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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폭락 부른 8가지 요인

비트코인 폭락 부른 8가지 요인

한국의 규제 강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광고 중단, 그리고 무엇이 암호화폐의 질주를 방해하고 있을까
최근 해커들이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억3400만 달러어치의 넴(NEM) 코인을 탈취했다. / 사진:KOJI SASAHARA-AP-NEWSIS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의 질주는 거의 멈춰 세울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해 연초 모든 디지털 화폐의 시가총액은 177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말에는 투자 가능한 암호화폐 1400여 종의 전체 시가총액이 6130억 달러에 달해 330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전통 주가지수는 역사적으로 배당금 재투자와 물가상승률을 포함해 연간 7%씩 상승했다. 암호화폐가 전통 주식을 크게 능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몇 주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이 8350억 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반토막 나고 말았다. 게다가 과거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암호화폐들이 이젠 시장 전체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암호화폐는 상당부분 ‘비트코인’을 가리킨다.
 비트코인 시세가 왜 절반 이상 떨어졌나
지난해 12월 초 비트코인 시세는 코인 당 2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토큰 당 90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의 55% 하락으로 시가총액에서 대략 1750억 달러 안팎이 증발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이자 비트코인을 능가하리라고 투자자가 믿는 이더리움은 현재 세계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과의 간격을 500억 달러까지 좁혔다.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 2개월도 안 되는 사이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750억 달러나 날아갔을까? 다음의 8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1. 한국의 익명성 규제 강화
페이스북은 지난 1월 말 앞으로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공개(ICO)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사진:NEWSIS
무엇보다도 한국의 암호화폐 통제 강화가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 전반에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 1월 30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와 연결된 실명 은행 계좌를 가진 개인만 암호화폐에 추가 입금할 수 있다. 이번 규제가 실시되기 전까지 이용자가 익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투명성이 한 단계 강화된다.

한국 원화가 지난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된 통화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나 투자를 억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며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익명성은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 알려진 많은 이점 중 하나다. 그런 옵션이 사라지면서 비트코인 투자자는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따를지 분명 우려하는 듯하다.
 2.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광고 중단
소셜미디어 대기업 페이스북은 지난 1월 말 앞으로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공개(ICO)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롭 레던 제품관리 팀장은 “우리는 이원옵션(binary options, 가격 상승 또는 하락을 택일해 투자하는 옵션), ICO, 암호화폐 등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기만적인 판촉 행위를 일삼는 금융상품과 서비스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한 달 실제 이용자 수는 21억3000만 명에 달한다. 와츠앱,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 산하의 다른 소셜미디어 사이트도 총 이용자 수에서 톱7 안에 든다. 페이스북 광고, 다시 말해 ‘스토리 알리기’가 금지되는 암호화폐들은 수십억 건의 잠재적인 임프레션(impressions, 웹사이트의 광고 노출 횟수)을 날리게 된다. 입소문 마케팅이 시세 상승에 그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페이스북의 이 같은 조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3. 해킹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비트코인을 합법적 통화로 인정한 것과 같은 뉴스가 비트코인 시세에 호재가 됐듯이 거꾸로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의 몇몇 해킹 사건은 블록체인 기술의 안전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예컨대 암호화폐 채굴 서비스 나이스해시는 지난해 12월 7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비트코인이 도난당했다고 발표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해킹 피해였다. 최근 들어선 해커들이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억3400만 달러어치의 넴(NEM) 코인을 탈취했다. 2014년 마운트 곡스 거래소에서 85만 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해 4억500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상 최대의 암호화폐 해킹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보안은 암호화폐의 폭넓은 도입을 가로막는 명백한 불안요인이다.
 4. 비트코인의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예전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사실상 비트코인 덕분에 블록체인이 조명을 받게 됐지만 취급점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규모가 확대돼 이용자의 불만이 많아졌다.

하우머치닷넷이 실시한 거래속도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는 7건에 불과하다. 반면 결제 처리 대기업 비자는 초당 최대 2만4000건을 처리할 수 있다. 평균 결제시간이 한 시간을 넘으면서 평균 거래 수수료가 요즘엔 28달러를 웃돌아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빛을 잃어간다.
 5. 회의론자들이 이제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비트코인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회의론자들이 마침내 비트코인의 하락에 베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한 가지, 시세 상승뿐이었다. 암호화폐의 하락에 간편하게 베팅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 CBOE 글로벌 마케츠와 CME 그룹이 함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선물거래의 등장으로 비관론자들이 마침내 비트코인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선물거래로 우르르 몰려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비트코인 시세의 꾸준한 하락은 그들의 자금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6. 단순한 이익실현
어쩌면 뻔한 요인도 간과해선 안 될 듯하다. 바로 이익실현이다. 2010년 3월 1센트(약 10원)도 안 되는 가격에서 출발한 비트코인 시세가 지난해 말에는 코인 당 2만 달러에 육박했다. 당시 별 생각 없이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수십억 달러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지난해 상승률 기준으로는 다른 암호화폐보다 떨어졌지만 1400%에 가까운 수익률은 주식시장을 훨씬 능가했다. 일부 투자자가 수익을 실현하면서 매도 주문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끌어내렸을 수 있다.
 7. 심리적 기류가 돌아섰다
앞서와 비슷한 맥락에서 심리적인 영향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기관투자자들이 마침내 선물거래를 통해 비트코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통로가 열렸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대체로 개인 투자자가 주를 이룬다.

개인 투자자가 심리에 이끌리는 경향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또는 낮게 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 토큰이 재화와 서비스 구매 수단으로 채택되는 현상을 개인 투자자가 과대평가해 이번에 그 대가를 치르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8. 전통 증권이 보기 드문 강세를 보였다
끝으로 전통적인 증권이 상당한 강세를 보여 왔다. S&P 500은 지난해 역사적 평균의 3배 가까이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7%를 웃도는 3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가 1000%나 1만% 상승한 암호화폐를 포기하고 필시 2.7%의 수익률로 몰려들리라는 것보다는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투자 수단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뜻이다. 그들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팔고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면서 자산을 약간 분산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션 윌리엄스 모틀리 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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