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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6) 공사마스터(04MASTER)] 중고 중장비 매매 플랫폼 선보여 주목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6) 공사마스터(04MASTER)] 중고 중장비 매매 플랫폼 선보여 주목

증권사에서 일하다 막노동 현장도 경험...내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는 공사마스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익 대표가 중고 중장비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원동현 객원 기자
그의 창업 스토리는 독특하다. 자신의 경력과는 전혀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한다는 것이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증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회사채 관련 일이었다. 증권사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는 분야였다. 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부족함 없이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다니다 회사를 나왔다. 창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언제가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고,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도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창업하기 전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여기저기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숙식제공’이라는 문구와 함께 구인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현장의 허술한 관리 보고 기회 포착
2011년 초 추운 겨울 그 공고를 보고 충남 아산에 있는 한 대기업의 디스플레이 플랜트 건설현장을 찾았다. 이른바 막노동 현장이다. 서류 작업만 해봤던 ‘서생’이 갑자기 공사 현장을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공짜로 밥도 주고 재워준다고 해서 갔다”며 웃었다. 대학생 때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라고는 과외 밖에 없던 그가 험하다는 공사 현장을 찾은 것이다. 그는 일용직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월급은 170만원 정도. 증권사 월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지만, 이곳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수치를 다뤘던 그의 눈에 비친 공사 현장의 관리는 주먹구구식이었다. 특히 수많은 중장비 관리가 그랬다. 인력 관리도 허술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시기였지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여전히 2G폰을 사용할 정도로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 있었다. 엄청난 현금이 돌지만, 돈이 새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시스템만 갖추면 공사현장에 필요한 중장비를 사용하고 인력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잘 나가던 증권맨이 중고 중장비 매매와 임대 플랫폼인 ‘공사마스터’를 창업한 이유다.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며 웃는 김성익 공사마스터 대표는 “기술로 기존 공사 현장의 불합리한 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바로 중장비 관련 서비스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중장비를 운영하는 이들은 여전히 2G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중장비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봐야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알파컴퍼니’라는 인력 연결 서비스를 시작했다. 쉽게 말해 인력파견업이었다. 김 대표는 “2년 정도 했는데 먹고살 만했다”면서 “그래도 사람을 관리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동안 공사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중장비 관련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 기회라고 여겼다. 우선 IT 관련 기술 노하우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이때 그의 멘토와 공동 창업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현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멘토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이자 현재 매시업앤젤스의 대표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이택경 대표다. 김 대표는 “우연히 한 프로그램에서 이 대표를 만나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나를 너무 잘 봐줬다. 이 대표가 조언해주는 대로 좋은 개발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초 운명처럼 공동창업자 김기홍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한 행사장에서 만났다. 김 CTO는 15년 넘는 개발 경력을 가졌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건설기계 임대사업을 하고 있었다. 김성익 대표는 “김 CTO처럼 중장비 관련 상황을 아는 개발자는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딱 맞는 개발자를 찾았다는 김성익 대표의 말에 이택경 대표는 앤젤투자자로 나섰다. 2014년 10월 김 대표는 한국에서 최초로 중장비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공사마스터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중장비가 필요한 공사현장과 중장비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한국에서 처음 접하는 서비스였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2016년에 야드클럽과 이큅먼트쉐어닷컴이라는 기업이 나왔고,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큅먼트쉐어닷컴은 4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서비스였다”며 웃었다. 대한건설 기계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건설기계 임대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에 이르고, 수수료 시장 규모만 4150억원에 달한다. 건설 중장비 관련 시장 규모는 그만큼 크고, 기회도 많은 셈이다.

우선 중장비 데이터베이스(DB)부터 구축했다. 정부 부처에 등록된 중장비는 47만대 정도로 이 중 영업용이 27만대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 10% 정도만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도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장비를 소유한 개인사업자들은 매칭 서비스에 호감을 가졌다. 지역의 협회 등을 통해 중장비의 연식, 개인사업자의 경력 같은 자료를 모았다. 지난해 7월에는 7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업계의 주목도 받았다.

문제는 중장비 매칭이나 임대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김 대표는 “공사현장에는 여전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공사현장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장비 매칭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신 중고 중장비 매매 서비스로 회사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중고 중장비 매매 시장은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을 만한 시세정보가 없고, 허위 매물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중고 중장비를 사는 경우 추가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시장의 경우 SK엔카·보배드림 등 중고차 매매 서비스 채널이 다양한데, 중고 중장비 매매 서비스는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대출시장 노리는 금융회사에서도 관심
김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중고 중장비 매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보다 개발도상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의 웹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면 해외에선 바로 스마트폰 앱으로 볼 수 있는 실시간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출이나 통관업무도 공사마스터가 대행을 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장비주가 공사마스터에 매물을 올리면 한국과 해외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투명한 가격 정책과 허위 매물이 없는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하루 1000명 이상씩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금융권의 제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보통 중고 중장비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대다수의 구매자는 대출로 부족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게 마련이다. 이 시장을 노리고 금융회사가 공사마스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2명으로 시작했던 공사마스터 임직원은 현재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한국에서 최초의 중고 중장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투자 업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사를 키우기 위해 후속 투자 유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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