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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지방에서 서울로…‘제2의 호반건설’을 꿈꾸다

[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지방에서 서울로…‘제2의 호반건설’을 꿈꾸다

부산· 광주 등 영호남의 지역 건설사들이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 실적을 앞세워 수도권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상향평준화된 기술력으로 대형 건설사의 틈새를 뚫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분양 완료됐다. 지역 중견건설사의 수도권 진출 각축장으로 화제가 됐다.
지역 건설업계 맹주 역할을 해왔던 중견 건설사들이 동탄·광교·부천 옥길·고양 삼송 등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동탄2신도시의 경우 28개 단지 중 20개 단지를 지역 건설사가 시공하고 있을 정도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약진했다. 지난해 1만5365가구를 공급하며 대형 건설사들을 제치고 최대 물량을 공급한 광주의 호반건설은 시공능력 15위로 전년 24위보다 9계단 뛰었다. 부산 지역 일등 건설사인 동일은 24계단 오른 40위, 광주의 중흥건설은 11계단 상승한 52위를 기록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회사 규모를 무리하게 확장하기 보다는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자체사업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크지만 철저한 사업성 분석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향평준화된 건축·설계 기술력도 원동력으로 꼽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은 중견건설사의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성공적인 분양에 힘입어 자금력이 좋아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인지도, 합리적 가격으로 공략
호남권에선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우미건설·한양 등이 전국구 스타로 등극했다. 광주에 기반을 둔 호반건설은 중견 건설사이지만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영업력 등에서 업계 최상위라는 평가다. 김상열 회장은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통한 부지 확보 전략과 공공택지 중심의 저가 분양 정책으로 건설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2007년 1866억원에 불과하던 호반건설 매출은 2013년 1조1935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순이익이 1091억원으로, 포스코건설(987억원)보다 많다. 계열사 매출까지 더하면 연매출 2조원이 넘는다.

3년 연속 주택공급실적 전국 3위를 달성한 중흥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S클래스’를 앞세워 지난해 분양물량의 대부분인 1만 가구를 세종시에서 공급했다. 올해광교신도시 등 수도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전국구 건설사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중이다. 경영평가 등급 AA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내실과 실속을 차린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으며, 호남지역 건설사 최초로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에 포함됐다.

한때 건설업계 4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한양은 2001년 파산 후 광주의 보성건설에 인수됐다. 이후 토목과 플랜트사업, 아파트 ‘수자인’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시공능력평가순위가 2004년 130위에서 지난해 23위로 상승했다. 올해 매출 1조1000억원,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 이내 진입 목표도 세웠다.

영남권에선 동일·반도건설·동원개발·아이에스동서 등이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부산 도심의 흉물로 꼽혔던 일명 ‘장영자 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정관신도시 분양 성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동일은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전국 40위, 영남지역 건설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사업 수주 잔량만 3조원대로, 자기자본금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소비자들에겐 ‘동일스위트’라는 브랜드로 익숙하며 지금까지 공급한 아파트는 3만 채가 넘는다. 지난해 경기 용인시와 고양시 일산, 서울 휘경 방화 삼성 대치동에서 성공리에 사업을 마쳤다.

1975년 부산지역 주택사업 면허 1호로 설립된 동원개발은 지난해 부산 센텀시티 부근에 센텀비스타 동원 1·2차를 분양하며 부산의 부동산 붐을 주도했다. 올해는 동탄2신도시와 용인 역북동,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에 20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으로, 부산과 수도권 사업 비중을 5대 5로 잡았다. 이 밖에도 호남지역에선 모아종합건설, EG건설, 남해종합건설 등이 영남권에선 대구의 화성산업, 서한이 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영호남지역 건설사들의 약진은 정부가 제공하는 택지개발지구를 확보한 덕분이다. 정부가 인허가를 마치고 택지지구 조성을 끝낸 공공택지를 매입하면 그만큼 사업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는 최고가가 아니라 추첨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계열사를 몇 개씩 동원하는 중견 건설사에게 유리하다”며 “프로세스가 복잡한 대기업 건설사와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오너가 바로 바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수도권 땅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승부는 지금부터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국 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지방 토지조성공사 증가, 이주 가구로 인한 지방 신규분양도 지역 건설사 성장의 한 요인”이라며 “지난 2008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주택공급회사가 크게 줄었고, 구조조정을 끝낸 지역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회복 국면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역 건설사들이 전국구화 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거 청구, 우방 등 대구지역 건설사들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벌이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줄줄이 쓰러진 전례 때문이다. 지역 건설사들이 대부분 주택사업만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신규 택지공급이 중단되거나 주택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경우를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는 목소리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 건설사가 대형사와 맞붙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도시에서 성공했지만 도심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아직까지 중견 건설사의 재건축, 재개발 수주 능력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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