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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개포지구 재건축 분양] 서울 도심에 평촌급 신도시 들어서

[막 오른 개포지구 재건축 분양] 서울 도심에 평촌급 신도시 들어서

20여 년 동안 깔렸던 먹구름이 걷혔다. 서울 강남권 최대인 개포지구 아파트 2만8000여 가구가 곧 재건축을 시작한다. 1990년대 중반 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을 시작으로 촉발된 개포지구의 재건축은 투기 방지, 집값 상승 억제 등의 이유로 수차례 벽에 부닥치며 횡보를 거듭했다.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초대형 사업이어서 정책적으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개포지구의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대표적 저층 아파트로 사업성 괜찮아
개포지구는 32개 단지 2만8000여 가구로, 북쪽에 12~15층 21개 단지가 몰려 있고 남쪽에 저층 11개 단지 1만40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1982년 입주한 저층 단지는 당시 값이 싸 서민의 보금자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거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입주 초기에는 주변이 온통 진흙탕투성이여서 ‘마누라는 없어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34년여가 지난 지금은 바람이 불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창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발코니로 더 살기가 힘들다. 사실 이 같은 불편은 재건축이 시작된 34년 전에도 그랬다.

개포지구는 서울의 대표적 저밀도(저층, 대개 5층 이하) 재건축 지역이다. 서울 저밀도 재건축 사업은 2000년대 진행된 송파구 잠실, 서초구 반포 이후 잠잠했다. 하지만 이번 개포주공 재건축으로 저밀도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저밀도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용적률이 낮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건축바닥 면적을 다 합친 것, 지하층 제외) 비율이다. 결국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대지 내에 분포하는 가구 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같은 대지 크기, 같은 주택형의 고층 아파트와 저층 아파트가 재건축을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용적률이 낮은 저밀도 아파트의 경우는 가구 수가 적어 재건축 후에 더 많은 가구를 들일 수 있다. 재건축의 경우 가구 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만큼 저밀도 지역의 사업성이 높은 것이다. 개포지구에서 현재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모두 5개 단지다. 주공 2단지, 주공 3단지, 개포시영, 주공 4단지, 주공 1단지다.

개포지구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지상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4만여 가구의 신도시급으로 새로 태어난다. 경기도 평촌신도시(4만2000여 가구)와 맞먹는 규모다. 시공도 삼성물산(주공 2단지, 개포시영), 현대건설(주공 3단지, 주공 1단지 컨소시엄), GS건설(주공 4단지), 현대산업개발(주공 1단지 컨소시엄) 등이 맡았다. 모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꼽힌 굴지의 건설사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노른자위인 만큼 대형 건설사의 수주전이 상당히 치열했던 곳”이라며 “그 결과 재건축 시공권을 모두 대형 건설사가 수주해 대규모 브랜드 단지로 개발된다”고 말했다.

이 중 삼성물산이 가장 먼저 분양에 나선다.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를 3월에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규모로 전용면적 49~182㎡ 1957가구다. 이 중 396가구(전용면적 49~126㎡)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내에는 실내 수영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현대건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를 6월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인 ‘THE H(디에이치)’를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총 1320가구 규모로 이 중 73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삼성물산이 선보일 개포시영은 해를 넘겨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개포시영은 2294가구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은 2017년 상반기 예정이다. GS건설도 주공 4단지를 연내 이주하고 착공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이곳에서 총 3256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 형태로 선보이는 주공 1단지(6642가구)가 나온다.
 직접 사업비만 30조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개포지구 재건축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경제적 파급효과다. 직접 사업비만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건설 업계는 추산한다. 먹거리가 떨어지고 있는 건설 업계에 개포지구 재건축사업은 단비와 같다. 개포지구 개발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도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강남구는 내다본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이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요지인데다, 규모가 워낙 커 개포지구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면 주변 집값과 땅값이 들썩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도 바로 개포지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5일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개포지구 주공 3단지로, ㎡당 1972만원이다. 3.3㎡(1평)당 가격으로 따지면 6507만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와 가격이 비슷했지만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반포 주공 1단지를 뛰어 넘은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호가(부르는 값)가 내리고 있다. 대출 규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주공2단지는 올해 들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500만원까지 내렸다. 전용 25㎡형은 지난해 11월 5억3500만원 선이던 게 매달 1000만원가량씩 빠져 현재는 5억1000만~5억1500만원 선을 오간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급하게 파는 집은 500만~1000만원 정도 낮은 편”이라며 “2011년에는 5억 4500만원까지 뛰었는데 지금 추세로는 지난해 7월 가격인 5억3500만원 선까지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개포시영·개포주공 1·3·4단지 등도 마찬가지다. 사려는 사람들 문의가 뜸하다.

주공 1단지는 호가가 두 달 새 2000만원 내렸다. 전용 35㎡형은 11월 6억8000만~6억8500만원을 오가던 것이 지금은 6억6000만~6억6500만원 선이다. 주공 4단지 전용 36㎡형은 지난해 11월 6억7000만~6억7500만원을 오가던 게 두 달여 만에 6억5500만~6억6000만원으로 내렸다. 2월 6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개포시영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500만~1000만원가량 내려 전용 28㎡형만 해도 지금은 5억3000만~5억3500만원 선이다.

매매가격이 내리고 있지만 크게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다. 개포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단지별로 재건축사업 진행 정도가 다르고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별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투자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교통이나 교육 여건 등을 감안하면 개포지구의 매력은 여전히 높다”며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하는 만큼 강남권의 새로운 주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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