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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ONLINE DATING SERVICE - 인생은 짧다, 바람기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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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들의 혼외관계를 알선하는 사이트가 급성장하자 대형 금융사들이 군침을 흘리며 몰려든다
외도 알선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창업자 노엘 비더먼.



뉴욕의 5성급 맨더린 오리엔털 호텔 35층. 구치 패션 차림의 여성들이 연한 황금색 안락의자에 앉아 턱없이 비싼 칵테일을 홀짝인다. 그들의 그림자 속에 노엘 비더먼(41)이 거품 나는 음료수 잔을 어루만지며 홀로 앉아 있다. 외도 알선 서비스로 놀라운 성공을 거둔 웹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창업자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색바랜 메릴 트래킹화와 청바지 차림에 주름진 존 바르바토스 셔츠를 겨우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유명한 뉴욕 헤지펀드로부터 방금 5000만 달러를 확보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금융회사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투자다. 뺨에 수염이 거뭇거뭇하고 눈 밑에 다크 서클이 달려 있다. 애슐리 매디슨을 이용하던 아내의 e메일을 방금 발견하고 낙담한 영혼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녀가 몰래 만나던 정부와의 밀회 약속을 확인하는 메시지가 담긴 메일 말이다.

실상 비더먼이나 10년 가까이 그와 살을 맞대온 부인 아만다는 애슐리 매디슨에서 조심스럽게 외도 상대를 찾는 미국인 1270만 명에 포함되지 않는다(아만다와 어린 자녀 2명, 그리고 그의 부모는 위층의 하루 숙박료 1100달러짜리 객실에 묵고 있다). 이날 저녁 그를 진 빠지게 만든 요인은 비판자와 잠재적 투자자들이 끝 없이 날리는 듯한 잽이었다. 그들은 그가 말하는 이른바 ‘로켓 같은 사업’의 기발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업의 수입이 6년 새 18배나 뛰었다.

비더먼은 닥터 필(인생상담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심리학자)로부터 영국의 방송윤리 관계자들, 스페인의 소피아 왕비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애슐리 매디슨은 2012년 10월 마드리드의 한 신문 광고에서 소피아 왕비의 이미지를 사용했었다.

“내게 ‘당신은 포르노물 제작자’라고 말한 은행 관계자들도 있었다.” 가까운 전면 유리창을 통해 센트럴 파크의 침울한 어둠을 흘깃 쳐다보며 그가 말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 사업의 라벨만 벗겨내면 분명 어떤 투자자라도 엄청난 돈을 쏟아붓게 돼 있다. 혼외관계의 추구는 생물학적 본능이다. 우리는 유혹을 이겨내는 인간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은 그룹의 대형 투자자들이 현재 소리 없이(아주 조용히) 수백만 달러 규모의 그 불륜사업 투자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뉴스위크 취재에 따르면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1차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애슐리 매디슨의 비공개 모기업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에 2년 동안 5000만 달러를 융자하는 방안이다. 그 투자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사람들의 전언이다(비더먼과 포트리스는 이 건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포트리스는 자산 규모가 540억 달러에 육박하는 뉴욕의 헤지펀드다. 지난 6월엔 뉴욕의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한 파트너가 맨해튼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비더먼을 만나 술잔을 주고받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애슐리 매디슨의 기업공개 가능성이 대화 주제였다. 이 달만 해도 브라질의 최대 독립 투자은행 그루포 BTG 팍투알사가 비더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슐리 매디슨 지분 인수와 그 브랜드의 라이선스 사업에 관해 물었다.

모두 비더먼에게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금융 관계자들로부터 멸시뿐 아니라 꾸짖음까지 들었다. 2010년에는 토론토에서 기업공개 계획이 틀어졌다. 캐나다 투자은행 GMP 캐피털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거래에 개입했다고 여론의 비판을 받은 뒤였다.

180억 달러 규모의 투자은행 골든 트리 애셋 매니지먼트, 벤처캐피털이자 사모펀드 기업 쿼드런드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시카고의 BMO 해리 은행으로부터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BMO 해리스은행은 2009년 그에게 “우리의 중서부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더먼은 전한다(그 사유를 회상하며 비더먼은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의 주택을 압류하는 건 가치관에 맞고?”)

