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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에 ‘올인’하다

오일에 ‘올인’하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억만장자 은행가 앤드류 빌(Andrew Beal)에게 지난 수 년은 힘든 시간이었다. 텍사스 플레이노 출신의 빌은 판돈이 큰 포커게임을 취미로 즐기기도 하는 사업가다. 다른 영리한 금융가와 마찬가지로, 빌 또한 자산가격 급등을 부채질하는 중앙은행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신규대출을 줄이고 상당한 활동자금을 쌓아둔 채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신규대출로 200억 달러 넘게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자금이다.

“투자할 만한 대상이 없어 자금이 넘쳐나는 아주 이상한 상황”이라고 빌은 말했다. “거래를 하고 싶은데 가만히 앉아서 딴청만 피우기도 힘들다.”
 금융계의 워런 버핏
그러나 서부 텍사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50% 가까이 하락하고 미국 석유 및 가스업체가 자본을 얻기 위해 고군 분투 하는 상황에서 빌은 조용히 자신의 텍사스 은행에서 석유 및 가스업체 전문 대출팀을 구축했다. 아직 첫 계약을 성사시키기 전이지만, 그는 방아쇠를 당길 때가 다가왔다고 믿는다. “석유산업에서 활발히 금융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직원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확실히 추진할 것이다.” 그는 연준위가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면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성장동력으로 변할 것이라 예상한다. 유가의 장기적 상승세는 불가피하며 금리가 인상되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시중은행 투자자라면 62세의 금융사업가 앤드류 빌에 주목해야 한다. 자수성가로 축적한 재산만 120억 달러로 추정되는 그는 ‘금융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버핏이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개인 헤지펀드처럼 운영하듯이, 빌 또한 은행을 자신의 사모펀드처럼 운영한다. 그러나 버핏과 달리 빌은 빌 뱅크(Beal Bank)의 단독 소유주다. 따라서 매년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다. 빌 뱅크는 전국에 37개 지점을 두고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예금 보호를 받는 예탁액만 36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

수학 천재로 알려졌던 빌은 20세에 미시간 주립대학을 떠나 아파트 레노베이션 후 다시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었다. 1988년 설립한 빌 뱅크는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이 되자 빌은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 심사기준이 해이해지고 계약조건이 지나치게 완화되는 걸 보며 불안을 느꼈다.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자산규모를 줄인 빌은 은행 업무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 주사위게임 기술을 연마하거나 개조자동차 경주 나스카(Nascar)에 몰입하며 3년을 보내자 그의 예감대로 금융위기가 닥쳤다. 행동에 나선 그는 모아둔 자본을 투입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 및 부동산 대출을 인수했다.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해줬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파산한 은행의 대출상품이었다. 빌 뱅크의 자산은 3배 이상 증가해 110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익 또한 엄청났다.

높은 수익을 이어가던 빌은 최근 두 번째 브레이크를 밟았다. 연방은행이 새로운 신용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용위기 이전처럼 다른 은행의 자산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자기 은행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극단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난 2년 여간 빌 뱅크는 개인 및 기업 대출자들이 더 낮은 대출금리로 갈아타며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사례가 매우 많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빌 뱅크의 경우 연간 약 15억 달러의 대출금만 승인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빌 뱅크의 자산은 79억 달러까지 감소했고, 비축해둔 미투자자금은 쌓여만 갔다. 그래도 수익성은 여전히 높아서 지난해에는 순매출 6억1100만 달러 중 수익이 5억4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빌 뱅크는 33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초과로 가지고 있고, 레버리지 비율은 자산의 50%라는 유례없는 비율로 접근하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기준에 따르면, 안정된 자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은 5%이다. 참고로 JP모건 체이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약 5.9%다.

한편 에너지 생산기업 중에서도 언론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수압파쇄 방식을 이용한 에너지 업체들은 대출약정을 지키지 못하고 대출한도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난관에 처했다. 재빨리 행동에 나선 빌은 대출기업 물색에 나섰다. “요즘에는 담보가 확실한 꽤 괜찮은 계약을 잡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가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단기적으로 보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향후 7년을 두고 봤을 때 유가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
석유시장에서 괜찮은 투자대상을 물색 중인 투자자는 빌 외에도 많다. 클린트 칼슨의 헤지펀드 칼슨 캐피탈이나 억만장자 마크 라스리의 애비뉴 캐피탈 등은 에너지 기업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투자금을 모집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모투자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또한 최근 에너지산업 투자를 위해 200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하고 서둘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블랙스톤 그룹의 경우 2월 에너지펀드 자금으로 45억 달러를 모집했다. 지금은 석유 및 가스업체의 채권 및 부실대출 상품을 매입하기 위해 추가로 10억 달러를 조성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블랙스톤의 신용부서는 최근 린 에너지 시추 프로그램에 5억 달러를 지원하고, 대신 린 에너지 보유 유정 및 가스정 일부에 대한 작업지분 85%를 확보했다. 칼라일 그룹은 에너지기업과의 금융거래를 위해 약 9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공동대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최근 “에너지만큼 낙관적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알 건 다 아는 영리한 자본가 대다수는 석유 및 가스업체의 주식보다 대출금 등의 부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텍사스 석유시추 지역에 자리한 지역 은행들은 규제당국의 압박 속에 석유 및 가스 자본에서 철수하며 대출금을 털어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석유 및 가스 시추업체에 대출된 자금은 2300억 달러였지만, 손실을 보게 된 일부 은행이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고 금융 소프트웨어업체 딜로직은 밝혔다.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였을 때에는 다들 빌려주겠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50달러가 된 지금은 대출을 해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빌은 말했다.

은행가 빌은 석유 비축물 혹은 현금흐름 등으로 담보가 확보되었을 때만 에너지기업 대출을 승인하고 있다. “선순위 근저당이 담보된 대출만 승인하고 있다. 요즘에는 이 부문에서 기회가 생겨난다는 기쁜 소식이 있다”고 빌은 말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선호 대상이 다르다. 이들은 후순위 대출이어도 주식지분이나 경영권 참여확보가 가능한 채무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간 빌은 신용시장의 흥망성쇠를 노련하게 헤쳐 나왔다. 그러면서도 증시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충고했다. “증시 붕괴를 예측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투자자가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조심스러운 말만 한다 해서 빌에게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성급히 판단을 해선 안 된다. 빌은 라스베이거스 포커판에서 과감한 베팅으로 유명하다. 우연인 지 모르겠지만, 빌 뱅크의 제 2 본부 또한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해 있다. 통 큰 억만장자 입장에서는 텍사스 홀덤 게임으로 500만~1000만 달러가 오가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 빌은 자신의 주요 자산인 빌 뱅크를 에너지 부문에 ‘올인’할 준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게임의 판도를 바꾼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그러나 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던 세상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3달러에서 5달러로 움직였지만) 100년간 에너지 무료 공급이 가능해진 세상으로 10년 만에 변화했다는 건 정말 믿기 힘들다”라고 그는 말했다. 프래킹 등의 경이로운 기술 발전으로 현재 미국은 매일 9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같은 국가가 100년간 무료 에너지를 주겠다는데 어떻게 낙관적이 되지 않을 수 있나?”

-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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