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의 법과 기업 이야기 (2) 임원의 지위와 이사 등의 책임] 등기이사도 아니고 막강한 권한도 없는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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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의 법과 기업 이야기 (2) 임원의 지위와 이사 등의 책임] 등기이사도 아니고 막강한 권한도 없는데…

[장윤정의 법과 기업 이야기 (2) 임원의 지위와 이사 등의 책임] 등기이사도 아니고 막강한 권한도 없는데…

비등기 임원의 비애... 등기임원 업무범위의 일 수행하다 법률상 책임 질 수도연말이 다가오니 주변에서 승진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함께 일하던 고객사의 직원이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얼른 휴대폰에 입력된 직함을 수정한다. “이번 승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승진하시니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많이 좋아지셨나요?” 이렇게 물으면 다양한 답변을 하겠지만 요지는 하나일 것이다. 권한이 많아졌지만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 특히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에는 높아진 지위만큼 더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의 숫자도 몇 개 안 남았거나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임원’의 법률상 개념은 무엇일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는 ‘임원이라 함은 이사, 대표이사, 업무집행을 하는 무한책임사원, 감사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지배인 등 본점이나 지점의 영업전반을 총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업사용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 법에서 ‘임원’이란 이사 및 감사를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법에는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이사와 감사를 임원으로 보는 듯하고, 벌칙규정인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의 특별배임죄)와 제630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의 독직죄)에서 ‘기타의 임원’이란 용어를 쓰고 있으나 그 정의나 범위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임원 중에서 이사와 사실상 이사의 지위와 책임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상법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그 밖에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로 구분해 등기하도록 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를 말한다. ‘회사의 상무’는 회사가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통상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사무를 말한다. 이런 사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이사를 ‘사내 이사’라 한다. ‘사외이사’는 반대로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법이 규정하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를 의미한다. ‘그 밖에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외이사는 아니고, 권한과 책임에 있어서 사내이사와 동일하다. 실무상 ‘비상근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상 이사의 애매한 지위와 책임
실무상으로는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의 보통결의를 거쳐 선임되었으므로 회사와는 위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기본적으로 민법상 위임 규정이 적용되며, 상법상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 책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그런데 등기이사의 숫자는 정관에서 정하게 되어 있고 임원 중에서도 소수만 등기이사가 되기 때문에 등기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을 만족스럽게 수행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 이사회는 주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역할을 하고 실제 집행은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가 함께 담당하게 된다. 비등기이사의 경우는 명함에 기재된 직함과 무관하게 회사와 단순한 고용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민법상 고용에 대한 규정과 근로기준법 같은 근로관계 법률이 적용된다. 그러나 비등기이사임에도 근로자가 아닌 경우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지위와 권한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상법은 이사가 아닌 경우에도 특정한 경우에는 이사로 간주해 등기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 자신의 뜻대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이사로 등기하지 않음으로써 회사와 제3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다.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은 이러한 자들을 (1)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업무집행지시자) (2)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무권대행자) (3)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 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표현이사)의 세가지 범주로 나눠서 규율한다.

업무집행지시자의 경우 지배주주와 같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자가 그 힘을 이용하여 이사나 부장, 과장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하고 그 지시에 따른 업무집행이 이루어져 회사나 제 3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업무집행지시 자와 이사는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회사에 대해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나 단순 조언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실제로 업무지시를 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건 그리 쉽지 않다. 이사가 지배주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한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확보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권대행자의 경우는, 대주주가 제3자를 회사의 이사나 대표이사로 등기해 놓고 실제로는 자신이 그 등기이사의 이름으로 회사 업무를 집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실제 업무를 집행하는 사실상의 이사와 이름만 등기이사로 올려 놓은 명목상 이사(속칭 바지사장)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회사와 제3자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필자가 고객들에게 자주 조언하는 경우가 세 번째의 ‘표현이사’ 유형이다. 갑은 주식회사 A에 입사한 지 13년 만에 부장이 되고, 다시 5년 후 임원인 비등기이사로 승진했다. 회사 A의 재무구조와 경영성과가 2년 연속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회장과 대표이사는 전무이사에게 “부채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고 배당률을 2%로 맞추어 결산을 하라”고 지시했다. 전무이사는 갑에게 담당부서의 재무제표를 회장의 지시에 맞춰서 조작할 것을 지시했고, 갑은 다른 부서들의 팀장들과 과장들에게 순차적으로 지시하고 공모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에 투자자들의 돈을 보관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하던 을은, 공시된 A사의 허위재무제표의 내용을 믿고 회사채를 매입해 손해를 입은 후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비등기 임원의 법률상 지위는 근로자에 해당
갑은 자신이 상법상 등기이사가 아니고, 대주주나 그룹기획조정실장 같이 A 회사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도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이사로서의 책임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 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직접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경우라면 이사로 간주돼 책임을 져야 하고, 반드시 회사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갑은 A 회사의 건설회계부문 총괄 업무를 담당하는 미등기 이사였지만 이러한 업무는 법률상 등기이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갑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상태와 손익상황을 정확하게 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에 위반해 다른 자들과 공모한 후 분식회계에 의한 허위재무제표를 작성, 공시하였다면 법률상 등기된 이사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이사에 준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이 비등기 임원의 법률상 지위는 근로자에 해당해 상당히 불안정하면서도 책임 문제에선 등기이사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등기이사가 아닌 이상 굳이 부사장·상무·이사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표현이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현실 세계에선 명함에 기재된 직위가 중요할 때가 많지만 말이다.

장윤정 - 법무법인 지평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여성벤처협회 고문 변호사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NYU School of Law에서 LLM 과정을 마치고 College of William and Mary Law School에서 객원연구원(Visiting Scholar)으로 연구 활동을 했다. 2000년부터 기업 인수·합병을 비롯한 기업 자문 업무와 지적재산권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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