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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하는 정부] 서울 집값 오르자 투기지역 추가 예고

[규제 강화하는 정부] 서울 집값 오르자 투기지역 추가 예고

투기지역 지정으로 집값 상승폭 더 커질 수도...전문가 “시간 두고 시장 관찰을”
8월 13일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합동단속반과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계절적인 부동산 비수기인 데도 뜨거운 폭염만큼이나 서울 집값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줄기차게 규제책을 쏟아 냈지만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도 결국 규제 지역을 재조정키로 했다. 8월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후 불붙고 있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지역 추가 지정을 예고했다. 서울은 이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청약 1순위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묶인 곳은 강남구 등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다. 투기지역에서는 청약 1순위 제한 등의 규제 외에도 양도소득세 10% 중과세,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1건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은 정부가 지난해 6월 이후 취해 온 부동산 규제의 연장선이다. 투기지역 지정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면 또 다시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종로·동대문구 등지 투기지역 지정될 듯
서울 비(非) 투기지역 14개 구 중 각종 개발 호재 등으로 최근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종로·중·동대문·동작구 등 지가 새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지정 요건은 직전 달의 집값 상승률이 전국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30%(1.3배)를 넘는 지역 중에서 직전 2개월 평균 가격 상승률이 직전 2개월 평균 전국가격상승률의 130%보다 높거나, 직전 1년 간 가격상승률이 지난해 3개월 평균 전국 가격상승률보다 높은 경우가 1차 검토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적 정량 요건만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지구 지정 또는 해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 미칠 파장과 추가 상승 또는 과열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서울시·한국감정원과 합동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불법 청약·전매·거래행위, 불법 중개행위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8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올랐다. 상승폭이 전주(0.16%) 대비 0.02% 포인트 커졌다. 7월 셋째주부터 4주째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집값 오름세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기존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산구는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기대로 원효로, 한강로 및 이촌동을 중심으로 올랐고, 영등포구는 여의도 통합 개발, 신안산선 등 개발 호재로 상승했다”며 “송파구와 서초구는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도 증가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절적 비수기인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32건으로, 전월(4800건) 대비 17.3% 늘었다.

서울 주택시장 소비자심리지수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8월 16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113.4으로 6월보다 6.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월 12.6포인트 오른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매월 마지막 주 전국 150개 시·군·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사한 조사를 기초로 산출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상승이나 거래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의미다. 구별로는 마포·용산·중·서대문·영등포·양천·관악구 등지가 115를 웃돌았다. 그러나 8월 들어서는 거래가 뜸해지고 있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빠지면서 사실상 매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보유세 개편안을 마지막으로 정부가 내놓을 카드가 사실상 바닥났다고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세 개편안 발표 직후 급매물이 한 차례 빠진 이후에는 매물이 없어 거래 자체가 안 된다는 얘기다.

최근 통개발 호재로 수억원씩 급등한 여의도나 용산 등지는 물론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다. 6월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캐슬 노블레스 84㎡(이하 전용면적)는 6월 말 10억원을 넘어섰고 최근 호가는 11억원에 이른다. 2013년 입주한 인근의 래미안 크레시티 84㎡ 역시 올 초 7억~8억원대였던 매매 시세가 9억원 중반대로 뛰었다. 종로구의 경희궁자이 59㎡는 올해 3월 11억8000만원에 실거래 된 후 매물이 자취를 감춰 거래가 끊겼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12억원 선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이곳 집주인들도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압박만 강화하고 있으니 매물 공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면 오히려 집값 상승의 기폭제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앞으로 이 지역에서는 추가 매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연구소장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양도세가 더 무거워지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기 힘들어진다”며 “최근의 서울 집값 불안은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등으로 매물이 사라지면서 벌어진 것이어서 투기지역 추가 지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간을 갖고 시장을 좀 더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상 최근 집값이 올랐다고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규제만 쏟아내면 규제에 따른 학습효과나 내성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 다음 규제는?
하지만 정부는 최근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투기지역 지정 외에도 추가 규제에 나설 태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면 분명히 추가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퍼져 있는데, 이걸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 고가(高價) 1주택 보유자가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현재 연간 공제비율이 8%인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비율을 낮춰 양도세를 더 걷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사실상 비과세나 마찬가지인 양도세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손본다는 방침이다. 재정개혁특위는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면서 하반기 주요 논의 과제에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합리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분양가 외에 추가로 정부가 발행한 채권액을 높은 가격에 사도록 하는 채권입찰제,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의 규제 책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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