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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역사 살펴보니] 조였다 풀었다 반복해도 ‘집 부자’ 늘어

[종합부동산세 역사 살펴보니] 조였다 풀었다 반복해도 ‘집 부자’ 늘어

2005년 종부세 강화 후 이듬해 아파트값 13% 올라…강남 3구, 종부세 비중 30% 넘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안은 10년 전으로 회귀한 모양세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6월 22일 공개한 보유세 개편안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표준을 올리기 위해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을 해마다 연 10%포인트씩 2번에 걸쳐 100%까지 올린다. 종부세율도 현행 0.5~2%에서 0.5~2.5%로 높인다. 예컨대 과세표준 6억원 이하의 경우 종부세율은 0.5%로 유지하되 6억~12억원은 0.75%→0.8%, 94억원 초과는 2→2.5%로 올리는 식이다.

종부세는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원을 넘는 사람에게(1주택자는 9억원) 부과하는 일종의 부유세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입됐다. 비싼 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면 집값을 잡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조세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당시 부동산의 실제가격과 비교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의 비율인 ‘실효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었다. 한국은행이 2005년 9월 내놓은 ‘주요국 부동산 세제비교’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50개주 대표 도시 실효세율은 1.54%, 영국 1.0~1.2%, 일본 1% 수준으로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약 10배 가까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컨대 공시가격 11억원(시가 13억7000만원 수준)인 고가 주택의 2005년 보유세는 296만원(실효세율 0.21%), 아반테 승용차(시가 1400만원) 보유세가 27만원(실효세율 2.0%)이었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을 거쳐 2005년 1월 5일 종부세가 시행됐다.

도입 당시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은 9억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3억원→1%, 3억~14억원→1.5%, 14억~94억원→2%, 94억원 초과→3% 등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입 전에는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세’라는 논란을 낳았지만 종부세 도입 후엔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해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는다”며 종부세를 강화하는 8·31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과세기준 금액은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하향조정했고, 종부세 대상자의 과세방법을 인별 합산 방식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했다. 과세표준 적용 비율도 50%에서 매년 10%포인트(2006년 20%포인트)씩 상향조정키로 했다. 세부담 상한도 전년 총세부담의 150% 이내에서 300% 이내로 조정했다. 정부의 강화 대책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은 2005년 7만여 명에서 2006년 34만1000명으로 5배 수준으로 늘게 됐다.
 11채 이상 ‘집 부자’ 5830명
종부세를 강화했지만 집값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종부세 강화 후 전국 아파트 값은 이듬해 13.8%까지 올랐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조사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평균 80%를 넘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송파구로 82.8%, 강남구는 79.9%, 서초구는 79.4%로 나타났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종부세도 부담이었지만 1가구 2주택자에는 양도세를 50% 중과했다”며 “양도세까지 내면서 팔지 않겠다는 부동산 보유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갔고 그 결과 공급이 줄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도입 4년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부세 기준은 완화됐다. 금융위기 사태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정책 방향은 시장 활성화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여당은 종부세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세금이라며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강길부 전 의원은 “전체 세대의 2%인 극소수 납세자에 대해서만 과도한 세부담을 지우는 것은 보편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은 6억원 이하→0.5%, 6억~12억원→0.75%, 12억~50억원→1%, 50억~94억원→1.5%, 94억원 초과→2% 등으로 낮췄다. 종부세 완화 차원에서 과표적용률도 공시가격 대신 기존에 없던 공정시장가액 비율(80%)을 도입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80%라면 공시가격이 1억원이라도 세금은 8000만원에 대해서만 매긴다.

또 과세대상자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 방식으로 다시 바꿨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 부과 규정은 혼인한 사람을 독신자나 사실혼 관계의 부부에 비해 차별 취급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으로 판결했다. 종부세 완화 정책은 부자들의 세금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셌다.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부세는 2005년 1월부터 과세를 시작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 2008년 세수가 2조129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인별 합산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듬해에는 세수가 1조207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도 종부세 과세기준을 유지한 채, 취득세 한시 면제, 양도세율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이어갔다. 결과 서울 강남 3구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6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684만원을 기록했다. 2007년(3108만원) 역대 최고치를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남구의 3.3㎡당 가격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0억원 이상 주택의 매매도 2015년 기준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45.3%가 집중돼 있었다. 집 부자도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택 11채 이상을 보유한 ‘집부자’들은 2009년 5830명(0.036%)이었으나 2016년에는 2만4783명(0.091%)으로 4배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6∼10채를 보유한 이들 역시 2009년 9479명(0.058%)에서 2016년 2만6559명(0.097%)으로 늘었다. 여기에 서울 강남 3구 주민들이 낸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과세가 적용되지 않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의 30%를 넘어섰다.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세부담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부동산이 많아졌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가 더 필요
때문에 종부세를 조였다 풀었다 하는 규제책에 대해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종부세율을 올려봤자 수백만원 더 올라가는 정도인데 강남 다주택자들은 그 돈을 내고 말지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종부세가 강남권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수요 억제에 주력하기보다 공급을 확대해 매물 기근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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