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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의 미래는 ‘블록체인’

미술품 투자의 미래는 ‘블록체인’

수집가들이 주식거래처럼 그림과 조각 작품의 지분을 즉석에서 거래할 수 있어
블록체인은 미술품 시장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중개인 없이 직거래할 수 있는 안전한 토대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계의 작동 방식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블록체인은 고도로 안전하고 투명하고 확실하다는 점 외에도 업계에 혁명을 불러오는 또 다른 주요 특성이 있다. 중개인 없이 당사자들끼리 악수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첨단 암호화 기술과 분산형 보안기술을 결합해 자본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민주화한다. 이메일이 전 세계의 통신 서비스를 민주화한 과정과 상당히 흡사하다.

이는 금융 업체들에는 기회이자 위협이기도 하다. 신뢰도 높은 중개인 역할을 하던 기존 대기업들은 위기에 몰렸다. 비자나 웨스턴 유니언 같은 기업들이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의 바탕 기술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에 대해 연구하고 투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계좌나 제3자의 개입 없이 결제와 해외송금이 가능해진다면 이들 금융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붕괴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직접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계약이 자동 이행되도록 전자화하는 기술)을 체결해 가치 이전을 관리한다. 제3자가 거래를 인증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신뢰가 곧 블록체인의 통화다.

현재 중개인들이 독점하는 거래 분야는 결제와 송금뿐이 아니다. 부동산과 미술 같은 다른 업종도 브로커와 딜러들이 통제한다. 그들 역시 붕괴를 면키 어렵다.

특히 미술품 투자는 수백 년 동안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크리스티·소더비 같은 대형 경매소들이 높은 수수료(최대 25%)를 매기고 유동성과 정보접근을 통제한다. 그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수세기에 걸친 평판을 토대로 막대한 신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판에 기초한 신뢰를 기술 바탕의 신뢰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560억 달러 규모의 미술품 시장에는 투명성과 유동성을 낳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마켓플레이스가 절실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장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모네 또는 반 고흐의 그림을 갖고 싶다고? 배타적인 미술시장의 높은 가격장벽을 넘지 못하던 수많은 사람이 이젠 피카소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매세나스(Maecenas)는 누구나 미술품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백만 달러짜리 미술품을 더 작은 단위의 금융 상품으로 쪼개 말 그대로 아주 적은 돈으로 더 쉽게 사고팔 수 있다.

또 투자자·수집가·소유자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처음으로 그림과 조각 작품 지분을 쉽게 즉석에서 거래할 수 있다. 오늘날의 주식거래와 비슷한 방식이다. 갤러리도 혜택을 본다. 어떤 박물관에서 렘브란트 작품을 컬렉션에 추가하고자 할 때 은행에 거액의 융자 신청을 하고 경매소에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매세나스 플랫폼에서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 조달)을 통해 작품을 매입해도 전시회에 그 걸작을 내걸 수 있게 된다.

미술품은 오래 전부터 경기하강기의 회복 탄력성과 장기적인 가치상승 덕분에 매력적인 투자자산이었다. 그리고 최근 조사에선 투자자와 자산 관리사(wealth manager)들 사이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의 거래액은 기존의 고점을 뛰어넘지 못한다. 문제는 구시대적인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미술품 거래가 이뤄지는 한 정보공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매출 처리가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결제에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탓에 등 돌리는 잠재적 투자자가 너무 많다. 미술품 거래가 아주 드문드문 이뤄진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미술계도 디지털 시대에 합류해야 한다.

매세나스가 그런 미래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건당 2%에 불과하고 소유자들의 비용도 미술품 가격의 6%를 넘지 않는다. 핀테크와 미술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로 설립된 이 회사는 스위스 벤처자본 업체 폴리테크 인베스터스의 펀딩을 받았다. 매세나스 플랫폼이 출범할 때 미술품을 등록하려고 갤러리와 수집가들이 줄을 섰다.

공개 거래소를 통해 걸작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실제 작품 가치에 관한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자신의 거래 포지션을 더 정확히 산정하고 다양한 미술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잘 팔리지 않는 소수 작품에 자금을 집중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술계도 자본시장의 일류 구성원으로 합류해 풍부한 시장 데이터 공급, 주문대장, 지수, 나아가 파생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블록체인이 미술계를 살릴 수 있다.

- 마셀로 가르시아 카실



[ 필자는 매세나스의 공동창업자 겸 CEO이며 투자은행과 금융 시스템 중심의 대규모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설계와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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