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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부동산 “내 손안에 있다”

사무용 부동산 “내 손안에 있다”

이용균 부동산 다이렉트 대표, 100% 전수조사 통해 사무실 정보 제공한다
이용균 대표는 기존 사무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 전수조사 방식을 도입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이 계약하고 싶은 사무실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부근에 있는 신축건물에 있었다. 건축주가 누구인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현장소장도 몰랐다. 건물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건물주 주소가 강원도 원주의 한 아파트였다. 직접 강원도 건물주의 주소로 찾아 갔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그래서 그 집 현관문에 ‘만나고 싶다’는 메모를 남겼다. 연락이 없어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물어보니 S대학 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대학교 홈페이지를 뒤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그 건물주와 연락이 닿았다. 깐깐할 것 같았던 건물주는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건물 임대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당신과 계약하겠다”며 선뜻 제안에 응했다.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무용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알스퀘어(회사 이름은 부동산다이렉트) 이용균(33) 대표가 사업 초기에 경험했던 일이다.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인 알스퀘어는 다방, 직방 같은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자 일반 부동산의 중개업무까지 처리한다. 이 대표는 “우리는 IT 기술을 이용해 솔루션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며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전수조사를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알스퀘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특하다. 임직원이 직접 발로 뛰면서 사무용 부동산 관련 내용을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보 플랫폼은 동네 부동산 대표나 건물주가 방이나 사무실 정보를 올리고,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정보를 획득하는 구조다. 알스퀘어는 역발상을 취했다. 기업의 식권대장 사업을 벌이는 벤디스나 명함을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명합 앱 서비스 리멤버 같이 오프라인에 중점을 두는 스타트업인 셈이다. 그는 “우리가 직접 부동산 정보를 조사하고 수집해서 올리기 때문에 사무실 정보가 99% 이상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알스퀘어는 전국 주요 도시 80만5423개 건물 중 8만 여 곳을 직접 전수 조사해 1만8027개 빈 사무실 정보를 수집했다. 서울시와 광역시 그리고 인구 2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있는 빌딩과 사무실 정보를 갖춰놓았다.

알스퀘어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실제 부동산 중개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해, 직접 부동산 중개 계약까지 진행한다. 사무실을 찾는 이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일반 부동산보다 훨씬 낮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임대 계약금의 0.7%를 받는데, 우리는 0.35%에 불과하다”며 “임차인 확보가 중요하고, 일반적으로 수수료가 너무 높아 낮췄다”고 했다.

알스퀘어 사업 모델을 듣는 이들은 대부분 “그런 서비스는 정말 필요하다”고 답변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정보 수집 노력을 직접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빈 사무실 정보는 동네 부동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기업이 경기도에서 사무실을 얻으려면 그 지역 부동산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젠 알스퀘어를 이용하면 전국의 빈사무실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쉽지는 않았다. 잡상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직원은 단 2명. 이 대표와 개발자 뿐이었다. 2012년 1월 알스퀘어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수첩 하나를 들고 서울 각지의 빌딩을 누비고 다녔다. 관리사무소는 지하와 옥상에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관리사무소가 없으면 입주사를 찾아가 직접 건물주 정보를 얻었다. 잡상인으로 오해받아 쫓겨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거리를 하염없이 떠돌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 대표가 부동산 분야는 까막눈이었다는 것.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부즈앨런해밀턴이라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던 게 경력의 전부였다. 그는 “처음에 사무용 부동산 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알기 위해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정보를 현장에서 익혔다. “초창기에는 동네 부동산 업소를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일과였다. 사무실 정보를 알려면 등기부등본부터 봐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 대표는 그렇게 1년 동안 1만 개의 빌딩 정보를 수집했다. 낮에는 빌딩을 찾아다녔고, 밤에는 취득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내부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했다. 알스퀘어를 알리는 사이트 구축은 시간 투자보다 정보 수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년 동안은 정보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이후 직원을 뽑아 서울 이외 지역의 빌딩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기자에게 내부 시스템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보면 우리 직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촬영했는지 다 볼 수 있다”며 “우리의 자산은 이렇게 직접 발로 뛰어서 취득한 사무실 정보”라고 했다.

알스퀘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현장감이 넘친다. 화장실은 남녀공용인지,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주차 방식은 어떤지, 건물은 몇 년에 세워졌는지, 전세가 가능한지 등 40여 가지의 세세한 정보가 회사 내부 시스템에 쌓여간다. 알스퀘어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분이다. 부동산 업체 사람들이 정보만 빼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부동산 업체 관계자들이 우리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며 “소중한 정보를 지키기 위해 블랙리스트 등 다양한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알스퀘어는 소비자에게 지도 기반의 실매물 정보, 정교한 검색 기능, 자동 추천 보고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스퀘어가 스타트업 업계에서만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대기업까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대기업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이 대표는 웃었다.

알스퀘어 고객 비율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반반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김앤장, 카카오, 미래에셋증권, 동부화재, 삼성전자, 네이버, 국민연금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고객으로 등록돼 있다. 이 대표가 기억하는 가장 어려운 고객은 김앤장이었다.

김앤장이 찾던 사무실의 주인은 교세가 큰 한 종교단체였다. 고객과 건물주가 사회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이들이었고, 계약 과정에서 신경전이 치열했다. 이 대표는 “김앤장 전문변호사가 계약서 토씨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는 것을 보고 건물주가 로펌을 채용해서 맞대응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건물 임대 계약금은 수억원에 불과했는데, 계약 협의만 6개월이 걸렸고 나중에는 건물주가 계약을 안한다고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건물주인 종교단체를 여러 번 설득한 끝에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09년 9월 설립된 부동산다이렉트는 원래 주거용 부동산 전문 스타트업이었다. 이 대표와 컨설팅업체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가 창업한 회사다.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2011년 이 대표가 인수했다. “사무용 부동산 중개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00% 전수조사 사무용 부동산 서비스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2013년 3월 본엔젤스의 3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14년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15억원 투자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야후재팬의 벤처투자 회사인 YJ캐피털과 소프트뱅크벤처스가 40억원의 후속 투자를 한 이유다. YJ캐피털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2명으로 시작했던 알스퀘어의 임직원은 벌써 85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정규직이다. 평균 연령은 30세에 불과하고 대부분 남성이다. “80명이 남자 직원으로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남성적”이라며 이 대표는 웃었다. “네이버에서 일하다가 온 친구도 있고, 막노동을 하다가 들어온 직원도 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글로벌 사무실 공유 서비스 위워크의 한국 진출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 대표는 “사무용 부동산 시장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위워크나 한국의 패스트바이브는 우리의 고객이지 경쟁자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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