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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형 펀드 찬밥 신세] 코스피 지수 2000 넘으면 환매 줄 이어
- [국내 주식형 펀드 찬밥 신세] 코스피 지수 2000 넘으면 환매 줄 이어

지수 2000선 위에선 매도, 1900선 근처에서 매수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채권형 펀드와 종합자산 관리계좌(CMA)·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흘러들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05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 됐다. 이와 달리 채권형 펀드로는 4조72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7월 들어선 하루 평균 300억~400억원의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CMA 잔액은 6월 말 43조9789억원이었던 것이 7월 26일 52조172억원으로 늘어났다. 만기 1년 이내의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의 설정액도 7월 26일 123조7407억원이다. 7월 19일엔 사상 최대치인 128조1358억원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은 왜 주식형 펀드를 꺼리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이 꼽은 이유는 두 가지다. 2010년대부터 6~7년 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장세에 머물면서 생긴 학습효과가 하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두 번째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증시가 이어지면서 지수 2000선 위에선 매도, 1900선 근처에서 매수라는 패턴이 투자의 정석처럼 자리잡았다”며 “외국인들이 펀드 매도세를 압도할 만큼의 자금을 투자하지 않는 한 박스권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대신증권이 집계한 2011년 이후 코스피 지수대 별 주식형 펀드 환매 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1950선 아래에선 자금을 넣지만, 그 이상 지수가 오르면 환매에 나서기 시작해 2000~2050선 사이에서는 141조8760억 원을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2050~2100선에서는 순유출 규모가 14조45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증시 향방을 지켜보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졌다. 이후 지수가 2100선 이상으로 올라서면 33조9640억원 이상의 순유출을 보이며 적극적인 환매에 나섰다.
수익률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0.22%다. 2.05%인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의 10분의 1이다. 최근 1년과 2년으로 기간을 늘려도 주식형 펀드는 각각 4.09%, 2.89%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개인의 직접 투자 자금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간접 투자에 대한 불신으로 주식형 펀드 환매는 계속되고 있다”며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성공을 한 경험이 적은 것이 주식형 펀드 이탈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향을 보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할 때는 주가 상승폭이 컸던 업종이 주로 처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자산운용사 등 투신권이 주로 순매도한 업종은 제조업(8067억4600만원)·전기전자(2874억7500만원)·화학(1729억1600만원) 업종 순이었다. 섬유의복과 의료정밀, 종이·목재업종은 하위권에 자리했다. 또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투신권은 대형주에서 1조555억7000만원, 중형주와 소형주에서 각각 1412억6700만원, 237억5200만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힘이었다. 외국인은 9월 27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2011년 이후로도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와는 달리 2000선 이상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 2000~2050선에서 외국인은 22조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전체 지수구간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펀드 환매가 코스피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형 펀드와 MMF 등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이 상승할 거라 전망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을 넣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지수를 떠받쳐온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외국인의 적극적인 순매수는 코스피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 대통령 선거 이슈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만한 환경이 조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스권 상단 돌파하면 돈 몰릴까?
-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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