“기본적으로 죄악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라고 로이드 그라이프가 말했다. LA의 소규모 부티크 투자은행 그라이프앤컴퍼니의 사장 겸 CEO다. “이 주식을 소유하는 이유에 관해 어느 정도 해명이 필요한 기관들이 제법 된다고 생각한다.”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 준비를 도운 IPO 컨설턴트 리스 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애초에 싹수가 노랗다고까지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회사의, 뭐랄까, 특이한 사업을 감안하면 유사한 성장 및 수익 전망을 가진 다른 사업체들과 비교할 때 할인율을 적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쉽게 말해 애슐리 매디슨 주가가 아주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더먼은 이 모두가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금욕주의는 ‘공언된 현실(남편이 조사원에게 바람 피우지 않는다고 말한다)’과 ‘드러난 현실(남편이 아내의 테니스 친구와 잠자리를 같이한다)’의 단절을 반영한다고 믿는다. 그는 이렇게 충고한다. “적어도 결혼이나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주제에선 표적 소비자 그룹 조사를 믿지 말라.” 미국이 마침내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우라.(Life is short. Have an affair.)”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에 투자할 준비가 된 걸까?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헤드라인과 TV의 가십 프로그램들이 불륜에 푹 빠진 미국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나아가 이른바 점잖은 신문들도 마찬가지다(뉴욕 시장 후보로 나섰던 앤서니 위너의 섹스팅 휴대폰 메시지 스캔들을 생각하면 된다). 근년 들어선 매치닷컴과 J데이트 등 남녀 만남을 전문으로 하는 웹사이트들이 증시에 상장됐다. 미국에는 ‘죄악’ 사업이 수두룩하다. 도박·주류·담배 회사들이 뉴욕증시의 주축을 이룬다.

관절염과 전립선검사 관련 정보로 유명한 미국은퇴자협회에서도 혼외관계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회원 비율이 급감했다고 전한다. 1999년 41%에서 2009년에는 22%로 떨어졌다. “애슐리 매디슨은 원래부터 바람기가 있을 만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코넬대 웨일 메디컬 칼리지 정신과의 페기 드렉슬러 심리학 조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그 사이트는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한눈을 팔지 않던 사람들에게 여태껏 찾기 힘들었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비더먼은 자신의 논란 많은 사업이 방대한 시장을 개척하는 좋은 사업일 뿐이라고 믿는다. 지난 4월 시카고대의 전국여론조사연구소가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기혼여성의 14.7%와 기혼남성의 21%가 외도를 시인했다. “혼외관계의 추구는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비더먼이 말했다. “그리고 첨단기술이 여성의 불륜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회사의 10% 지분을 소유하는 비더먼에게도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처럼 왕성한 이익을 안겨줬다. 애슐리 매디슨은 2012년 매출액 9000만 달러, 순익 3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엔 1억2000만 달러의 매출로부터 4000만 달러의 이익을 예상한다. 지난 5년 사이 회원 수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내 1270만 명 외에 해외 30개국에 830만 명이 있다.

신규 회원의 태반은 최근 사이트를 개설한 일본과 홍콩에서 증가한다(애비드 라이프가 비공개 기업이기 때문에 애슐리 매디슨의 재무상태를 검증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회사의 캐나다 투자자와 이사회가 공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더먼은 말한다. 이 회사의 감사를 담당하는 언스트&영은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금요일 밤 한 금융회사의 트레이딩 룸. 남성 바람둥이 중에서 금융업 종사자가 가장 많다.



애슐리 매디슨에 투자하는 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큰돈을 벌어들인 일단의 캐나다 헤지 펀드와 합류하게 된다. 캐나다 펀드들은 2009년 이후 9000만 달러가 넘는 현금배당을 쓸어 담았다고 비더먼은 말한다. 그러나 바람을 피우는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그 캐나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애슐리 매디슨은 “상당히 좋은 사업”이라고 1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어느 캐나다 자산운용사의 자금 관리담당자가 말했다. 그는 여론의 역풍이 두렵다며 자신이나 회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2008년 투자한 이후 연간 25%의 수익을 올렸다고 귀띔했다. “지속적이고 마진이 높으며 당기 순이익이 많고 자본이 거의 필요 없으며 재무구조가 아주 탄탄하고 열정적인 CEO가 탁월하게 경영한다.”

2001년 토론토에서 창업한 애슐리 매디슨은 월 회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은 크레딧을 구입해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e메일과 채팅 대화비용을 충당한다. 기본요금은 100 크레딧에 49달러다. 20명의 여성에게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분량이다. 남자만 크레딧을 구입하며 여성은 무료로 채팅에 참여할 수 있다. 한 달에 20달러를 내는 ‘트래블링 맨’ 또는 ‘트래블링 우먼’ 프로그램도 있다. 업무출장자들이 이동 중에 쉽게 바람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그밖의 업그레드 옵션으로 ‘우선순위 남성(Priority Man)’도 있다. 여성이 볼 때마다 이용자 스크린에 남성의 프로필을 눈에 띄게 부각시키며 그의 e메일을 여성의 수신함 맨 위로 전송한다. 블랙박스 앱은 이용자의 실제 전화번호를 ‘1회용’ 번호 밑에 감춰 보이지 않도록 한다. 이용자 신용카드 명세서의 요금청구 내역은 제3자 대금결제 서비스의 상호 아래 표시된다.

