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근로자의 은퇴 늦어져…신중한 목표 설정과 네트워킹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야

미국 여성 근로자의 은퇴 연령이 계속 높아진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빨리 늘어나는 근로자 연령층은 최근의 대졸자가 아니라 65세 이상의 여성이다. 미국 노동부 추정에 따르면 2024년이 되면 65세 이상 여성 근로자가 30년 전의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들에게 더 늦은 은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처럼 여성의 근로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투자자문사 밴가드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주의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여성 직원이 남성보다 14% 많다. 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 은퇴 시점과 투자자 연령에 맞춰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펀드)의 도입으로 남성과 여성의 은퇴 포트폴리오 구성이 갈수록 닮아간다.

그러나 남성 근로자의 평균 계좌 잔액은 여성보다 50% 정도 많다. 임금 격차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격차만 줄인다고 해서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남성 대다수도 은퇴 계좌 잔고가 결코 충분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은퇴에 대비한 소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임금 상승은 대부분 25∼35세에 집중된다. 그 연령대에서 은퇴를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없다. 그러나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임금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그 다음부터는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다.

가장 나이 많은 밀레니엄 세대 여성이 올해 35세다. 그들에겐 경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풍요로운 은퇴 생활에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만족스런 경력 관리를 위해 지금 당장 취해야 할 조치를 알아본다. 헌터칼리지 사회학 교수로 ‘퇴직 선택?: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진짜 이유(Opting Out?: Why Women Really Quit Careers and Head Home)’의 저자인 파멜라 스톤에 따르면 경력의 첫 10∼20년은 탐색전 시기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한 가지 길을 정해 꾸준히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사회보장국이 정한 67세 정년을 채울 때까지 최대 45년은 더 일할 수 있다. 어떤 경력이든 완벽한 길은 없지만 나아가면서 결정하기보다는 원하는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그에 맞춰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조지아 주의 경력 컨설턴트 캐쳇 프레스트콧은 “경력 관리를 위한 행동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현 위치를 살펴보고 어디로 가길 원하며 어떻게 거기 도달할지 생각하라. 먼저 10년 단위로 길게 계획을 세운 다음 그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우면 좋다.”

남자든 여자든 평소 존경하는 사람에게 경력 목표 설정에 도움을 구하라. ‘파워 커넥터가 되는 비결(How to Be a Power Connector)’의 저자 주디 로비넷은 이렇게 조언했다. “여성은 평범한 여자가 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남성이 여전히 많은 힘을 갖기 때문이다. 힘 있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목표 설정이 첫 단계라면 그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주변을 에워싸는 것이 그 다음이다.

로비넷은 “뒤에서 받쳐주고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사람들로 네트워크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거나 진로를 바꾸고 싶을 때 다양한 방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수십 년 동안 보람찬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비결이다.

대담·컨퍼런스·축제 콘텐트 기획사 하크니스홀의 설립자 캐롤린 웩슬러는 “네트워킹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전략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보다 자신의 목표 달성만을 위한 이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면 사람들이 금방 알아챈다. “거래적인 관계가 돼선 안 된다”고 웩슬러는 조언했다.

네트워크를 넓히려면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나 교류해야 한다. 로비넷은 “미소 짓고 인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칭찬이나 질문을 하라”고 조언했다.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종업계의 단체나 위원회에 가입하는 것이다. 네트워킹에 성공하는 사람은 양보다는 질을 중시한다. 당신에게 관심을 쏟는 사람,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고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라.

직장 생활은 늘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생기면 직장 생활은 더 힘들다. 그런 상황이 닥칠 때 쉽게 포기하지 마라. 스톤에 따르면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휴직하거나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쪽은 대개 여성이다. 그런 결정은 여성의 경력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톤은 “여성이 경력을 쌓으려면 배우자나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은 지금도 선구자가 돼야 한다. 임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참고 견뎌야 한다. 그러면 승진도 하고 연금도 더 많이 쌓인다. 휴직이나 조기 퇴직으로 경력을 중단하면 그런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스톤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보다 타협책을 강구하라고 권한다.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 약간의 조정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얘기다.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원하는 방안과 함께 확실한 목표와 각오를 제시하라.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라. 일 잘하는 직원이라면 대부분은 원하는대로 단기적인 근무조정을 얻어낼 수 있다.”

경력의 각 단계를 최대한 활용하면 원하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동료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매 10년 단위로 소득 잠재력을 극대화하면 더 오래 일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느라 정신없겠지만 주변 사람들도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웩슬러는 “당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나이를 상기시키는 언행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별일 없는 한 당신도 그 나이가 될 것이니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