 수준의 CP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기상환청구권 채권이나 투자신탁 가운데 만기가 정해진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만기 전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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