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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여자 아이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여아 기회지수 순위에서 1위는 스웨덴, 한국은 여성의원의 비율 낮아 27위
짐바브웨의 여성들이 지난 2월 수도 하라레에서 고등법원의 아동 결혼 금지 판결을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세계에서 여자 아이가 자라기에 가장 좋은 나라는 스웨덴, 가장 나쁜 나라는 니제르다. 한국은 여자아이가 비교적 살기 좋은 나라에 든다.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0월 11일 ‘세계 여아의 날(International Day of the Girl Child)’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 ‘마지막 한 명의 소녀까지: 살아갈 자유, 배울 자유, 안전할 자유(Every Last Girls: Free to live, free to learn, free from harm)’에서 처음으로 ‘여아 기회지수(Girls’ Opportunity Index)’ 순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 전역의 여성과 여자아이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세이브더칠드런의 40쪽짜리 보고서는 1년에 걸쳐 수집한 아동 결혼율, 중등교육 이수율, 십대 임신율, 모성 사망률, 여성의원 비율을 바탕으로 144개국의 점수를 매긴 뒤 순위를 정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최하위권은 니제르,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소말리아 등 전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저소득 국가였다. 최상위권에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가 포함됐다. 한국은 27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여아의 중등교육 이수 비율과 국회의 남성의원 대비 여성의원의 비율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데도 32위에 머물렀다. 특히 여성의원의 비율이 낮고 특히 백인이 아닌 여성의 모성 사망률이 너무 높은 것이 순위 상승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었다. 미국의 순위는 알제리아와 카자흐스탄보다 낮고 영국에 비하면 17위 아래다.

미국 외에도 여러 고소득 국가가 기대에 크게 못미친 실적을 보였다. 특히 호주는 낮은 여성의원 비율과 높은 십대 임신율로 21위를 차지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호주가 2위에 올랐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세이브더칠드런의 CEO 캐롤린 마일스는 “이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일부 선진국의 여성의원 비율이 형편없이 낮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원은 여성의 이슈를 주창하고 미래 세대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수준과 관계 없이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국가 중 여성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뿐이다. 여성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르완다(64%)였다. 볼리비아와 쿠바가 그 뒤를 이었다. 대조적으로 미국 하원에선 여성의원이 19%에 불과하며 영국 의회도 29%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다른 문제는 백인이 아닌 여성의 모성 사망률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마일스 CEO는 “미국의 경우는 유색인이 직면하는 인종적인 불평등과 부당함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선 산모 10만 명 중 14명이 사망했다. 우루과이·레바논과 비슷하다. 그에 비해 폴란드·그리스·핀란드에선 산모 10만 명 중 3명이 사망했다.

보고서는 또 ‘아동 신부’가 되는 15세 미만 조혼 피해 소녀가 매 7초마다 1명씩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아동 결혼을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7억 명 수준인 조혼 아동 수가 2030년에는 9억5000만 명, 2050년에는 12억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경고했다. 분쟁과 만성적 빈곤, 인도적 위기는 여아를 조혼으로 내모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마일스 CEO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설명했다. “아동 결혼은 여자 아이에게 배움과 자기계발, 어린 시절을 즐길 기회를 박탈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어린 여자 아이가 결혼을 강요당하면 학교에 다닐 수 없고 가정 폭력과 학대,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커진다. 그들은 신체적·정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하고 아기를 낳아 자신과 아기의 건강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는데 그곳 여아 중 3분의 1이 18세 전에 결혼한다. 이건 정책이 아니라 문화와 행동의 문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음 5가지 지표를 지수의 근거로 사용했다.

*아동 결혼율: 어린이의 권리를 가장 심하게 침해하는 것 중 하나로 여자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박탈한다.

*십대 임신율: 성인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어머니가 되면 일생의 여정이 심한 제한을 받는다.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기 쉽다.

*모성 사망율: 생존권과 최선의 보살핌을 보장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 이 지표로 아기가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성의원 비율: 공적인 삶에 여성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여자 아이가 자라서 정치 지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의회에 여성의원이 많을수록 여자 아이의 권리와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커진다.

