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4) 지그재그] 여성의 쇼핑 패턴에 안성맞춤 서비스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4) 지그재그] 여성의 쇼핑 패턴에 안성맞춤 서비스

▎10월 중순 서울 서초동의 지그재그 사무실에서 만난 서정훈 대표가 지그재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그 청년은 지금 여성 의류 관련 일을 하는 창업가로 변신했다.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지그재그(ZIGZAG)’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서정훈(41) 대표다. 남성이 여성 관련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패션시장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20대 때부터 쇼핑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옷을 고르는 성향이 남달랐고, 여성들의 쇼핑 패턴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5조원 시장 규모의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 타깃
서 대표는 보세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동대문 도매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그는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은 논브랜드 마켓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시장 규모만 5조원”이라며 “2000~3000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데, 쇼핑몰을 한 곳에 모으면 여성들의 온라인 쇼핑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0~3000개의 논브랜드 온라인 쇼핑몰을 한 곳에 모은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2015년 6월 지그재그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는 있었다. 지그재그는 쇼핑몰 상품을 모으고 여기에 쇼핑몰 랭킹 등을 도입하면서 차별화했다. 그는 “대부분 100개 정도의 쇼핑몰을 모았고, 사람이 직접 신상품 같은 것을 직접 찾아서 반영해주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기술도 접목했다. 지그재그 기술의 핵심은 ‘개인화 추천’과 ‘지그재그 크롤러(crawler)’다. 지그재그는 사용자의 성향과 원하는 스타일과 가격 등에 맞는 쇼핑몰과 상품을 추천해주는 게 핵심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나 쇼핑몰에 사용자들은 ‘찜’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찜을 이용하면 가격과 스타일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크롤러는 각기 다른 플랫폼의 쇼핑몰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품절 여부, 가격 변동 등의 내용이 있으면 바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준다. 이런 툴을 이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8000여개의 신상품 소식을 사용자가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여성들이 원했던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일까. 지그재그는 정식 론칭 후 지난 8월 현재 8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월간 사용자(MAU)는 150만 명이 넘는다. 서 대표는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벤처캐피털도 지그재그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알토스벤처스가 30억원을 투자했다. 4월에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가 70억원을 투자했다.
사용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즈니스 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수수료 정책을 2주 정도 시행했다가 접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수수료를 받으려면 지그재그를 통해 결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사용성이 조금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 서비스의 목표는 사용자의 편리함과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확장인데, 수수료 정책은 아직 맞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성공에 다가서려면 서비스의 본질 고민해야
지그재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어느 정도나 효과가 날까. 그는 “아직은 베타 테스트 중인데, 광고비와 광고효과는 론칭 시점에 나올 것 같다”며 “아직은 다양한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웃었다.
서 대표는 2004년 미디어학 석사 취득 후 IT 기업의 계열사 대표까지 맡을 정도로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였다. 그는 독립을 결심해 2012년 크로키닷컴을 창업했다. ‘크로키’는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짧은 시간에 그린 그림을 뜻한다. IT업계에서 빠르게 변하는 현상과 트렌드를 본질적으로 구현하고 싶어서 채택한 사명이라고 한다. 창업 이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전앱 서비스 ‘비스킷’과 아마추어 스포츠팀 관리 서비스 ‘Teamable’ 같은 서비스도 출시했다.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큰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뜻한 대로 되지 않던 사업을 우뚝 서게 한 것이 지그재그 서비스였다. 그는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도전한 이유는 여성의 쇼핑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라는 본질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지만, 성공 여부는 누가 본질에 더 빨리 다가가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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