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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태양’ 저축한다

이웃과 함께 ‘태양’ 저축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초 중·저소득층 대상의 태양광 에너지 보급 확대 구상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유타주 공군기지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시찰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는 미국 주택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극히 소규모 그룹이 그런 변화를 주도한다. 주로 여유 있는 주택소유자다. 아파트 거주자, 자금이 부족한 가구, 세입자 등은 대체로 태양광 주택 열풍에서 비껴나 있다. 금전적·기술적 제약조건에 걸려 빛을 받지 못한다.

그 중심에 지역공동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있다. 폴 현과 이웃들은 자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뉴욕 브루클린 지구 밀집 주택지의 70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산다. 지붕에 태양 전지판이 부착됐다. 가구마다 시스템 설치·유지보수비로 한 달 약 80달러씩 낸다. 생산된 전력은 모두 지역 전력회사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에 판다. 판매 수익금은 이웃들끼리 나눠 갖는다.

현씨는 태양광 패널 덕분에 전기요금이 보통 15~30% 절약된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주택 협동조합으로부터 1000달러의 환급금을 받았다. “동네의 다른 건물 거주자들에게 이야기하면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선셋 파크의 부동산 중개인인 현씨가 말했다.

공동 태양광 설비(Shared solar arrays)가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안 되지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대안을 찾는 주민이 늘어난다. 자택이나 큰돈이 없는 사람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미국 전체적으로 저탄소 에너지 사용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하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미국 주택소유자 중 4분의 3 이상이 패널을 설치하지 못한다. 지붕의 방향이 맞지 않거나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건물 규제로 인해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하는 아파트 소유자, 공공주택지구 주민, 세입자는 더 많다.

태양광 업체와 전력업체들은 공동 태양광 설비를 통해 그동안 간과돼온 수요 시장을 개발할 수 있다. 보스턴에 있는 GTM 리서치의 미국 태양광 시장 담당 선임 분석가인 코리 허니맨의 관측이다. “지역공동체 태양광 설비는 미국 전체 태양광 시장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올해 공동 태양광 프로젝트 신설 용량은 총 115M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TM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용량 대비 75%에 가까운 증가다. 2020년에는 주민과 사업 소유자들이 추가하는 지역공동체 태양광 설비가 500MW, 다시 말해 그해 총 태양광 설비 신설의 5%선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82쪽 TWO NUMBERS 참조).

10여 개 주와 워싱턴 DC의 우호적인 정책과 인센티브가 공동 태양광 프로젝트 소유제의 성장을 상당 부분 견인한다. 그 밖에도 최소 4개주 이상이 비슷한 법의 도입을 검토한다. 지붕 태양광 설비 시장의 주요 업체들은 지역공동체 프로젝트에 제3자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솔라시티와 선에디슨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초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중·저소득층 대상의 태양광 에너지 보급 확대 구상을 공개했다. 주택소유자 대상의 저리 융자 프로그램과 차입자 대상의 전국적인 장려정책을 포함한다. 매사추세츠주 청정에너지센터의 엘리자베스 케네디 태양광 프로그램 소장은 주민이 지역공동체 태양광 시장에 투자하도록 돕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한다고 밝혔다.

케네디 소장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에선 공동 태양광 프로젝트가 2011년 처음 개발됐다. 하버드 타운 주민 50명이 뜻을 모았다. 국영 기관인 청정에너지센터가 지붕 태양광 프로젝트의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참여할 수는 없었다. 주택이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거나, 방향이 맞지 않거나, 너무 많은 나무가 에워싸고 있었다. “주민이 뜻을 모아 지역 설치업자를 끌어들여” 자체적으로 공동 태양광 설비를 구축했다고 그녀가 돌이켰다. “지역공동체적인 측면이 상당히 강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지금껏 태양광을 활용할 수 없던 주민에게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비의 공유에는 나름의 단점이 있다. 지역공동체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단독주택 태양광 시스템보다 규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설계·개발·허가에 더 오랜 기간이 걸린다. 또한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을 끌어모아야 한다.

“때로는 어느 정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도 있다”고 케네디 소장이 말했다. “개발업체는 지역공동체가 공유하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관심을 보이는 고객을 일정 숫자 이상 끌어들여야 한다.”

공동 태양광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개별 시스템을 가진 주택소유자에 비해 월별 전력요금 절감액이 적은 편이라고 허니맨 분석가가 말했다. 일부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에선 비용 절감이 전혀 안 되는 가구도 있을지 모른다. 전통적인 전력요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절감액이 적으면 그만큼 위험도 적다고 허니맨 분석가가 말했다. 자체 설비를 가진 주택소유자나 사업자들은 이사할 때 지붕에서 패널을 뜯어갈 수 없다. 따라서 각자 건물과 함께 태양광 설비를 팔아야 한다. 개별 소유주는 태양광 개발업체와도 직접 상대해야 한다. 브루클린에 사는 현씨의 경우에는 그런 번거로움이 없다. 주택 협동조합에 다달이 유지관리비를 보내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허니맨 분석가는 “자택 지붕 태양광보다 지역공동체 태양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자택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할 때보다 골치 아픈 문제가 적다”고 말했다.

공동 태양광 프로젝트는 여전히 미국 전체 태양광 시장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GTM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설치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6200MW 중 지역 공동체 태양광으로 간주된 비율은 약 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이 요즘 달아오른다고 허니맨 분석가가 말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지역공동체 태양광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궁극적으로 주택·상업·발전소 규모의 태양광 부문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이 분야가 새로운 태양광 발전의 선두주자가 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받는다”고 그가 말했다.

- MARIA GALLUCCI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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