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한여름밤의 꿈의 ‘디마케팅’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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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한여름밤의 꿈의 ‘디마케팅’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한여름밤의 꿈의 ‘디마케팅’

너무나 사랑하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상대가 있다. 한 잠 깊게 자고 일어났더니 그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면. 만물이 생기가 넘쳐 흐르는 여름밤은 짧지만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한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에서 말하고 싶어한 것은 이것일지 모른다. 한여름밤의 꿈은 낭만 희극이다. 4대 비극(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스)에 견줘 5대 희극(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뜻대로 하세요,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상인)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지난 4월 23일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았지만 그의 분신인 ‘한여름밤의 꿈’은 여전히 생기 넘친다.

 네 젊은이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한여름밤의 꿈’은 네 명의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다. 얽히고 섥혀 인간들이 풀지 못하는 애정을 초자연적인 힘(요정)이 끼어들어 하룻밤 새 해결해준다. 배경은 아테네 근교의 숲이다. 아름다운 허미어와 청년 라이샌드는 서로 사랑한다. 또 다른 청년 드미트리어스도 허미어를 사모한다. 이런 드미트리어스를 헬레너는 흠모하며 쫒아다닌다. 그러니까 4각 관계다. 심각한 갈등이 있다. 허미어의 아버지 이지어스는 사위로 드미트리어스를 찍었다. 아테네법에 따르면 허미어는 아버지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허미어는 드미트리어스랑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 눈이 뒤집힌 허미어와 라이샌드, 그대로 있을 리 없다. 둘은 아테네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도망가기로 한다.

두 연인의 사랑, 집안의 반대, 그리고 도주. 여기까지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플롯이 비슷하다. 이야기가 갈라지는 것은 다음부터다. 이틑날 밤 둘은 도망치기 위해 근교 숲에서 만난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드미트리어스가 쫓아온다. 헬레나도 드미트리어스를 따라 숲으로 들어온다. 이 숲에는 요정들이 살고 있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우연히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를 구박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널 사랑하지 않으니 쫓아오지 말라.”(드미트리어스)

“당신이 저를 끄는 걸요.”(헬레나)

“내가 널 꾀기나 했나? 너를 사랑하지도, 사랑할 수도 없다고 이미 말했다.”(드미트리어스)

“그래서 전 당신이 저 좋아지는걸요. 저는 당신의 개에요. 개는 때릴수록 더욱 꼬리를 흔들며 달라붙거든요.”(헬레나)

드미트리어스는 허미어를 사랑한다. 헬레나가 이렇게 쫓아와서는 곤란하다. 마침내 드미트리스는 말한다. “당신 꼴만 봐도 구역질이 나!” 허미어의 사랑을 얻어야 하는 드미트리어스로서는 어떻게 하든 헬레나를 떼내어야 한다. 경영학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를 구박하는 것은 ‘디마케팅’ 전략이다. 의도적으로 고객의 구매를 줄이는 마케팅을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고 한다. ‘줄이다(Decrease)’와 ‘마케팅(Marketing)’을 합친 단어다.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레비 교수는 197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많은 홍보비를 써대며 ‘내 물건을 사달라’며 고객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고객이 많다고 무조건 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돈이 되는 안 되는 고객들도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진상고객’이거나 ‘체리피커(상품 할인 등 단맛만 빼먹는 소비자)’다. 반품이 잦은 고객, 판매처와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고객, 할인 기간에만 물품을 구입하는 고객 등이 될 수도 있다. ‘디마케팅’을 체험해 보고 싶으면 주말 밤 홍대 앞 클럽에 가보면 된다. 클럽은 아무나 입장시키지 않는다. 이른바 외모가 되는 사람만 한정해서 들여다 보낸다. 그래야 ‘물이 좋다’는 평이 나고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디마케팅’은 사실 돈을 더 벌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기업의 디마케팅 전략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일반적 유형, 선택적 유형, 표면적 유형이다. 일반적 유형은 비용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수요 제한이다. 최근 식당·카페 등을 중심으로 퍼지는 ‘노키즈존’이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많아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일반 고객들이 불편해해 되레 손님이 줄어들 수가 있다. 자칫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뜨거운데 데거나 넘어져서 상처를 입으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미술 전시관에서 입장객의 연령을 제한하거나 놀이공원에서 키 제한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선택적 유형은 특정 고객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서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백화점이나 항공사가 VIP 고객에 대해서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다. VIP는 라운지나 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할인 혜택이나 무료 주차 혜택도 주어진다. 일부 대부 업체의 여성 전용 대출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용도가 높은데다 여성 전용이 주는 편안함으로 인해 대출액과 수익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표면적 유형은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요 증가를 막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는 프랑스에서 ‘햄버거는 주1회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광고했다. 이런 광고는 고객들에게 ‘건강을 생각해주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고, 전체적으로 매출액이 늘었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는 문구를 담배곽에 새긴 것이나 ‘중요한 순간에는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는 통신사의 광고도 이 같은 유형의 ‘디마케팅’ 전략이다.

드미트리어스의 ‘디마케팅’을 지켜보던 오베론은 헬레나에 연민을 느낀다. 오베론은 잠자는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마법의 묘약을 넣으라고 장난꾸러기 요정 파크에게 지시한다. 이 약이 눈에 들어가면 잠에서 깨 처음 보는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파크는 실수로 묘약을 라이샌드의 눈에 넣는다. 라이샌드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사람은 하필이면 헬레나다. 라이샌드는 이제 헬레나를 사랑한다. 라이샌드는 허미어에게 “난 당신이 싫어졌어. 이제 다신 만나고 싶지 않아”라며 디마케팅을 한다.

오베론은 이들의 사랑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이번에는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넣는다. 하지만 드미트리어스가 눈떴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은 헬레너다. 헬레너는 두 사람의 갑작스런 구애에 당황한다. 영문 모르게 연인에게 차인 허미어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디마케팅은 돈을 벌기 위한 고도의 전략
디마케팅은 공급자가 효율을 위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절 당하는 고객이 되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면 기업 이미지가 되레 나빠질 수도 있다. 디마케팅은 겸손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네 사람의 사랑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 소설에 심취된 멘델스존은 ‘한여름밤의 꿈 서곡’을 작곡한다. 아테네 공작인 티시어스는 자신의 결혼식에 네 연인을 초청한다. 이 화려한 결혼식에 울려퍼지는 곡이 ‘결혼행진곡’이다. 라이샌드는 한창 허미어를 사랑할 때 이렇게 속삭인다. “사랑은 소리 같이 순간적이고, 그림자처럼 재빨라. 그리고 꿈 같이 짧고”. 라이샌드의 입을 빌려 셰익스피어가 말하고 싶었던 사랑의 속성이란 이런 것일지 모른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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