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의 회고록, 저자의 알릴 권리와 선정성 놓고 논란 생길 듯 저자의 인생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남자(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근친상간 일기’의 저자는 세 살 때 처음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원해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어나니머스’(익명)’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최면에 빠진 듯 증언을 이어간다. 지저분하고 충격적인 내용에 읽다 말고 집어던지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21세가 될 때까지 아버지가 성폭행을 계속했다고 썼다. 그녀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의 무심한 말투로 “아버지는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한다. “아버지는 모든 게 내 탓이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 예뻤고 성행위를 할 때 기분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욕망에 굴복한 나약한 희생자라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욕망을 느꼈다. 내 안의 야성이 느껴졌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이 남자가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고문당하고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하기를 바랐다.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가다가 때때로 저자가 본의 아니게 성적으로 흥분하는 장면이 나올 때면 역겨움이 밀려왔다.
저자는 아버지가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그런 행동을 혐오하기도 했지만 좋아한 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성욕과 흥분 회로가 아버지의 패턴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을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읽어 내려갔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우리가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그녀는 썼다. ‘내가 아버지의 일부라고 했다. 그래서 난 성인이 될 때까지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다.’
저자는 자신이 가끔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행동을 이야기했지만 대체로 그 일을 숨겼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또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장 끔찍했던 건 자신을 매춘부라고 불렀던 어머니였다고도 털어놓는다. 저자는 남동생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한다. 현재 부인과 가정이 있는 남동생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누나의 관계를 목격하고 큰 상처를 받았다. 당시 그는 너무 어려서 누나를 도울 수 없었다.
저자는 성인이 된 남동생이 그 사실을 인정할 경우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동생과 나는 그 일에 관해 언젠가 한번 이야기를 나눈 뒤론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동생은 그 일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고 지금도 그렇다.”
저자는 아버지의 성폭행이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현재 연인이 자신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이유는 그의 폭력성이 아버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12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남편이 친절하게 대해줄 때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내 비밀이다. 그가 나를 성폭행한 것이 내 비밀이다. 하지만 그 비밀 속의 비밀은 때때로 나도 그걸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한 적도 있고 아버지를 유혹한 적도 있다.”
난 책 읽기를 멈추고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이런 책을 왜 출판했을까? 이 익명의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알릴 권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수수한 디자인(남자들이 포르노 서적이나 비디오를 싸 들고 다니는 누런 종이 봉투처럼 보인다)의 책 속에 은밀히 담긴 잔혹한 선정성이 신경에 거슬린다. 게다가 플래너리 오코너, T.S. 엘리엇, 조너선 프랜즌 같은 작가들의 책을 펴낸 문학 전문 출판사 ‘파라, 스트로스 앤드 지루(FSG)’에서 나온 책이라니 더욱 그렇다.
출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편집자들은 ‘근친상간 일기’가 유사한 학대의 생존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예술작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이 책은 돈벌이가 잘 되는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한 회고록 부문에서 시장성 높은 신저다. 난 만약 어떤 남성이 익명으로 자기 어머니와의 성관계에 관한 외설적인 일기를 썼다면 FSG가 과연 그 책을 출판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든 그것은 이 여성이 경험한 감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인생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남자(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그녀가 정말 안됐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에 대해서도 착잡한 기분을 금할 수 없다.
- 리사 슈워츠바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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