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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뉴 스테이) 논란 - 벌써부터 비싼 임대료 걱정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뉴 스테이) 논란 - 벌써부터 비싼 임대료 걱정

장기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동탄신도시 일대.
정부가 전세난 해소와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건설사가 직접 짓고 운영하는 질 좋은 장기 임대주택을 지어 최대 8년 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임대주택이 ‘서민주택’으로 불려왔던 것과는 달리, 뉴스테이는 중산층에 초점을 맞춰 고급화한 점이 특징이다. 고급 자재를 사용해 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면적 제한을 없애 85㎡이상의 중대형 주택을 공급한다. 이미 집을 소유한 사람도 입주에 제약이 없다. 또 건설사가 직접 임대해 설비와 주택관리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제도의 연착륙과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취득세 감면을 50%로 대폭 늘리고, 법인세를 8년 간 전액 감면하는 등 화끈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전세 중심의 주거 행태를 월세로 바꾸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월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여기에 정부가 소규모 사업인 부동산 임대 시장에 대형 건설사의 진입로를 터줬다는 비판도 거세다.

시장에서는 뉴 스테이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 7~8년 간 이어져 온 수요(실수요)·공급(시장가격) 간의 미스매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주택 거래는 사실상 끊겼는데도 ‘내가 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부동산 소유주·중개업체들의 가격 담합, 집을 매입할때 발생한 대규모 가계 대출 등의 문제로 주택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실수요는 꾸준히 나오는데 매매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다 보니 매매 수요는 전세수요로 옮아갔고 전셋값은 자연스럽게 급등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저금리 기조가 겹친 점도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런 와중에 재건축·재개발·신축 등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가 급증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료 상승을 적절히 제한하고 임대 기간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경우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거 안정에 도움?
그러나 이번 정책을 두고 ‘안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대책의 성공 여부는 바로 ‘저렴한 임대료’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가에 맡기겠다며 임대료 규제를 무작정 풀어버렸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어도 시장의 수급 여건에 따라 (임대료가) 적절히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장기 임대주택과 같은 주거 안정 대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현재 7년째 미달인 상태고, 일부 지역 보금자리주택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공급 과잉인데, 실수요자들로서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장기 임대주택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수요층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도 없이 가격을 건설사에 맡기겠다고한 것은 월세의 경우 공시지가처럼 신뢰할 만한 계량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의 경우 월 임대료 80만~100만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 가구의 월 소득을 500만원으로 가정하고 소득의 20%를 월세로 계산한 것이다. 일단 국토부 전망대로라면 장기 임대주택은 서울 지역의 일반적인 아파트 월세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보증금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서울 남동부의 재건축 아파트 월 임대료는 50만~100만(87㎡)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보증부 월세 제도를 확대해 보증금을 늘리고 월세를 낮추는 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경우 건설사들의 참여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사교육비에, 노후 대비까지 해야 하는 가계의 부담을 감안하면 월세 100만원을 부담할 수 있는 중산층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능력도 문제다. 건설사들은 통상 집을 지을 때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자금을 융통한다. 이후 집을 사는 사람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잔금으로 돈을 나눠 받아 차입금을 상환하는 식으로 자금을 돌린다. 분양률에 따라 차입 금액과 상환 조건을 맞추기 때문에 금융회사로부터 비교적 저리에 자금을 빌려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장기 임대주택의 경우 월세 계약이기 때문에 건설사들로서는 임차인으로부터 목돈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당장 원금 상환을 할 수 없어 적지 않은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자칫 사내 유보금으로 집을 지어야 할 지도 모를 판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에서 건설자금을 가구당 8500만~1억6000만원까지 2%의 저리로 융자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사가 정부 대출을 받을 경우 이는 곧 임대료에 전가돼 거주자·건설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건설사가 가구당 대출 한도인 1억6000만원을 정부로부터 빌릴 경우 연간 가구당 이자 부담은 연 320만원, 월 27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건설사에 국공유지와 LH공사 보유 택지, 개발제한구역 등 공공부문 택지를 공급해 짐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건설사 자금 부담도 걸림돌
한편 이번 장기 임대주택 문제를 두고 정부가 건설사에 지나치게 퍼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은 물론 택지·자금까지 동원해 주택 건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임대업 진출까지 돕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일찌감치 주판알 튕기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신축이 사실상 끊긴 상태여서 이번 정책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오히려 임대업을 통한 중장기 수익은 덤으로 여기는 기류도 흐른다는 전언이다. 대림산업은 이미 장기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키로 했고,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검토를 끝내고 사업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은 각종 지원책을 모두 받을 경우 연 5~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국내 주택산업의 향후 먹거리는 임대관리를 비롯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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