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 3인방의 승승장구 비결] 부영·중흥·호반 ‘대형사 뛰어 넘을 기세’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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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 3인방의 승승장구 비결] 부영·중흥·호반 ‘대형사 뛰어 넘을 기세’

[중견건설 3인방의 승승장구 비결] 부영·중흥·호반 ‘대형사 뛰어 넘을 기세’

▎(왼쪽부터)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왼쪽부터)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건설 업계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2년 반짝 불었던 분양 훈풍이 빠르게 미분양 공포로 변하고 있다. 물량 밀어내기로 버텼던 일부 건설사는 벼랑에 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은 54곳. 이 중 건설사가 14곳이다. 금융권은 건설사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하락한 일부 업체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건설 수주난에 국내 부동산 시장 급랭까지 겹친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가 남 얘기인 곳도 있다. 무서운 기세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부영·중흥·호반건설이다. 세 회사를 이끄는 이중근(부영)·정창선(중흥)·김상열(호반) 회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 경영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방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했다. 일반적인 건설사와 달리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자금관리로 리스크를 줄였다. 또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거북이 경영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작정 ‘안정·안전’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공통점이다. 부영그룹은 임대주택 위주에서 벗어나 호텔·리조트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면세점 사업에도 도전했다. 2012~2014년 3년 연속 아파트 공급 3위를 차지한 중흥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기세가 예사롭 않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견건설 3인방을 취재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세발자전거론으로 임대주택 최강자 꿰차

최근 건설 업계에서 ‘임대주택의 강자’ 부영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석 달간 사들인 국내 부동산만 4건, 구입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3150억원)와 강원도 태백 오투리조트(782억원), 경기도 안성 마에스트로CC(약 900억원),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본관(약 5800억원)이다.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고 있는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런 행보의 중심에 이중근(74) 부영그룹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꼼꼼히 살핀 뒤 자산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빌딩이든 땅이든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게 이 회장 지인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매집엔 풍부한 ‘실탄’이 바탕이 됐다. 부영그룹의 자산총액은 16조8000억원이다. 이 회장의 개인 자산도 2조원이 넘는다.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5 한국 억만장자 순위’에서 13위(2조100억원)에 올랐다.

이 회장의 ‘부동산 사랑’은 부영의 성장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주택사업을 하는 건설사 대부분이 아파트 분양으로 돈을 버는 것과 달리 부영은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1983년 회사 설립 이후 30여 년 동안 전국 335개 단지에 26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토지 매입→임대아파트 건설→임대 후 분양 전환’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여기서 생긴 자금은 다시 토지를 사들이는 데 활용했다. 업계에서 ‘토지 블랙홀’이란 별칭을 얻은 이유다. 이 회장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지역을 한정 짓지는 않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땅처럼 검증된 땅 위주로 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임대주택 사업일까. 이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인 ‘세발자전거론’과 연관이 깊다.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느리지만 잠시 멈춰도 넘어지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수 있다. 회사도 성장에 목을 매기보다는 철저히 내실을 다지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실제 임대사업은 분양처럼 한번에 목돈을 쥐기는 어렵지만 5년, 10년이 지나 분양 전환을 하면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경기 침체기 땐 미분양 우려도 적어 안전하게 사세를 키울 수 있다.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부영은 자산 16조 8000억원(2015년 4월 기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의 계열사는 15곳이다. 재계 서열(민간기업 자산총액 기준)은 19위다. 지난 2014년 매출액은 2조4832억원, 영업이익은 5260억원이다. 2010년 68위이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지난해 12위로 뛰었다. 이중근 회장은 관광·레저 등 사업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에 부영호텔&리조트를 개장한 데 이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뒤편 부지와 성수동 뚝섬 부지에도 관광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다. 부영 관계자는 “다른 사업을 다양성 있게 추진하는 것일 뿐, 회사의 뿌리는 어디까지나 임대사업”이라고 말했다. 부영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 철저한 자금관리로 수익 나는 곳에만 투자

19년 전인 1997년 1월 한 경제신문에 ‘중흥건설 광주 발판 주택 사업 전국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83년 설립한 중흥건설은 호남지역에서 급부상 중인 건설사였다. 당시 50대 중반이던 정창선 회장은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대형 업체와 어깨를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올해가 중흥건설 전국화 장기 전략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년 후, 중흥건설은 계열사 43곳을 둔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 매출은 3조2600억원(2014년 기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중흥건설의 최근 실적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중흥은 2012년 이후 매년 1만 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며 3년 연속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는 ‘중흥 S클래스’다. 중흥건설 측은 “올해는 화성 동탄, 김해 내덕 등에 1만3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1년 94위, 2013년 63위, 지난해 39위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재건축·재개발 수주가 이어지며 ‘도시정비 사업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국내 10대 건설사 중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을 넘긴 곳은 GS건설·대림산업 등 5곳뿐이다. 사업 구역 역시 광주·전남에서 벗어나 전국구 건설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건설 업계의 평이다.

