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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경단녀 문제 대책은] “변호사·의사·회계사도 시간제 근무”

[선진국의 경단녀 문제 대책은] “변호사·의사·회계사도 시간제 근무”

임금·승진 차별 없고 노동자가 근로시간 선택...장관·임원 등에 여성 고위직 할당제
86.2% 대 58.4%. 아이슬란드 여성은 1000명 중 862명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비해 한국은 584명 밖에 일하지 않는다. 두 나라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아이슬란드는 의료·교육·보육 등 수준 높은 공공서비스 속에 여성들이 출산 이후에도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문화·제도적 토양이 깔려 있다. 양성평등 의식도 높아 회사에 재취업한 후에도 차별이 별로 없다. 이와 달리 많은 한국 여성은 30대 후반에 회사를 떠난다. 20대 후반 75.0%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 후반 58.0%로 뚝 떨어진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느껴서다. 한국 직장인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수많은 고학력 ‘알파걸’들이 사회 경력이 꽃 피기 시작할 때 출산·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하고 만다. 한번 회사를 떠난 여성의 사회 재진출은 쉽지 않다. 전문직 여성이라도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일자리를 찾기란 어렵다. 4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시 오르지만 저임금 서비스업에 시간제로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남녀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25%포인트로 축소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가 3.9%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지원책을 폭넓게 펼치고 있다. 시간제 근로를 대폭 확대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부모는 직종을 떠나 시간제 일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해 가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급여나 승진에 차별을 받지 않는다. 일한 시간만큼만 돈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급여가 적고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워라밸을 지키는 좋은 제도로 정착된 상태다.

네덜란드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만 해도 홑벌이가 일반적이던 네덜란드는 1980년대 들어 경기 악화와 실업률 증가로 맞벌이 부부가 급증했다. 1982년 노사정이 ‘바세나르 협약(고용정책에 관한 일반 권고)’에 타협하면서 노동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일었다.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한편 장시간 근로를 없앴다. 정부는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으로 이를 지원했다. 이에 여성들이 시간제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현재 네덜란드의 노동자 중 20% 가까이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시간제 고용은 60%에 달한다. 다만 서비스업에만 집중된 한국과는 달리 전문직을 포함해 모든 업종에 시간제 근로가 도입됐다. 변호사·의사·회계사 등의 전문직도 시간제 근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차별금지법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도 전일제 근로자와 수당·보너스 등 급여 차별이 없다.

스위스 역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시간제 고용 활용, 소득차별 해소 등으로 워라밸을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는 물가가 높은 나라답게 정부의 지원금을 차감한 순보육비가 가계소득의 24.1%에 달한다. OECD 평균 12.6%의 2배 수준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실업자에게 최종 급여의 80%를 18개월 간 지급하고, 시간제 근로자도 전일제 근무자와 연봉 차별을 받지 않는다. 스웨덴은 육아·재교육을 위해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전일제 근로와의 차별도 없앴다. 일부 기업들은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일본도 시간제 근로를 확대하는 한편 차별 금지에 나서고 있다. 여성의 경우 43%가 시간제 근로다. 시간제 근로지만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시간제 근로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에 장려금도 지급하고 있다. 또 고용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꾸거나 인재 육성, 처우 개선을 하는 기업에게는 지원금도 지급한다. 더불어 201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을 도입해 임신·출산·육아휴직 등으로 직장 내 불이익을 금지시켰다. 2013년부터 5년 간 48만 명을 수용하는 보육시설을 증설하고, 2020년까지 여성 관리직 비중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별을 금지하고 나아가 여성의 근로 의욕을 북돋겠다는 것이다.

유연고용 문화가 자리잡은 영국도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됐다. 그러나 질 낮은 시간제 근로가 사회적 반발을 야기했다. 이에 2000년대 들어 ‘시간제 근로자법’ ‘일·가정법’ 등을 도입해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한편 시간제와 전일제 간에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유아보육 지원도 1998년 10억 파운드(약 1조5210억원) 미만에서 최근에는 50억 파운드(약 7조6052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 지원해 근로의욕 고취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도 시간제 근로 확대를 통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장려하는 한편 출산·육아 등을 지원하는 제도를 펼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정부가 보육을 전담하는 한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아이슬란드는 양성평등 인식도 높아 남성의 가사 분담률도 높다. 장관과 기업 임원 중 40%를 여성으로 채우는 의무 할당제도 시행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의 상장 대기업 여성 임원 비중은 30~43%로 유럽연합(EU) 평균 25.3%를 크게 웃돈다. 또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남녀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제를 올 1월부터 도입했다. 세계 처음이다. 25인 이상 기업과 정부기관은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한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취득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영국·덴마크 등은 출산휴가·육아휴직 이후 이전의 급여 및 근무지를 유지하는 등 휴직에 따른 불이익 방지를 법제화 했다. 육아휴직 사용 후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뒤따르면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경제활동을 포기하기 쉽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맞벌이 부부 중 소득이 적은 쪽 소득에 대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세제 지원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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