미국 내 최고의 불륜 도시는 워싱턴 DC다. 전 주민의 6.18%가 애슐리 매디슨의 유료 회원이다.
그래도 가슴이 떨려 탈퇴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19달러를 내면 자신의 프로필과 메시지를 영구히 삭제할 수 있다. 249달러를 내는 정사보장(Affair Guarantee) 패키지는 3개월 이내에 아무 관계가 성사되지 않으면 환불을 약속한다. 애슐리 매디슨은 인터넷 업체로서는 특이하게 이용자가 내는 사용료에서 모든 수입을 얻는다. 광고는 싣지 않는다.

이상은 비즈니스 측면이다. 문화적 측면은 그가 말하는 이른바 회사의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데이터 세트”에 나타난다고 비더먼은 말한다. 애슐리 매디슨의 직원 170명은 주로 통계 분석가들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최고의 불륜 도시는 워싱턴 DC다. 전 주민의 6.18%가 애슐리 매디슨의 유료 회원이다. “법무부와 국세청으로부터 ‘이 신용카드에 적힌 600달러의 요금이 뭔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며 비더먼은 웃는다. 애슐리 매디슨에서 그 뒤를 잇는 외도의 메카는 오스틴(3.10%), 휴스턴(2.89%) 그리고 마이애미(2.75%)다.

유료 회원의 70% 남짓이 40세 이상 남성이며 그중 84%가 기혼자다. 남성 바람둥이 중에서 금융업 종사자가 가장 많으며 여성의 경우엔 교육자가 많다. 어머니 날, 아버지날, 발렌타인 데이, 새해 맞이 등 헌신과 애정을 기념하는 휴일 이후에 가입자가 급증한다. 비더먼이 정말 흥미를 느끼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사이트 가입자 중 39세 남성 회원이 38세 남성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40대가 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일까?”

과학자들은 애슐리 매디슨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부정에 관해 더 많은 통찰을 얻기 위해서다. 기혼자들은 왜, 언제, 어디서, 몇 살 때, 얼마나 자주 바람을 피울까? 듀크대 푸쿠아 비즈니스 스쿨의 행동 경제학자 댄 에어리얼리도 애슐리 매디슨의 데이터를 이용해 정직성과 불합리성에 관한 답을 찾는다.

컬럼비아대 건강·질병심리사회연구소의 연구팀도 그 자료를 이용해 불륜 추세를 분석한다. 사회학자 에릭 앤더슨도 비슷한 연구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사회학자인 그는 2012년 ‘일부일처제 갭(The Monogamy Gap: Men, Love, and the Reality of Cheating)’을 옥스퍼드대 출판사에서 펴냈다.

“혼외관계를 갖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학술적인 초점이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비더먼이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일처제는 인간이 만든 계약이다. DNA가 거기에 굴복한 적이 있던가?” 비더먼은 과거 유럽 프로팀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농구 선수들의 스포츠 변호사로 일했다. 애슐리 매디슨의 창업으로 이어진 깨달음을 준 두 개의 사건을 떠올린다.

“나는 아주 많은 시간 동안 가정 문제를 다뤘다”고 그가 말했다. “고객이던 한 선수가 전화를 걸어 말했다. ‘아내가 밀라노로 나를 찾아오고 싶어 해요!’ 내가 되물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죠?’ 그가 대답했다. ‘내 이탈리아인 아내가 좋아하겠어요?’ 알고 보니 크로아티아에서 충동적으로 또 다시 결혼한 것이었다.”

또 다른 깨달음은 J데이트의 성공을 다룬 경제기사를 읽던 중에 찾아왔다. J데이트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다. “유대인들보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분명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더먼은 떠올렸다. 하지만 세상사람들이 ‘부정행위’라고 부르는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기업(수익성이 좋다고 해도)의 주식을 팔기는 쉽지 않다. 애슐리 매디슨은 페이스북과 일본에서 광고가 금지됐다. 페이스북에는 섹스 상대를 찾아주는 앱(Bang With Friends)이 있으며 일본은 마사지방과 ‘호스테스’의 나라인데도 말이다.

“월스트리트에선 은행가를 눈 한번 껌뻑하게 만들기도 어렵다. 어떤 부인의 불륜 얘기를 꺼내면 그제서야 상대방이 달아오른다.” 비어먼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늦은 밤까지 클럽을 전전한 뒤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인상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에 “개인의 왜곡된 심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얼마나 큰 수익 잠재력이 있는지 기관투자자들이 알게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나는 인정과 배려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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