정창선(74) 중흥건설 회장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달라졌다. 건설 업계에서 정 회장은 신중하고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무리한 사세 확장을 피하고 철저한 자금관리로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한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정 회장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보증을 서지 않으며, 적자 보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3불 원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흥건설이 관련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다. 중대형 건설사가 연쇄 부도에 직면했을 때 정 회장은 오히려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연간 4000가구 안팎이던 분양물량을 1만 가구로 늘렸다. 중흥건설이 밝힌 비결은 ‘철저한 자금관리’. 정 회장 책상에는 회사의 36개월치 현금흐름표가 늘 놓여 있다고 한다. 월 단위로 자금 계획표를 짜고 3개월 단위로 자금 흐름을 보며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에만 뛰어든다. 한 우물 전략도 주효했다. 중흥 계열사 대부분은 건설·토목·건축·환경·감리회사다. 다른 사업영역엔 눈을 돌리지 않았다. 43개 계열사 중 10억원 이상 적자를 본 곳은 2곳뿐이다(2014년 말 기준)

최근에는 그룹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정원철) 회사인 중흥종합건설과 계열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과 동생이 지주사를 각각 세워 계열사를 나눠 지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만약 계열 분리와 지분 정리가 이뤄지면 중흥은 대기업집단에서 다시 빠지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창선 회장은 중흥건설 51.4%, 중흥주택 66.1%, 중흥 종합건설 46.7% 등 내부 지분이 탄탄하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중흥건설 10.9%, 중흥산업개발 16.8% 세종건설산업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차남 정원철 중흥종합건설 사장은 중흥건설 4.7%, 중흥종합건설 3.4%, 시티건설 100% 등을 갖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100% 현금결제 원칙, 신뢰로 쌓은 성장

지난해 초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 업체가 업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기업이 당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졸업을 앞둔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을 소유한 금호산업의 주인을 꿈꿨던 회사는 호반건설이었다. 인수·합병(M&A)은 무산됐지만 호반은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튼튼한 자금력이 화제가 됐다. 사내 유보금이 1조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창업주 김상열(55) 회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김 회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신중’이다. 그의 신중함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업계에선 입찰가가 1조원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6007억원을 써냈다. 욕심은 나지만 무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렇게 호반건설을 키워왔다. 그는 1989년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을 들고 직원 5명과 회사를 꾸렸다. 설립 27년 만에 현재 거느린 계열사만 8개다. 건설 종목인 호반건설·호반건설주택·호반건설산업 외에 임대사업을 위한 호반베르디움, 직영 상업시설인 아브뉴프랑, 골프장인 스카이밸리·와이켈레(하와이), 방송사인 KBC광주방송·KBC플러스다. 그룹 전체 연매출은 2조5000억원 정도다.

호반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자 김 회장은 주택 분양 대신 임대주택 공급에 나섰고 다른 건설 업체가 미분양에 허덕일 때 쾌재를 불렀다. 이때 쌓은 자본금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샀다. 현재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땅은 아파트 2만5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두 번째 기회는 금융위기에 찾아왔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6년 김 회장은 위기감을 느꼈다. 천안·동해·평택·전주 등 7곳의 땅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부동산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이 자금으로 인천 청라, 고양 삼성지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땅을 샀다. 이어 2014년 18개 단지 1만6519가구, 2015년 20개 단지 1만8231 가구를 분양하며 회사는 도급순위 15위(2015년 기준)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하남 미사지구, 시흥 은계지구 등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5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김 회장이 세운 ‘100% 현금 결제’ 원칙은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김 회장은 “회사 창립 이후 어음을 발행한 적이 없다”며 “현금 결제가 협력사와 상생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의 자금 흐름이 원활해야 필요한 자재 구입 등에 차질이 없고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누적 분양률 90%’도 그가 지켜온 원칙이다. 분양한 아파트의 전체 계약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는다. 현재 이 회사가 짓고 있는 38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은 98%(2015년 12월 말 기준)다.

최근 김 회장은 직영 상업시설 운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상업시설 브랜드인 ‘아브뉴프랑’을 경기도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에 조성해 직접 임대·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광명 역세권지구, 하남 미사강변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에도 조성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주택 시장뿐 아니라 건설 업계 패러다임도 임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당장 큰 수익을 내기보다 위기의 순간에 안정적인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김태윤·최현주·황의영 기자 kim.tae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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