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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수익성 높이려면] 해외 M&A는 달러 박스…덩치부터 키워라

[증권사 수익성 높이려면] 해외 M&A는 달러 박스…덩치부터 키워라

수수료 수입 비중 커 증시 부침에 민감 … 전문화·특화 모색하는 일본 증권사 배울 만
“한국 증권산업이 과거의 틀을 깨야 할 때입니다. 안정된 자기자본으로 해외에 나가 인수합병(M&A) 등에 나서야 합니다. 불가능한 꿈을 꿀 줄 알아야 합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11월 4일 합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마련한 기자간담회 모두에서 강조한 말이다. 박 회장은 구체적으로 “미래에셋 증권과 대우증권을 합치면 자기자본 8조원, 예탁자산 201조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기자본·자산 등을 늘려 덩치를 키운 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가 처한 현실을 집약하면 이렇다. 자기자본 규모는 글로벌 투자은행(IB)보다 훨씬 작다. 투자처도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도 주식매매 수수료 중심의 단편적인 수익구조로 출혈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시장 규모 적은 국내에서 출혈 경쟁
국내 증권사와 해외 IB를 비교해보자. 일단 수익성 지표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6개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3%,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84%다. 미국 JP모건(ROE 10.35%, ROA 0.99%)처럼 고수익을 낸 곳도 있지만 골드먼삭스(ROE 7.47%, ROA 0.71%), 모건스탠리(ROE 8.58%, ROA 0.79%)는 한국 평균과 별 차이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연구위원은 “글로벌 IB들의 ROE는 과거 20%대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 안팎으로 내려온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 업계는 증시 부침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 업계의 ROE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6%에서 2009년 8.4%로 올랐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가 침체하자 2010년(7.8%)·2011년(4.5%)· 2012년(1.9%)·2013년(-0.5%) 4년 연속 하락했다. 이후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상승한 덕분에 2014년(4.1%)·2015년(7.3%) 2년 연속으로 수익률이 올랐다. 원인은 포트폴리오(자산 배분)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글로벌 IB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M&A, 기업공개(IPO) 주관 같은 다양한 수익처를 둔 반면 국내 증권사는 국내 증시에서의 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2분기 국내 증권 업계의 영업이익(기타손익 차감 전) 2조6856억원 중 수수료 수익 비중은 65%(1조 7549억원)이다. 이와 달리 자기매매손익은 35%(9307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자기매매손익의 상당 부분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수익이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대체 투자 등의 공격적인 투자 실적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골드먼삭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338억 달러(37조 9912억원) 중 수수료 비중(44.8%)이 절반 이하다. 대신 투자 은행(20.8%)·자산관리(18.3%)·기업금융(16.1%)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골고루 매출을 올렸다. 투자은행(IB) 업무는 M&A나 IPO, 채권발행 주관 업무 등이며, 기업금융은 기업 대출을 뜻한다. 국내 증권사와 달리 미국 IB는 기업을 상대로 대출 업무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자본이 작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1위 증권사(자기자본 기준)인 NH 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5000억원으로 골드먼삭스(91조 원)의 5% 수준이다. 아시아의 일본 노무라홀딩스(28조원), 중국 증신증권(25조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200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시작된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바람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영향도 크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해외 펀드 열풍 속에 미래에셋을 중심으로 신흥국 투자가 활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신한금융투자는 라오스에 투자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해외 펀드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예전처럼 자금이 모이지 않자 해외 투자는 상당 기간 위축됐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다시 증권사의 해외 투자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해외 점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20만 달러 증가한 2390만 달러(약 270억원)로 집계됐다. 2014년(1670만 달러 흑자)에 이어 흑자폭이 더 커졌다. 그 전까지는 2010~2013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 점포 총자산은 20억 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2.4%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해외 점포가 20개(현지법인·지점 11개, 사무소 9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홍콩(15개)·베트남(9개)·미국(8개)·일본(6개)·인도네시아(5개)·싱가포르(5개) 순이었다. 미국을 빼면 모두 아시아 국가다.
 M&A·해외 진출 늘어난 점은 긍정적
증권사 간 M&A가 활발해진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대형 IB 탄생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가격은 2조3000억원대,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가격은 1조2000억원대였다. 정부도 8월 한국판 골드먼삭스 만들기 정책으로 불리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내년 2분기부터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은행이 하던 외국환업무도 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고객의 돈을 받아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현재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슷한 형태로 해당 증권사가 원금 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8조원 기준에 가장 근접한 증권사는 11월 4일 합병으로 재탄생할 미래에셋 대우다. 합병시 자기자본은 6조7000억 원이지만 박현주 회장이 초대형 IB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릴 가능성이 크다. 4조원 이상 규모를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NH투자증권(4조 5000억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통해 탄생 예정인 KB증권(3조9000억원) 등 3곳이다. 덩치를 키운 후 과제는 국내 증권사만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다. 증권 업계에서는 한국과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일본에서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증권사가 생겼다. 이와 관련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0월 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일본 증권사 초청 세미나’에서 “일본은 틈새시장 공략 등을 통해 전문화와 특화를 모색했다”며 “노무라·다이와 등의 대형 증권사 말고도 여러 특화된 증권사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인터넷 위탁매매 증권사를 비롯해 선물·옵션 전문 증권사 지역 밀착형 영업 증권사, 기관투자자 전문 증권사 등이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 등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래에셋은 부동산과 국내 사회간접펀드(SOC)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10년 간 17개 국내외 부동산에 65조원을 투자했다.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현지 소형 증권사였던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해 최근 베트남 10위권 증권사로 키웠다. 베트남 펀드도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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