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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과 대화하는 청소년들

스크린과 대화하는 청소년들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이 사방에 깔려 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 아주 깊숙이 파고 들었다. 끊어버리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binge-watch(TV 프로그램 몰아보기)’ ‘clickbait(웹사이트의 자극적인 제목이나 콘텐트)’ ‘livetweet(트위터 실황 중계)’ ‘ICYMI(혹시 못 봤을 경우)’ 등의 단어들이 새로 등재됐다. 학교들은 앞다퉈 모든 학생에게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 12세 소녀 2명이 실재한다고 믿은 인터넷 호러물의 괴물을 기쁘게 하기 위해 친구를 살해하려 시도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피셔-프라이스와 CTA 디지털 같은업체 덕분에 아기와 유아에게 태블릿 PC를 보여줘야만 흔들 의자에 앉히거나 유아변기 사용법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아동과 십대들은 하루 7.5시간씩 스마트폰, 컴퓨터,TV와 기타 전자매체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지낸다. 그리고 멀티 태스킹에 아주 능하기 때문에 그 7.5시간에 압축된 온갖 문자 메시지 교환, TV 시청, 인터넷 서핑 등의 미디어 소비 시간을 모두 더하면 총 11시간에 가깝다.

거기에 어떤 대가가 따를까? 이렇게 오랜 시간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지낼 때 서로 어울리고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의 한 조사에선 야외 캠프에서 5일 동안 네트워크를 단절한 채 미디어를 벗어나 생활한 초등학생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집에 박혀 평소처럼 미디어 편식을 계속한 또래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능력이 떨어졌다. 얼굴을 보고 교류하며 ICT 기술에서 벗어나 보낸 시간이 캠프에 참가한 남녀 학생들을 달라지게 만들었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이들은 얼굴 표정과 언어 외적 실마리의 인지에서 상당한 발전을 나타냈지만 대조군은 거의 아무런 발전도 보이지 않았다.

“실생활에 아주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내가 참가한 것 중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연구다.” 그 연구의 선임 작성자인 캘리포니아대(LA) 심리학과의 저명한 교수인 패트리샤 M 그린필드가 말했다. “교육과 양육, 그리고 지금껏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대인관계 문제의 해결에 명확하고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바로는 뉴미디어가 어린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최초의 실험적 연구다.”

이번 연구는 오는 10월 학술지 ‘인간행태 속 컴퓨터’에 실리게된다.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한 공립학교의 6학년생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남녀 학생 51명이 전자통신 매체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자연 속 캠프에서 5일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도보여행을하고, 환경을 조사하고, 야외에서 요리하는 법을 배우는 등의 활동을 했다. 단 한 번도 스마트폰, 컴퓨터 또는 TV를 보지 않았다.

집에 남아 학교에 다니며 원하는 만큼 네트워크 기기를 이용한 동급생 54명의 대조군과 이들을 비교했다.

5일간의 캠핑이 시작될 때 테스트를 한번 실시하고 끝날 때 다시 테스트를 했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의 변화를 측정하려는 목적이었다. 한 테스트에선 48명의 얼굴(행복하거나 슬프거나 화나거나 겁 먹은 표정)이 2초씩 스크린에 비쳐졌다. 학생들에게 각 얼굴의 감정을 기록하도록 했다. 또 한 실험에선 일상적인 상황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음향이 없는 탓에 학생들은 눈으로만 배우들의 감정을 판단해야 했다.

캠프에서 전자통신 매체를 보지 않고 5일을 보낸 뒤 학생들은 얼굴 표정뿐 아니라 언어 외적인 감정의 실마리를 인식하는 데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 “행복한 얼굴을 보고 전에는 화난 얼굴이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 캠프 뒤에는 행복한 얼굴을 가려냈다.” 로스앤젤레스 아동 디지털미디어센터의 선임 연구원이자 커먼센스미디어의 남캘리포니아 지국장인 논문 대표 작성자 얄다 T 울스가 말했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청소년들의 감정 인식 능력이 향상된 게 놀라웠다. 다시 소통하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다는 점이 희소식이다.”



아기들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믿을 만한 사람인지 읽어낸다.

아기들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믿을 만한 사람인지 읽어낸다.

첫 실험에선 48명의 얼굴 표정을 학생들에게 식별하도록 했다. 캠프에서 5일을 보낸 뒤 남녀 학생들의 표정 식별 오류가 대조군보다 적었다(총 오류 14.02건에서 9.41건으로 감소). 대조군의 경우 5일간 일상적으로 생활한 뒤 총 오류가 12.24건에서 9.81건으로 줄었다. 동영상 테스트에서도 캠프 참가 청소년들의 점수가 향상됐다. 정답 비율이 26%에서 31%로 높아졌다. 대조군 청소년들의 점수는 28%로 변화가 없었다.

이 조사의 한계는 뚜렷하다. 전자매체 스크린 보지 않기, 얼굴 보며 단체 생활하기,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의 개별적인 영향을 연구팀이 분석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ICT 기술과 미디어 노출 감소의 결과로) 청소년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감정 판독 능력을 향상시킨 주요 결정 변수였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여기서 또 다른 큰 문제는 청소년(또는 부모들)이 ICT 매체를 끊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아기들이 어떻게 얼굴을 응시하는지 아는가? 일정 부분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아차리기 때문”이라고 울스가 말했다. “아기는 앞에 큰 아이패드가 있으면 물론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기가 주변 세상을 인지하는 능력을 앗아간다. 바로 그런 점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다.” 문자 메시지가 전화 통화, 대면 대화,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치고 십대들의 주요 소통 방식이 됐다. 그러나 아동과 어린 청소년들이 특정 대인관계 능력을 익히려면 직접적인 대면 접촉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감정적인 실마리를 제대로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탄탄한 우정관계를 형성할 확률이 높다.

“이 같은 감정 해독 능력의 급속한 향상은 긍정적이고 고무적이지만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을 경우 그만큼 빨리 쇠퇴할 수 있다”고 그린필드가 말했다.

자녀가 ICT 기기를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관심을 갖고, 한도를 정하고, 그런 기기 없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모두 부모가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다.

“나도 미디어와 콘텐트를 좋아하며 그 혜택을 최대한 누린다. 다만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할리우드 기업가 출신인 울스가 말했다.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뛰어 놀 시간을 줘라. 아이들을 캠프에 보낼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 자신의 미디어 이용습관은 어떤지, 좋은 본보기가 되는지 점검하라.”

그린필드의 말마따나 “사람들이 디지털 매체 이용에 따른 대가를 인식한다면 대책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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