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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에 “차라리 집을 사자”

전셋값 급등에 “차라리 집을 사자”

20~30대 주택담보대출 3개월 간 3조원 늘어 대부분 중소형 아파트에 몰려



직장인 김재우(34)씨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하남시의 위례신도시 현대엠코 ‘엠코타운 플로리체’를 분양 받았다. 현재 서울 광장동 A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지만 매년 오르는 전셋값이 부담이었다. 현재 거주하는 A아파트(85㎡) 전세가는 2억8000만원이다. 지난해 계약했을 때보다 5000만원이 올랐다. 김씨는 “계속 오르는 전셋값에 차라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구입을 결정했다”며 “분양가도 평당(3.3㎡) 1600만원대로 인근 광진구(1800만~2000만원대)나 왕십리(1800만원대)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20~30대 젊은층이 실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에코 베이비부머 세대(1979~1992년생, 이하 에코세대)’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자녀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0년 기준)에 따르면 에코세대는 102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 이들이 결혼 정년을 맞아 집 구하기에 대거 나서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1~2인 가구 증가하고 주택 가격 하락, 전·월세 가격 인상 등으로 젊은층의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가 은행·새마을금고 등 전체 예금 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잔액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 6월 90조원에서 9월 93조3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3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30대의 대출금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9월 30대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87조원으로 3개월 새 2조8000억원 늘었다. 20대는 6조3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었다. 이와 달리 50대 이상 대출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1조7000억원 줄었다.



‘U-보금자리론’ 이용자 중 30대 55.8%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에코세대 40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70%가 집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에코세대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이라며 “결혼과 취업연령이 늦어진 점을 감안하면 에코세대의 매매거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젊은 실수요층이 몰리는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름세다. 서울 불광동의 ‘롯데캐슬’ 전용면적 59㎡형은 현재 4억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초 분양가는 3억2000만원이었지만 1년 만에 약 8000만원이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서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적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자녀가 2명 이하인 경우는 거의 큰 집보다 실용적인 주택을 더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내 집 장만을 위해 은행을 찾는 젊은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부터 하루 상담 중 주택구입대출 상품 비중이 30~40%를 차지한다”며 “특히 30대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전셋값 상승이 에코세대가 매매로 눈을 돌리게 만든 한 이유지만 이들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된 영향도 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돈은 늘고, 금융상품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국세청의 증여세 통계를 통해 1인당 증여액을 추산한 결과 베이비부머는 주택시장 진입기에 평균 668만원을 증여 받았지만 에코세대는 평균 1억3500만원을 증여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1980년 약 20%에 달했던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2013년 기준 4%대로 낮아졌기 때문에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정부도 취득세 영구인하,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 확대 등 각종 세제·제도 혜택을 확대하며 집 마련의 문턱을 낮췄다.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U-보금자리론’은 지난해 총 이용자 10만7202명 중 30대 이용자가 5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에코세대는 베이베부머 세대보다 주택구매 환경이 개선된 만큼 구입 의사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지만 에코부머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아직까지 자산이나 급여수준 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구매력이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2012년 기준) 전체 에코세대의 42.5%는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거주한다. 전세는 31%, 자가는 15.4%에 불과하다.

또 서울연구원의 분석 결과 서울에 사는 전체 보증부 월세가구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평균 20.06%다. 월급 200만원 중 40만원을 월세로 낸다는 얘기다. 임대료를 뺀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렌트푸어’의 30%도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에코세대의 80% 가량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에게 증여를 받지 않는다면 개인 소득만으로 집을 사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여윳돈이 적고 소득도 많지 않아 대출 상환이 벅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이하 30%는 렌트푸어집을 마련해도 가난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주택 가격이 오를 때 저금리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 인상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불 수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주택 매매가격은 4개월 후 0.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아 실장은 “현재 젊은층의 주택매매는 부동산 시장이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가 없어 견디지 못해 나선 영향이 크다”며 “소득과 금리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에코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주도 계층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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