*여아의 중등교육 이수율: 여자아이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적 신분 상승과 경제적 역량 강화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중등교육 이수는 모든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최소한의 기본 교육이며 대개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니제르의 경우 여자 아이의 76%가 18세 전에 결혼하며 매년 십대 여아 5명 중 1명꼴로 아기를 낳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최하위권에 속한 국가는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건강과 교육 측면에서도 여자 아이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과 관행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좋은 소식도 있다. 최하위권에 속하는 나라들과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나라들이 일부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이다. 노력하면 얼마든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이다. 예를 들어 르완다는 의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64%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다른 저소득 국가에 비해 아동 결혼율과 십대 임신율도 비교적 낮다. 그 결과 이웃나라 부룬디와 탄자니아가 각각 107, 118위에 머문 데 반해 르완다는 48위에 올랐다. 네팔도 저소득 국가 중에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다. 여아의 중등학교 이수율이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인 86%라는 사실이 한 가지 이유다.

소말리아의 10∼14세 여자 아이는 일주일에 26시간 집안일을 한다.
마일스 CEO는 “각국이 순위를 서로 비교하면서 배울 점을 찾아 여자 아이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오래 전부터 든든한 재정 지원으로 여자 아이를 위한 좋은 사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일부 국가의 경우는 적합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동 결혼 문제에서 특히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선 문화적인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여자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가난한 가정의 경제적인 결정인 경우가 많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는 내전의 피해도 여자 아이가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레바논의 시리아 여자 아이들처럼 난민 가족이 안전과 위기 대처 방안으로 딸아이를 일찍 결혼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여자 아이는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사태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시에라리온에선 에볼라로 학교가 폐쇄되면서 십대 임신이 1만4000건으로 늘었다.

- 루시 클라크 빌링스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집안일도 여자 아이 차지 - 5∼14세 남아보다 40% 많아
유엔 어린이 보호기구인 유니세프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체로 볼 때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집안일로 보내는 시간이 하루 1억6000만 시간이나 더 많다.

평균적으로 5∼14세 여아는 같은 나이의 남아보다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데 40% 정도의 시간을 더 보낸다. 밥하고, 청소하고, 물 긷고, 땔감을 주워오는 일이 거기에 포함되며 그중 일부의 일에는 성폭력의 위험도 따른다. 가족이나 다른 집 아기를 돌보는 것 같은 어른의 책임도 여자 아이에게 맡겨진다. 그들은 친구와 만나고, 공부하고, 어린이로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그런 일에 빼앗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집안일에서 남아와 여아의 불평등은 아주 어린 나이에 시작되며 나이가 들수록 차이는 더 커진다. 5∼9세 여아는 같은 나이의 남아보다 집안일에 30%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여자 아이가 10∼14세가 되면 그 차이는 50%로 늘어난다. 세계 전체로 볼 때 매일 집안일에 1억2000만 시간을 더 쓰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아가 하는 집안일은 눈에 잘 띄지 않으며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의 성별 자문관 안주 말호트라는 “집안일의 과도한 부담은 어린 시기에 시작되며 여자 아이가 사춘기에 도달하면서 더 심해진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여자 아이는 배우고 성장하고 어린 시절을 즐기는 중요한 기회를 희생해야 한다. 아이 성별에 따른 집안일의 불평등한 분배는 성별 편견을 고착시키며 모든 세대의 여성에게 이중 부담을 안긴다.”

여자 아이가 집안일에 쓰는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남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의 여아는 남아의 약 2배나 되는 시간을 집안일에 할애한다. 소말리아의 10∼14세 여자 아이는 일주일에 26시간 집안일을 한다. 다른 어떤 나라의 여아보다 집안일을 많이 한다.

지난 10월 11일 ‘세계 여아의 날’을 맞이해 발표된 유니세프 보고서는 집안일에 여자 아이가 할애하는 시간에 관한 추정 데이터를 처음 발표했다.

- 루시 웨스트콧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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