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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 “아파트 분양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 “아파트 분양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가 올해 4월 폐지됐다. 상한제를 적용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작년부터 전국 분양가도 뜰썩이기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 신규분양 물건을 중심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분양가는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까?
분양가 상한제 '막차'를 타려는 시민들이 지난 4월 5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아파트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 이곳을 찾은 구정석(55) 씨의 마음은 조급했다. “아파트를 사려면 지금이 기회”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 되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게다가 작년부터 정부정책의 변화로 재건축 아파트 분양도 늘면서 조합원 부담을 덜기 위해 분양가를 높인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어 아파트 구매를 서두를 참이다.

수도권 주택시장에 10년 만에 찾아온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가 열렸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주식시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세입자들도 부동산 매매 수요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택 거래 시장이 유례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약 27만 건으로 지난해 1분기(22만7000건)와 비교해 약 20%나 늘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연립주택·단독주택 등 거래량도 주택 유형에 상관없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작년부터 신규 분양시장도 달궈지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수도권에 대형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브랜드 아파트 분양 소식에 수요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해당 브랜드에서 마지막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라는 홍보 문구가 여러 군데 붙어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 중순까지 분양한 전국 아파트 단지 평균 청약 경쟁률은 9.63대 1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구 씨가 관심을 가졌던 서울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 3차’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1470만원에 책정됐다. 앞서 분양된 1, 2차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최대 1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지난 4월 17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한 서울 은평구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도 3.3㎡당 1400만원 대로 앞서 분양된 1~3차와 비교해 3.3㎡당 100만원 정도 올랐다.
 10년 만에 찾아온 부동산 열기
이 두 곳에서만 분양가가 오른 것이 아니다. 서울지역 전체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도 가팔랐다. 대한주택보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7만원으로 작년 2월 평균치보다 15% 이상 올랐다. 서울 마포구에서 2013년 분양한 ‘공덕 파크자이’, ‘마포한강 푸르지오 2차’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각각 1800만원대, 1900만원대로 분양됐다.

청약 열기가 이토록 뜨거운 까닭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규제 완화였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대책’으로 청약규제 완화가 이뤄졌고,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이 폐지됐다. 지난 2월 27일 이후 개편된 청약 제도는 청약 1순위자를 1000만 명으로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수도권 청약 1순위 청약 자격을 청약통장 ‘가입기간 2년, 24회 납입’에서 ‘가입기간 1년, 12회 납입’으로 완화하면서 수도권에서만 1순위자가 220만 명이나 급증했다. 이들이 대거 청약대열에 나서는 상황이다.

올해 4월부터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분양가 총액의 상한이 사라지는 것이며, 이는 4월 1일부터 분양을 시작하는 민간택지 주택부터 적용된다. 분양가 상승을 예견한 수요자들이 폐지 이전부터 미분양 물량에 대거 몰리면서 작년 12월 676가구가 증가하는데 그쳤던 미분양 가구 수가 1월에는 3400가구 가까이 감소하는 등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힘입어 건설사들도 주택 분양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11만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분양물량(약 4만가구)의 3배에 달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5월부터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 변경으로 역대 최대치인 5만7000여 가구가 공급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 평형 위주의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시장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특히 수도권 지역인 위례, 미사강변, 광교신도시 등에 선보인 새 아파트 분양권에는 최대 억대 프리미엄이 붙었다. 서울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1분기 거래량이 최대치다. 지난 4월 19일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분양권 거래는 지난해에만 약 32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 거래량으로 분양권 거래량이 30만 건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아파트 매매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 거래량 약 70만9000건 중 분양권 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 분양권 거래량 증가는 곧바로 분양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양권을 노린 청약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 센터장도 “청약통장 사용 인구가 120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당분간 분양권 전매 시장이 단기 특수를 누릴 전망”이라고 했다.
 분양가 하반기에도 오를 가능성 높아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지난 4월 1일 폐지됐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분양가 급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함 센터장은 “분양에 뛰어든 실수요자들이 가격에 상당히 민감하다”며 “건설사들이 분양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쉽사리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의 분양권 가격이 오를 경우 ‘낙수 효과’처럼 서울·수도권 지역 분양가가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문제는 함 센터장 말대로 앞으로 폭등은 아니더라도 아파트 분양가가 하반기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는 “전세난이 앞으로도 심화될 예정”이라며 “청약을 통해 내 집 장만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지면 건설사가 다소 가격을 높여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들도 분양가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월 ‘주택공급가격지수’ 전망치가 143으로 작년 3월보다 20%나 상승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대답한 업체가 내릴 것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얘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역시 이런 전망에 동의했다. 그는 “주택은 고가의 내구재다. 생애최초 주택구입 연령은 통상 41세다. 하지만 최근 장기 전세대란에 지친 30대 젊은 층까지 주택구매에 동참하고 있다”며 “주거트렌드가 격변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엔 부동산 시장 활황이면 어김없이 투기 수요가 몰려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주도하고 있어 여유를 가지고 분양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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