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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다시 쓰는 징비록' 펴낸 김동철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저자와의 대화 | '다시 쓰는 징비록' 펴낸 김동철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동북아 안보 위협, 무능한 정치, 법조계 비리에 던지는 이순신의 쓴소리
사진:최정동 기자
[다시 쓰는 징비록]은 이순신의 시각으로 오늘을 돌아보는 책이다. 광화문 광장에 서있는 장군의 동상 앞엔 다양한 언론사 뉴스 전광판이 있다. 책 1장은 2016년으로 다시 돌아온 장군이 뉴스를 보며 “어쩌다 나라가 여기까지 왔는가”라고 한탄하며 시작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와 지금의 국제·정치·사회 문제를 비교하며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를 아프게 꼬집는다.

한국엔 ‘관피아’나 ‘금피아’ 같은 말이 있다. 고위 공무원이 관련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자 이를 빗대어 나온 용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화도 여전하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공직자윤리법을 만들었다. 국무위원, 국회의원,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 후 3년 간은 재임 기간 마지막 5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이 있으면 예외로 하고 있어 관련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법조 비리는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인사권 가진 이조판서와 만날 일 없다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의 공직관은 어땠을까. 이조판서 이율곡이 류성룡에게 “이순신이 덕수 이씨로 같은 집안인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평생 장군의 ‘멘토’였던 류성룡이 이순신 장군에게 이조판서와 만나기를 권했다. 이 장군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같은 문중으로서 만날 수는 있겠으나 인사권을 가진 이조판서에 있는 한 만날 수 없다.” 책 5장 ‘탐관오리와 전관예우’에 소개된 일화다.

저자 김동철은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의 대표다. 7년 동안의 집필 계획과 3년 간의 사적답사와 문헌탐색을 통해 이순신 리더십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김 대표는 책을 통해 한국의 오늘을 되짚어 보고자 했다. [징비록]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과 영의정을 맡아 고군분투했던 서애 류성룡이 기록한 전쟁 회고록이다. 서애는 ‘지나간 일을 징계(懲)하고, 뒷근심이 있을까 삼가(毖)하기 위해’ 책 이름을 [징비록]이라고 정했다. 김동철 대표는 “이순신 장군이 417년 만에 되살아나 광화문 거리에서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그가 임진왜란 당시의 혼란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해서 책 이름을 [다시 쓰는 징비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왜국은 조선땅에서 전쟁을 치렀다. 구한말에도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유럽 국가들까지 다 쓰러져가는 조선땅을 집어삼키기 위해 갖가지 분쟁을 일으켰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북한과의 거리는 나날이 멀어진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와 중동을 둘러싼 종교 갈등의 물결이 한반도에 밀려오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국제정세가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의 재판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 국내 상황을 보면 굳이 이순신 장군이 아니더라도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분명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갈등의 종류와 그 폭은 더욱 깊어졌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정치권과 재벌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갑질, 진보와 보수 간 갈등, 방산비리, 귀족노조의 횡포, 타락한 판검사가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저자는 갈등으로 점철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 극복을 위해 이순신 장군에게 답을 구한다. 그는 “이순신은 단순한 무인이 아니라 공정하고 확고한 인간관계, 둔전경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애민 정신을 갖춘 리더”라며 “그의 DN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살필 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압력 앞에서 또 다시 굴복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번영을 누리는 한국에서 왜 이런 갈등이 끊이지 않는가?’ 김 대표는 차분히 역사를 살피며 교훈을 얻자고 주장한다. 반성하고 자강(自强)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고난의 역사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과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에서 유비무환 정신을 강조한 연유다.

자료를 수집하는 중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는 남해안 이순신 전적지를 끊임없이 찾아 다니며 현장 답사를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이순신 관련 축제도 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인 면에 치중했고 지자체 간 서로 협력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순신의 백의종군길, 명랑 앞바다, 한산도에서 벌어지는 이순신 행사는 구심점 없이 각 지방 자치단체가 따로 진행하는 그들만의 축제였다. 김 대표는 “거제의 이순신과 여수의 이순신이 어떻게 다를 수 있겠는가”라며 “함께 판을 키워서 대한민국 남해가 함께 즐기는 행사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거제의 이순신과 여수의 이순신이 다른가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이순신과 류성룡의 뜻이 이루어졌다면 현재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흥미로우면서도 슬픈 가정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저자는 40여 개의 주제 속에서 기록과 분석, 비판을 오가며 과거의 지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그는 앞으로 이순신 관련 책을 두 권 더 내놓을 계획이다. 두 번째 책은 이미 집필을 시작했다. 가제는 ‘사라진 인성, 이순신에게 묻다’로 정했다. 한국 사회에서 인상이 도외시 되어가는 모습을 비판할 생각이다. 세 번째 책은 협력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주제는 ‘이순신과 사람들’이다. 전쟁은 이순신 장군 혼자 싸워 이긴 게 아니다. 23전 23승이라는 화려한 기록 뒤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민초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 그의 기록과 발자취로부터 현재 우리 사회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며 “과거를 위한 기록이나 영광으로의 이순신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계기로 새롭게 해석하고자 저술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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